송지민(언론ㆍ14년졸) 우아한형제들 배민아카데미팀
송지민(언론ㆍ14년졸) 우아한형제들 배민아카데미팀

‘누구나 정해진 궤도를 가는 건 아니지. 돌발과 우연이 인생이기도 해.’ 서른을 살짝 넘긴 나이에 인생을 논하기는 부끄럽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돼 일기장에 적어 놓은 문장이다. 

나는 올해 5월 ‘우아한형제들’이라는 회사로 터를 옮겼다. ‘우리가 무슨 민족입니까’를 외치는 그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회사다. 나는 ‘배민아카데미’라는 부서에서 외식업 사장님들의 장사를 돕는 영상 교육 콘텐츠를 만든다. 배달의민족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어떻게 회사가 사회와 공생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콘텐츠를 만드는 조직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아카데믹한 배민 버전이라고 하면 좋을 듯하다. 시사교양 PD가 되고 싶어 방송국 입사를 위해 몰두했던 20대, 그러다가 출판사에서 어린이 책을 만들던 편집자를 거쳐 음식을 배달하는 IT 회사로 점프하다니, 정말 돌발과 우연의 연속이다. 

나는 20대 초반부터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한 편이었다. 다만 그 일을 어떤 직업명이 아닌 ‘문장’으로 정의했다. 그 문장은 ‘세상에 도움이 되는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었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단답형이 아닌 주관식 문장으로 답을 찾으려 했다. 그 문장 안에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싶은지’ 이유를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일. 추상적으로 들릴 수는 있겠지만 그래서 나는 회사와 직무를 선택하는 데 조금 더 유연했던 것 같다.

 

PD 꿈꾸던 20대, 어린이책 편집자 거쳐

'배민' 우아한형제들에서 영상 만들기까지

직업 선택의 길잡이 되어준 나만의 문장

20대 내내 언론을 공부하며 방송국 PD를 꿈꿨음에도 출판사에서 어린이책을 만드는 편집자로 변신이 쉬웠던 이유도 그 문장 덕분이었다. 편집자가 될 때는 문장에서 ‘세상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에 좀 더 초점을 맞췄던 듯하다. 하지만 그 문장에서 빠진 ‘영상’이라는 키워드가 계속 갈증으로 남았다. 또 4년 동안 어린이책을 만들다 보니 세상과는 점점 멀어지는 느낌도 들었다.

‘2016년 현재, 2018년 현재, 2020년 현재,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해가 지날수록 고민이 계속됐다. 이런 고민과 갈증이 깊어지다 보니 결국엔 하고 싶은 일에 문장이 하나 더 추가됐다. ‘2020년 세상이 반응하는 일!’

2020년 현재, 세상이 반응하며 도움이 되는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일.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정리하니 어떤 회사에 가야 할지도 정리가 됐다. 그리고 정착한 곳이 우아한형제들의 배민아카데미다. 

외식업 종사자의 90%가 폐업하는 2020년 현재, 그들의 삶을 지속 가능하게 돕는 콘텐츠를 만든다는 점, 그리고 배달의민족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하는 일에 세상이 반응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는 하는 일이 꽤 만족스럽다. 팀원들 사이의 수평적인 문화, 주체적으로 일을 리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느낄 때는 확실히 젊은 회사라는 것을 체감한다. 우아한형제들에서 하는 갖가지 재밌는 이벤트를 사전에 알 수 있다는 점도 즐겁다. 안타깝게도 재택근무가 계속되는 바람에 나는 재밌는 회사 문화를 아직 많이 경험해 보지는 못했다. 

‘2020년 현재, 세상이 반응하며 도움이 되는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라는 이 한 문장은 내 인생의 콘셉트이며,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가이드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둥지를 튼 우아한형제들에서는 또 어떤 문장이 내 앞에 떠오를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 앞으로 ‘202n년 세상과 반응하며 도움이 되는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일’, 여기에 추가할 언어를 찾기 위해 또 치열하게 일하고, 깨지고, 고민할 테다.

인생은 돌발과 우연의 연속이다. 하지만 내가 찾은 이 문장을 이정표로 세우며, 내 삶은 방향이 있는 돌발과 우연의 연속이 될 것이라 믿는다. 

송지민(언론ㆍ14년졸) 우아한형제들 배민아카데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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