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비대면 대학생활은 어느덧 과거가 됐다. 그러나 그 시간 겪었던 경험만큼은 그대로 우리의 몸과 기억에 새겨졌다. 이화역사관과 이화미디어센터는 코로나와 함께했던 경험의 의미를 돌아보고 되새겨보자는 의미로 ‘위드 코로나, 위드캠퍼스: 나의 코로나19 대학생활 수기 공모전’을 진행했다. 3월20일부터 4월7일까지 열린 이번 공모전에는 ‘코로나와 대학생활’, ‘코로나학번’, ‘비대면’을 소재로 한 39편의 수기가 접수됐다. 수상자는 8명으로 ▲1등 정은영(커미·21) ▲2등 강채원(국교·20), 김민형(휴기바·20) ▲3등 김민지(
핀란드 헬싱키를 배경으로 하는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2006)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헬싱키에 있는 일본 식당에서 일본인 여성이 “왜 이곳 사람들은 이렇게 여유로워 보이는 걸까요”하고 묻는다. 그때 뒤에 앉아있던 핀란드인 청년이 “숲 때문이에요”라고 답한다. 질문한 이는 대답을 듣고 바로 숲에 다녀오겠다며 이야기를 나누던 식당을 나선다.대학에 와 서울에 살면서 마음이 복잡할 때면 이 장면을 종종 떠올리곤 했다. 노르웨이를 교환학생 목적지로 정할 때도 마음 한편에 자연이 나에게 여유를 가져다줄까 기대하며 떠나왔던 것 같다. 척
켜켜이 쌓인 돌덩이 안쪽에 갇혀 온종일 작고 아득한 머리 위 하늘 한 조각을 바라보는 개구리의 삶이란, 어리석고 자만에 가득 차 있으나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습하고 텁텁한 공기 속에 갇혀 푸르고 차가운 공기를 동경함에도 결코 그것을 맞닥뜨릴 용기는 가지지 못하는 존재. 언제나 같은 크기의 하늘, 언제나 같은 높이의 벽. 변하는 것은 하늘의 찬란한 색과 그곳에 드문드문 박히는 별의 흔적이나 그들은 우물 안 개구리가 절대 닿을 수 없는 존재다.머리 위로 작고 동그란 창이 난 집.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처음부터 축축했고, 곰팡이 내가
드라마/더 글로리(2022)“난 왕자님은 필요 없어요. 난 왕자가 아니라 나랑 같이 칼춤 춰줄 망나니가 필요하거든요.” 누구보다 순수해 보이는 눈빛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남자에게, 주인공은 당신의 사랑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아주 오랜만에 짓는 진심 어린 웃음과 함께. 김은숙의 세계를 향유해 봤던 이라면 누구나 이 대목에서 움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왕자님의 사랑을 ‘거절’하는 여주인공이라니.과연 ‘더 글로리’는 어디를 향해 내달리는 이야기일까. 이 작품의 무엇이 무너지는 김은숙 월드의 진부함을 뒤엎고 신선함을 겸비한 새로운 도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대학보입니다.고된 중간고사 기간이 지나고 싱그러운 풀내음이 가득한 5월도 벌써 중반부에 들어섰습니다. 싱그러운 자연이 도드라져서인지, 그 어느 때보다 생명력이 충만한 날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이런 분위기에는 대동제도 한몫했습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이화그린색 티셔츠를 입고 캠퍼스를 거니는 학우들을 보니 진정한 축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특히 이번 대동제에는 영산줄다리기와 이화인 한솥밥 행사도 본래 방식대로 진행됐습니다. 길고 길었던 코로나19 터널을 이제야 많은 것들이 제자리를 찾는 듯합니다. 정수정,
연일 마약 관련 기사들이 뉴스에 쏟아지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혹은 유명 연예인들에게만 일어나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마약 문제가 우리 삶에 깊이 파고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마약류의 사용이 법적으로 일체 금지되고 있으며, 마약의 원료가 되는 식물이나 원료 등을 재배하거나 소지, 수출입, 매매, 매매알선까지도 금지하고 있어 이를 어길 시 현행법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 이러한 법적 대응에도 불구하고 마약 청정국은 이미 옛말이 되었고, 며칠 전에는 국가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편집자주|그때 학보가 다룬 그 문제, 지금은 해결됐을까? 1656호부터 본지에 실렸던 학내 이슈를 돌아보는 칼럼 '새로고침'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본교 구석구석, 지나치기 쉬운 순간들을 사진기자의 시선으로 포착합니다. 2020년 8월31일 코로나19로 인해 대학 첫 1년을 비대면으로만 보낸 ‘언택트 새내기’들의 비대면 대학 생활을 다룬 기사가 발행됐다. 이후, 2020년 9월21일 지난 학기를 돌아보며 첫 언택트 학기를 맞았던 이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기사가 후속 발행되었으며, 2020년 11월8일 언택트로 진행된 중간시험에 대한
이번 겨울, 나는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의 잔디밭에 앉아있었다. 감사하게도 해외취재 프로그램에 선발돼 덴마크에 다녀왔다. 덴마크에 간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본 적은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디자인학도가 아닌 모습으로. 8년 전에는 내가 당연히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디자인의 나라를 찾는다면 아마도 그 공부를 하기 위해서일 거라고 상상했다. 기자를 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나는 기자였다. 취재하러 간 곳에서는 저녁 식사에 초대받아 10명 넘는 덴마크 청년들과 감자수프를 먹었다. 이 또한 상상 못
본교 컴퓨터공학과를 2021년 졸업하고 곧이어 본교 엘텍공과대학원 인공지능·소프트웨어학 컴퓨터공학전공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어쩌다가 대학원생이 되셨나요?”라는 질문을 올해도 몇 번이나 들었다. 이런 질문의 대부분은 나를 향한 걱정과, 자신이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길에 대한 궁금증에서 해주시는 경우가 많다. 질문에 어려있는 애정을 충분히 느끼기에 감사하기도 하다. 하지만 질문에 대한 답으로, 길고도 긴 여정을 애써 축약해 웃음으로만 설명하게 되는 일이 많았기에 아쉬웠다. 그래서 이 글을 통해 진짜 답을 말해보려고 한다. 덧붙여 나는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프랑스 파리 제1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4년부터 본교에 재직하면서 중세 지중해 문명 교류의 역사, 중세 이탈리아 상인들, 자본주의의 형성, 몽골 시대 동서 교류사, 중세 기독교 순례, 이자 대부의 역사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Le commerce du cotonen Mediterranee a la fin du Moyen Age』(2007), 『중세 지중해 교역은 유럽을 어떻게 바꾸었을까』(2011), 『이탈리아 상인의 위대한 도전』(2015), 『중세
나는 내 생일 이틀 뒤 파리의 페르 라셰즈 묘지(Cimetière du Père-Lachaise)로 왔다. ‘프랑스까지 가서 공동묘지를? 그것도 생일 이틀 뒤에?’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이곳은 언뜻 보면 그냥 정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다. 게다가 쇼팽, 에디트 피아프, 발자크, 몰리에르 등 유명한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그리고 이곳에는 묘지를 설명해주는 투어도 있다. 한국에서는 찾아볼 수도, 상상하기도 힘든 직업이지만,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묘지 가이드를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가기 전에는
3월2일 오후5시. 인생 첫 ‘통학러‘가 된 나는 개강 후 첫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던 길에 발목을 다쳤다. 깁스만은 피하고 싶었지만 결국 붕대를 칭칭 감은 채 병원에서 나왔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50분. 그중에서 걸어야 하는 시간 15분, 지하철 20분, 버스로 환승해 또 15분. 물론 택시를 타고 가면 편하겠지만 가난한 대학생에게 택시비는 사치다. 지도 앱을 켜고 최소 도보 경로를 한참 찾아 헤맸다.다음날 만반의 대비를 한 채 통학길에 나섰다. 깁스를 한 채 역까지 힘들게 걸어가 탄 지하철에 나를 위한 자리는 없었다. 한 칸에 6
자전거를 처음 탈 때 가장 어려운 건 중심 잡기다. 균형을 잡지 못하고 넘어져 버리기 쉽다. 대학에 합격하고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자전거를 처음 탔던 날이 떠올랐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리는데 아빠가 걱정하지 말고 앞만 보라며 자전거 안장을 잡아줬다. 아빠의 말을 믿고 힘차게 발을 굴렀다. 어느샌가 아빠는 없고 나 혼자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그렇게 자전거를 배웠다. 학교 기숙사에 입사하던 날은 아빠가 몰래 안장을 놓았던 순간처럼 준비되지 않은 채로 훌쩍 떠나버린 느낌이었다.홀로서기를 시작한 뒤 다른 사람들보다 뒤처지지 않
영화/컨택트(2017)어느 날 세계 각지에 외계 비행물체 ‘쉘’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세상은 혼란에 빠진다. 미국의 언어학자 루이스는 정부의 요청으로 헵타포드(외계에서 온 생물체, “일곱 개의 다리”라는 뜻으로 영화 내 인물이 외계인을 부르는 명칭)가 왜 지구에 왔는지 알아내기 위해 그들의 언어를 해석하기 시작한다. 쉘에서 만난 물리학자 이안과 웨버 대령, 그리고 각 나라의 연구진들과 힘을 합쳐 헵타포드와 소통하려고 노력하지만, 곳곳에 방해하는 이들이 산재해 난관에 봉착하기도 한다. 그러나 루이스는 끝까지 외계 존재와의 소통 가능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