켜켜이 쌓인 돌덩이 안쪽에 갇혀 온종일 작고 아득한 머리 위 하늘 한 조각을 바라보는 개구리의 삶이란, 어리석고 자만에 가득 차 있으나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습하고 텁텁한 공기 속에 갇혀 푸르고 차가운 공기를 동경함에도 결코 그것을 맞닥뜨릴 용기는 가지지 못하는 존재. 언제나 같은 크기의 하늘, 언제나 같은 높이의 벽. 변하는 것은 하늘의 찬란한 색과 그곳에 드문드문 박히는 별의 흔적이나 그들은 우물 안 개구리가 절대 닿을 수 없는 존재다.

머리 위로 작고 동그란 창이 난 집.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처음부터 축축했고, 곰팡이 내가 가득한 물바닥 위에 앉아있었다. 볕 한줄기 겨우 들어오는 집은 그에게 아늑한 보금자리였고 천적 또한 그를 탐하지 못했으며 그는 자기 삶에 만족했다. 그의 무료한 삶에 한가지 흥밋거리는 집 안에 유일하게 난 창문 바깥으로 느리게 변하는 시간이었다.

그는 작은 창으로 세상을 배웠다. 해가 떠오를 때는 쪽빛 하늘에 주홍빛 물이 들었고 한낮에는 새파란 하늘과 흰색 구름이 번갈아 창을 가득 채웠다. 그의 집 안이 가장 더워질 때쯤, 비스듬하게 들어오는 불길은 어둡던 그의 집을 온통 붉게 물들였다. 눈이 아플 정도로 시뻘건 불의 색은 때때로 그에게 달콤한 유혹으로 다가오기도, 온몸이 굳어버리는 공포로 다가오기도 했다. 몽롱한 기분에 취해있는 날이든, 숨 하나 제대로 뱉어내지 못하는 시간을 겨우 버텨내는 날이든. 그 끝엔 언제나 새카만 암흑이 찾아왔다. 온 세상의 소리와 빛을 모조리 앗아가 그가 탐하기 힘든 벌레의 의미 모를 울음소리만이 가득한 밤은 길었다.

그는 세상을 만져본 적이 없었다. 작은 창에 겨우 들어찬 세상을 보고 때때로 까마득한 곳에서 울리는 소리를 듣는 게 전부였다. 가지지 못하는 것에 대한 갈망은 동경에서부터 시작됐다. 변하지 않는 자기 집과 달리 밝고 오색찬란한 빛깔을 띠며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은 그의 이상이었다. 그의 일과는 대부분이 머리 위에 난 작은 창으로 머나먼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었으나 그는 결코 그 세상의 촉감을 느낄 수 없었다. 닿지 못하고, 가질 수 없는 대상에 대한 그의 순애가 원망의 감정으로 변하는 것은 찰박거리는 물바닥 위에 딛고 있던 발이 진창에 빠지는 것처럼 아무도 모르게 서서히, 그러나 결코 느리다고는 말할 수 없는 속도로.

그는 자신의 축축한 집에 만족했다. 그러나 그는 자기 집이 최선의 환경이 아니라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허용된 것은 작은 창 하나일 뿐인데 그것만으로 많은 사실을 학습한 스스로를 뿌듯이 여기기도 했다. 그의 세상은 작은 창 하나에 가득 찬 하늘이 전부였다. 그는 아무도 듣지 않는 자신의 아늑하고 좁다란 집에서 때때로 자신의 지식을 허공에 뽐냈다. 하늘이 회색으로 변한다면 그건 곧 비나 눈이 올 거라는 뜻이야. 하지만 봄에는 하늘이 맑아도 흰색 꽃잎이 하늘에서 비처럼 내리기도 해. 우리 집 안으로 들어오는 보드라운 꽃잎은 언제나 내 손만큼 작고 분홍빛이 도는 흰색이었어. 바깥에는 분명 이 꽃들만이 가득할 거야. 그의 확신에 찬 목소리를 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제 입 밖으로 낸 자신의 지식을 맹신하며 여느 때처럼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를 집 바깥으로 떠미는 손길은 종종 있었다. 가끔 그의 작은 창가에 앉아 그를 들여다보던 참새가 그랬고 희미하게 전해지는 싱싱한 먹잇감의 냄새가 그랬다. 너는 왜 그곳에 안주하니, 바깥에 얼마나 신기하고 멋진 일들이 많은데! 그는 모든 것에 통달한 자신을 가르치려 드는 참새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을 멍청하게 여기는 듯한 말투, 고작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 외에 저와 다른 것도 없으면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처럼 구는 오만한 태도. 굳이 나가보지 않아도 돼, 나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걸. 이곳이나 그곳이나 별다른 것 없다는 사실을 난 이미 알아. 그렇게 말하는 우물 안의 그를 두고, 참새는 뜻 모를 웃음을 터뜨리며 그 자리를 떴다.

밤이 찾아오기도 전에 머리 위가 검게 변하고, 거센 바람이 기다란 그의 집 안에서 메아리치며 하늘에서 억수 같은 비가 퍼붓는 날. 그런 날이면 그는 집 안에 출렁이며 차오르는 물살을 타고 깊은 바닥에서 오매불망 바라보던 작은 창 가까이에 다가갈 수 있었지만, 결국 그는 마지막의 마지막에 다다라 다시 제가 발붙이고 있던 집의 바닥으로 돌아오길 택했다. 숨을 참고 눈을 감으면 집으로 돌아오는 일은 쉬웠다. 그렇게 바라고 애타던 작고 높은 창으로 향하는 동안엔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전신의 피가 온통 머리로 쏠려 터져버릴 것만 같은 호기심과 두려움, 그와 동시에 설레는 기분이 뇌를 집어삼켰지만. 그의 선택은 언제나 그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어찌나 그렇게 쉽고 달콤하던지. 그렇게 돌아온 깊은 집의 끝자락에 네 발을 단단히 붙이고는 자위했다. 역시 집이 최고라고, 내가 저세상을 원망하던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고.

하늘의 찬란한 색, 그곳에 드문드문 박히는 별. 발아래 고인 물을 통해 그것들을 만질지, 아래를 내려다보지 못하고 언제까지나 닿지 못하는 것을 질투하며 머리 위만 올려다보고 있을지. 차가운 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선명한 태양 아래로 나아갔을 때 그가 과연 바짝 말라 죽어 버릴 개구리일지, 혹은 그 아래 당당히 서 있을 수 있는 다른 존재일지. 제 발을 내려다보지 않는다면 그는 결코 알 수 없을 일이다. 그런데도 그가 살아가고 있는 이유는 분명히 있을 거라고. 우물 안에 드리우던 한 조각뿐인 세상은, 언제나 무수히 많은 풍경을 가지고 창밖에 존재하고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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