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일 오후5시. 인생 첫 ‘통학러‘가 된 나는 개강 후 첫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던 길에 발목을 다쳤다. 깁스만은 피하고 싶었지만 결국 붕대를 칭칭 감은 채 병원에서 나왔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50분. 그중에서 걸어야 하는 시간 15분, 지하철 20분, 버스로 환승해 또 15분. 물론 택시를 타고 가면 편하겠지만 가난한 대학생에게 택시비는 사치다. 지도 앱을 켜고 최소 도보 경로를 한참 찾아 헤맸다.

다음날 만반의 대비를 한 채 통학길에 나섰다. 깁스를 한 채 역까지 힘들게 걸어가 탄 지하철에 나를 위한 자리는 없었다. 한 칸에 6자리 있는 교통약자석에는 이미 노인분들이 앉아계셨다. 시선을 돌려 앉을 좌석을 계속 눈으로 좇았지만 내가 너무 어려 보이는 탓이었을까, 내 깁스가 눈에 잘 띄지 않았던 탓이었을까? 선뜻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는 선의를 베푸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손잡이 하나에 내 몸을 의지한 채 지하철에서 내리기만을 기다리며 20분의 시간을 보냈다.

4월20일은 ‘43회 장애인의 날’이자 ‘22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었다. 이날 장애인 활동가들은 장애인 차별 철폐를 외치며 오체투지 행진을 진행했다.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고취하고 복지 증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제정된 날’에 그들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복지 체제와 인식과 권리를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있었다.

교통약자의 입장이 되어서야 불편함과 부당함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동안 뉴스에서 접했던 수많은 장애인 활동가의 목소리와 권리에 대해 깊이 생각하여 보지 않은 것이 몹시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약자가 되고 싶은 약자는 없다. 사회가 그들을 몰아 내세우며 그들이 외치는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끊임없이 약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언젠간 사회가 변할 그 순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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