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시절 나에게 대학이란 존재는 그저 고등학교 졸업 이후 다니게 되는 학교일 뿐이었다. 고등교육을 거치고 입학에 들어온 나는 졸업요건을 채우고 필수 수강해야 하는 전공 과목들을 찾아 듣는 것에 급급했다.

그러나 학보 기자 생활을 하면서 나는 비로소 학생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그저 글을 전문적으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대학보에 들어왔지만, 여러 인터뷰이들을 만나면서 그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하나씩 알아갈 때 기자로서 가장 큰 뿌듯함을 느꼈던 것 같다.

매 학기 학내 이슈를 접하고 다양한 취재원들을 만날 때 외부적으로 알려져있지 않은 사실을 알기도 하면서 조금씩 달라져 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학내 사안에 주목하고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가볍게 다루지 않으려 궁금한 점들에 대해 즉석에서 물어보기도 했다.

학보 생활을 하면서 대학은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같은 대학에 다니고 있지만 학생들은 저마다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모두 학생이라는 동등한 신분으로 존재한다. 2023년 총학생회 선거에서도 학생들은 직접 학생 대표를 뽑았다. 또한 학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자치단체는 학생들의 복지 개선을 위해 직접 행동하기도 한다. 학보 생활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대학 교육의 주체는 늘 학생들이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학생들은 서로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대학에 다니는 내 주변 친구들만 봐도 좋은 학점을 따기 위해, 교환학생을 가기 위해,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저마다의 삶을 살 뿐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지금 당장 도움이 필요한 다른 학생들의상황을 외면하기도 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같이 대학에 입학했지만 저마다의 이해관계로 서로에 대한 이해 없이 누군가는 말할 기회를 잃기도 한다.

의대 학생 정원을 2000명 증원한다는 뉴스 보도를 접했던 날, 나 또한 그저 제삼자로 존재했다.  주변에서도 ‘수능 입시를 다시 보겠다’라는 우스갯소리를 던질 뿐이었고 의대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은 어떤 상황일지에 대해 생각해 보지 못했다.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고자 할 때도 주변에서는 의대 정원을 증원했다는 사실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우리대학 의대 학생회가 제출한 성명서를 속보 기사로 작성할 때였다. 모두가 의대 증원 자체에만 주목하고 나와 있는 자료들만으로 해당 사안을 이해하려 들었다. 함부로 학생개인이 의대 증원에 대해 의견을 내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의대 학생들은 취재를 거부했고 의대 학생회장도 취재요청에 답변이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의대 학생회가 제출한 성명서를 기반으로 겨우 기사를 완성했지만, 학생들의 문제를 기자 개인이 해석하고 판단했다는 생각에 찝찝한 감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의대 학생회장과 다시 연락이 닿아 인터뷰를 진행하게 됐다.

내 앞에 앉은 학생회장은 한마디 한마디가 날 선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학생들을 대표해 의대 증원에 대한 질문에 모두 답해줬다. 그는 인터뷰를 하게 된 이유로 “이화인으로서 이대학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학 측에 학생들의 입장을 전달하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쩌면 그는 수많은 고민 후에 인터뷰이로 나섰을 것이다. 인터뷰를 통해 의대 정원 증원 보도자료 이면에 있는 학생들의 이야기, 의대 증원이라는 이슈로 주목받지 못하는 학생들의 교육환경에 대해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만약 인터뷰 없이 단순히 기사를 작성했다면 어쩌면 또다시 누군가가 목소리를 낼 기회를 잃어버렸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대학에 다니고 있지만 우리는 사실 모두 각자의 시간대에서 살아가고 있다. 관심 있는 사회 이슈가 저마다 다르고, 각자의 이해관계로 인해 타인을 둘러볼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학보 생활이 한 학기 남은 시점에서 나는 학보 존재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일수록 학보는 학생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려 노력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주변 학생들을 둘러보고 그들의 입장에서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같은 대학에 다니는 학생으로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비로소 건강한 대학 사회로 자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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