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이 두 글자가 주는 의미는 음절의 수와 반비례한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무한한 듯싶다. 사랑을 사전에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정의가 나온다.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하는 마음. 또는 그런 일.’ 의미만으로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이 단어에 나는 나만의 의미를 하나 더하고 싶다. 나에게 사랑이란 ‘타인의 언어를 기꺼이 학습하려는 행위, 또는 그런 마음’이다.

이러한 의미를 더하게 된 계기가 있다. 내가 다니던 학교 앞에는 맛집으로 소문이 난 경양식 돈가스 가게가 있다. 혼자 밥을 먹어야 할 때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자주 찾는 나만의 맛집이다. 여느 때처럼, 이 가게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커플로 보이는 어느 남녀가 가게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남자는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듯했고, 여자는 청각 장애인이었다. 밥 먹을 때 이어폰을 끼지 않는 나는 내 바로 앞자리에 앉은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그 남자는 자신이 얼른 수화를 배워서 누나랑 더 쉽게 대화하고 싶다고 했다. 이 남자의 말 한마디가 나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여실히 느낄 수 있게 해줬다. 이 글 역시 이 남자의 말에서 영감을 얻어 작성하게 됐다.

인간은 모두 하나의 우주와도 같은 존재라고 한다. 고유한 우주의 주인인 우리들은 각자 저마다의 언어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같은 말이라고 해도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의미가 달라지는 것은 아마 각자의 우주에서 경험하는 것들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살고 있는 우주가 아닌 다른 우주에 사는 타인을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그 타인을 사랑하기 위해 그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타인의 언어를 학습하는 행위와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사랑의 정량화할 수 없는 의미도 좋지만, 나는 이토록 아름다운 단어에 나만의 고유한 의미를 한 번 더해보고 싶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 당신의 사랑은 어떠한 언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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