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조선에 태어나 22년을 살고 생을 마감한 ‘김운’(김창협의 셋째 딸)은 생전에 그 형제들에게 “만일 남자가 될 수 있다면, 깊은 산 속에 집을 짓고 수백 수천 권의 책을 쌓아두고 그 가운데서 조용히 늙어 가는 것으로 충분하다”(‘오씨에게 시집간 딸의 묘지명’, 「17세기 여성생활사자료집3」)는 말을 했다고 한다.김운 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책 읽기를 좋아한다. 책을 제일 좋아했던 시절은 초등학교 때였다. 페미니스트가 되려고 그랬는지, 어릴 적 나는 ‘질문이 많은(?)’ 아이였고, 엄마에게 야단맞는 때가 꽤 있었다. 하지 못
2020년 재테크의 키워드가 ‘동학 개미’라면, 2017~2018년에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그 주인공이었다. 당시 금융부에서 일했는데, 우리 부서에서도 많은 인력과 시간을 할애해 ‘가상화폐 광풍’으로 시리즈 기사를 냈다. 특히 20·30대 또래들이 깊이 빠져있었다. 너도나도 가상화폐를 외치던 2017년 말~2018년 초에는 1비트코인의 시세가 6개월 전 대비 3배 넘게 뛰어 2400만원까지 치솟았다.가상화폐가 대유행하기 6개월 전쯤인 2017년 5월에 그 존재를 알게 됐다. 빗썸·코인원·코빗 등 3대 가상화폐 거래소 본사에 취재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은 가까이코로나19와 공존하는 사회에서편견보다는 따뜻한 위로를 지난겨울 코로나19의 소식을 접하고, 어느덧 또다시 겨울을 준비하는 시간이 돌아오고 있다. 2020년은 우리 모두에게 어떤 한 해로 기억될까? 코로나19가 전파되기 시작한다는 소식을 접한 초기에는 새로운 바이러스 유행이지만, “그래 이전처럼 이겨낼 수 있을 거야”, “조금만 참으면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거야”라는 생각들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이제는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기’라는 주제들에 대해 논하고 있다.초기 대구의 특정 집단에서 많이 발생했던 코
당신은 ‘치느님’을 아는가? 치킨은 다수의 한국인이 즐겼고, 즐기고 있는 음식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터넷상에서 치킨을 신성시하는 유머가 유행한 후부터 사람들은 유독 치킨을 더 좋아하고 찬양하기 시작했다. 동조자가 늘어나고 유머가 확대 및 재생산되며 사람들은 극단적으로 치킨을 좋아하게 됐다. 이는 채식주의자나 비거니즘 지향인들과 같이 ‘다른 의견’의 사람들에게는 썩 반갑지 않은 상황일 것이다.현재 우리 사회는 집단 극단화가 팽배해 있다. 집단 극단화는 동일한 생각을 하는 집단 사이에서 구성원의 의견이 극단으로 흐르는 현상을
코로나19로 인한 내 삶의 큰 변화는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일요일 아침이 되면 TV로 유튜브 스트리밍을 켠다. 익숙한 교회의 모습이 보이고, 스피커에서 찬양과 말씀이 들린다. TV와 스피커는 예배의 현장감을 가로막는다. 편안한 공간에서 예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다. 설교 시간에 배가 고파지면 과일을 꺼내 깎아 먹는다. 강아지가 거실로 나와 애교를 부리면 나의 시선은 강아지로 옮겨 간다. 예배가 끝나면 마음을 쏟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죄책감을 느낀다. 예배의 방식이 바뀌니 나의 신앙마저 변한 것 같다.코로나 상황이 심
안녕하세요, 이대학보 독자 여러분. 벌써 10월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날씨도 제법 쌀쌀하네요. 완연한 가을인듯 합니다.학보도 벌써 상반기 발행 한 번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쁜 한 달이었습니다. 오늘은 학보에서 야심차게 준비중인 프로젝트 하나를 소개하려고 합니다.바로 ‘학보 브이로그’입니다. ‘브이로그’(VLOG)는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로,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를 말하죠. 학보는 독자 여러분과의 재미있고 편안한 소통을 위해 브이로그를
지난 1월, 국내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처음 발생한 이후 8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 생활에는 크고 작은 변화들이 찾아왔다. 미세먼지가 심한 봄철에나 쓰던 마스크는 이제 한여름에도 빼놓지 못할 만큼 내 피부처럼 됐다. 사무실이나 학교와 같은 사회적인 영역은 집 방구석으로 옮겨왔다.갑작스러운 변화에 일상은 쉽게 흔들렸다. 모두가 처음 겪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불안은 커져만 갔다. 언제 어디서 코로나19에 감염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짧은 외출에도 긴장을 유지해야 했다. 누군가를 만나는 날엔 나도 모르게 상대에게 경계심을 느끼기도 했다.
지역화폐에 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올라왔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이 통계청 통계빅데이터센터(SBDC)를 통해 2010~2018년 3200만개 전국 사업체의 전수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역화폐 발행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관측되지 않았다. 이어, 화폐발행비용 등 여러 손실만을 부작용으로 남겼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지역화폐 운영에 사용된 부대비용을 산정한 결과 경제적 순손실이 올해 226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는 초등학생 때 숙제로 매일매일 일기를 썼다. 선생님께 혼나지 않으려 학교에 일찍 도착해 화장실 변기 뚜껑을 내리고 그 위에서 쓰기도 했다. 급한 마음에 글자는 날아가기 직전이었다. 급작스레 사춘기가 찾아온 중학생 땐 겪은 일보다 명언을 기록했다. 남이 한 한마디에 그날들의 감정이 함축돼 있었다. 고등학생 땐 대학이라는 목표에 성공적으로 도달하기 위해 스터디플래너의 작은 칸 안에 나를 욱여넣고 채찍질했다. 그랬던 나는 성인이 됐고 오로지 100% 자의로 일기를 쓸 수 있게 됐다. 나의 감정을 쏟아내기 위해, 순간의 감정을 기록하
‘중2병’이라는 말을 싫어했다. 나는 14살에 성장통의 정점을 찍었다. 시도 때도 없이 소용돌이치는 감정과 생각들을 차분히 곱씹어볼 여유는 없었고, 나의 감정과 생각을 정제된 말로 표현하기엔 아직 미숙했다. 결국 나를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나 자신을 ‘중2병’이란 말로 뭉뚱그렸다.이화로의 입학은 내 수험생활의 해피엔딩이자 스무 살의 첫 페이지였다. 집을 벗어난 자유, 새로운 사람들. 자유롭고 행복했던 일상도 잠시 ‘중2병’을 1년 일찍 앓았던 탓일까. 나에게 ‘대2병’은 1학년에 찾아왔다. 대2병은 다수의 20대가
여러모로 참 힘들고 울적한 한 해다. 지면에서도 온라인에서도 밝은 기사를 찾아보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신문에서 봤으면 하는 사진이 있느냐고 주변에 묻자, 멋진 자연을 봤으면 좋겠다는 답이 돌아왔다.비가 한차례 거칠게 오고 난 뒤, 이화를 둘러싸고 있는 안산에 올랐다. 광활히 펼쳐진 서울의 전경과 구름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산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오늘도 치열하게 살았을 독자분들이 이 사진을 보고 짧게나마 한숨을 돌렸으면 한다.
그다지 기억력이 좋은 건 아니지만 그날이 또렷하게 생각난다.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 어머니가 일하시던 학교의 도서실에 홀로 남겨진 날이다. 창문으로 비치던 햇빛, 오래된 책 냄새, 의자 삐걱거리는 소리까지 아직도 생생하다. 일주일간 당직 교사를 맡은 어머니는 잠긴 도서실 문을 열고 무슨 책이든 맘대로 봐도 좋다고 하시고는 교무실로 향했다.그곳은 천국이었다. 셜록 홈즈, 철가면, 삼총사, 톰 소여의 모험…. 의 영사실에 앉아 있던 토토처럼, 아무도 없는 도서실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런저런 책을 정신없이 읽었다.
“아빠는 날 싫어해요.”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내게 말했다. 담담하게 나온 아이의 말에 정말 많이 놀랐다. 사랑만 받으며 커야 할 나이에 미움을 먼저 알아버린 아이의 말이 아프게 느껴졌다. 최근 천안 아동학대 사건의 1심 선고 내용을 담은 기사를 읽으며, 문득 이 말과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올해 겨울, 지방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일주일간 방학 캠프를 진행했다. 그곳에서 한 아이를 만났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참 피곤한 친구였다. 프로그램 중 친구와 싸우는 건 기본이고, 난생처음 들어보는 욕을 마구 내뱉었다. “친구와 싸우지 마라”
쓸모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가훈이 없는 우리 집에서 일종의 불문율이었다. 부모님은 나와 언니가 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에 한 번도 아쉬움을 드러낸 적 없지만, 여자도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믿음만큼은 확고한 분들이셨다. 입학 원서를 넣을 때 별 망설임 없이 부모님 뜻에 따른 것은 그 때문이었다. IMF를 겪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라 취업 문은 좁았지만, 비서학과(현 국제사무학과)만큼은 100% 취업이 보장된다는 얘기가 든든하게 느껴졌다. 두 살 위의 언니가 이미 비서학과에 잘 다니고 있으니 걱정할 건 조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언론과 국민을 잇는 다리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신입사원이던 4년 전, 지금은 사라진 ‘직장인 칼럼’이란 학보코너에 글을 기고한 적 있다. 그때 썼던 글을 4년 만에 다시 꺼내보는데 다소 어색했다. 글에서는 오랜 꿈이었던 기자의 길을 가지 않은 것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 치열한 취재 현장과는 사뭇 대비되는 언론분쟁 현장에서 일하게 된 사회초년생의 긴장감이 느껴졌다.4년 전 본인이 쓴 글이 아무래도 어색한 것은 그 사이 크고 작은 삶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이곳에 근무하며 언론법제 영역을
많은 일을 겪었던 올해 여름, 우리는 함께 지붕을 수리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오자, 테라스를 덮은 낡은 지붕에서 비가 샜기 때문이다. 사다리를 타고 지붕에 올라가자 밝은 회색빛으로 흐릿하게 반짝이는 아침 안개 속에서 세상은 오직 약간의 현기증이 섞인 공기와 울타리 나무들의 초록 상층부로 이루어진, 평평하게 어른거리는 빛과 균형의 어떤 상태였다. 울타리 나무들의 우듬지는 바람 속에서 흔들리며 장엄하게 술렁거렸다. 이웃집 고양이가 수풀 사이로 지나가는 것이 아득하게 멀리 내려다보였다. 지붕을 디디는 낯선 발소리는 정녕 우리의
정부가 추석 연휴 시작(9월30일) 전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차 재난지원금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급된 반면, 2차 재난지원금은 소상공인과 저소득층을 위주로 일부 계층에게 선별적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외에도 미취학아동초등학생이 있는 가구에는 ‘특별돌봄비용’ 지원, 13세 이상 통신비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일괄적 지원을 요구하는 의견도 있다. 지원대상에 단란주점이 포함된 반면 유흥주점은 포함되지 않는 등 지급 기준이 형평성 없다는 지적과 함께 지급 기준 충족 여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