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치느님’을 아는가? 치킨은 다수의 한국인이 즐겼고, 즐기고 있는 음식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터넷상에서 치킨을 신성시하는 유머가 유행한 후부터 사람들은 유독 치킨을 더 좋아하고 찬양하기 시작했다. 동조자가 늘어나고 유머가 확대 및 재생산되며 사람들은 극단적으로 치킨을 좋아하게 됐다. 이는 채식주의자나 비거니즘 지향인들과 같이 ‘다른 의견’의 사람들에게는 썩 반갑지 않은 상황일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집단 극단화가 팽배해 있다. 집단 극단화는 동일한 생각을 하는 집단 사이에서 구성원의 의견이 극단으로 흐르는 현상을 말한다. 집단 극단화는 집단의 편향성에 기인하며, 일상생활부터 정치사회 문제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사회 현상이다.

2015년의 인터넷상에서 페미니즘의 대두는 집단 극단화의 순기능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성차별에 대한 논의의 장이 부재했던 가운데 인터넷을 통해 여성들이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의견을 강화하며, 페미니즘의 새로운 물결을 일으켰다. 페미니즘과 더불어 정치적 극단화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각 정당의 지지자를 흑백논리로 구분하여 공격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정치인을 마치 연예인처럼 맹목적으로 지지하고 본인의 정치 성향과 조금 어긋나는 발언을 한 사람을 심하게 비난하기도 한다.

분류는 고립을 부르고 고립은 극단을 부른다. 소셜 미디어에 유행처럼 떠도는 소위 ‘급 나누기 문화’는 동질적인 집단 간의 유대감을 강화함과 동시에 ‘나와 다른 인간’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가지게 만든다. 금수저와 흙수저, 인싸와 아싸 등의 유행어가 그 사례다. 빈부의 스펙트럼에 놓여있는 개인들이 ‘수저’로 분화되고,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이 다양한 개인이 ‘인싸’ 혹은 ‘아싸’로 규정됨으로써 상호 간 심리적 고립이 발생한다. 이러한 급나누기 유머와 가십을 통해 분리와 극단은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이외에도 종교와 비종교인, 신념, 사회적 지위, 문화에 따른 집단의 분화와 극단화는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인간은 모두 다르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복잡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의견의 다양성이 필연적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극단적인 상대주의를 주장하는 건 아니다.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타인을 멸시하는 행위는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한편 내 의견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에 앞서 갖추어야 할 것은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겸손이다. 나 또한 집단 극단화에 휩쓸려 의견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고, 남의 생각에만 따라간 적이 많았음을 반성한다. 프랑스의 계몽주의 작가 볼테르의 말로 자주 인용되는 문구가 있다. “I disapprove of what you say, but I will defend to the death your right to say it. (나는 당신 말은 부인하지만, 말할 권리는 절대적으로 옹호한다)” 옛날에 읽었던 이 문구는 오늘 내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앞으로 사회를 이끌어 갈 Z세대의 새로운 물결, 트렌드는 극단과 편향이 아닌 포용과 다양성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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