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국내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처음 발생한 이후 8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 생활에는 크고 작은 변화들이 찾아왔다. 미세먼지가 심한 봄철에나 쓰던 마스크는 이제 한여름에도 빼놓지 못할 만큼 내 피부처럼 됐다. 사무실이나 학교와 같은 사회적인 영역은 집 방구석으로 옮겨왔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일상은 쉽게 흔들렸다. 모두가 처음 겪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불안은 커져만 갔다. 언제 어디서 코로나19에 감염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짧은 외출에도 긴장을 유지해야 했다. 누군가를 만나는 날엔 나도 모르게 상대에게 경계심을 느끼기도 했다. 사적 공간과 사회적 영역의 구분이 어려워지자, 프라이버시 노출 역시 문제였다. 화상회의를 할 땐 선뜻 카메라를 켜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서로 검은 화면만 바라본 채 대화를 하기도 했다.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듯한 기분에 내 말이 잘 전달되고 있는지 확인하기는 당연히 어려웠다. 어쩌면 카메라 너머에서 회의에 귀 기울이고 있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의심이 마음 한구석에 피어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불확실성 속에서도 함께 확신을 만들어 가려는 노력들 덕분에, 코로나 시대 적응기는 그럭저럭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이제 카메라를 켜고 화상회의에 참여한다는 건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회의에 집중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기 위한 암묵적인 약속이다. 얼굴을 보여주면서도 사적 공간은 가리기 위해 배경 합성 기능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해변, 우주와 같은 배경을 사용해 독특한 장소에서 회의에 참여하는 듯한 팀원의 모습은 오히려 소소한 재밋거리가 됐다. 또한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더 분명하게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개인이 가진 감염 혹은 전파 가능성을 낮추고자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각자의 방식으로 불확실한 일상 속에서 확신을 채워가고 있는 것이다.

여러 사람들의 노력 덕분에 코로나19 확진자 추이도 상대적으로 안정을 찾은 듯하다. 일일 확진자 수가 최대 800명을 돌파하기도 했던 2~3월에 비하면, 최근의 일일 확진자 수는 100명대로 크게 줄어들었다. 얼마 전에는 38일 만에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두 자릿수로 떨어졌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렸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4일 만에 또다시 확진자 수가 세 자리로 들어섰고, 민족 대이동의 명절인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통계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20대가 가장 많다. 사회경제적 활동이 활발한 다른 세대들과 합쳐봤을 때, 2050세대가 전체 확진자의 64.24%를 차지한다. 반면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통계에서는 달랐다. 60세 이상의 고령층에서 그 비율이 각각 88%, 93.9%로 현저히 높게 나타났다. 고령층이 코로나19에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주는 결과이다. 그리고 이것이 이번 추석 고향 방문을 우려하는 이유기도 하다. 지역 간 이동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둘러앉는 세대 간 접촉 역시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3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열에 여섯(57.7%)은 이번 명절에 고향에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18%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고향 방문 자제를 권고했고, 명절 연휴를 포함해 9월28일~10월11일(일)을 ‘추석 특별방역기간’으로 정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추석 연휴 기간 숙박 예약률은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중대본의 발표에 따르면, 22일 기준 연휴 기간 호텔 예약률은 강원도 94.9%, 제주 56%에 달한다. 게다가 제주도에는 9월26일~10월4일(일) 동안 최대 30만 명이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고향에 가지 않는 대신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기로 선택한 것이다.

연휴 기간을 기점으로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재확산하지 않을까 하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물론, 앞으로의 확산세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 위험을 줄일 가장 확실한 방법을 알고 있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상황을 확신으로 채워나가기 위해 여러 사람의 힘이 필요한 때다. 지금껏 쌓은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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