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언론·16년졸) 언론중재위원회 기획팀
박선영(언론·16년졸) 언론중재위원회 기획팀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언론과 국민을 잇는 다리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

신입사원이던 4년 전, 지금은 사라진 ‘직장인 칼럼’이란 학보코너에 글을 기고한 적 있다. 그때 썼던 글을 4년 만에 다시 꺼내보는데 다소 어색했다. 글에서는 오랜 꿈이었던 기자의 길을 가지 않은 것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 치열한 취재 현장과는 사뭇 대비되는 언론분쟁 현장에서 일하게 된 사회초년생의 긴장감이 느껴졌다.

4년 전 본인이 쓴 글이 아무래도 어색한 것은 그 사이 크고 작은 삶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이곳에 근무하며 언론법제 영역을 실무적으로 접하게 됐고, 그 틀 안에서 미디어 이슈를 바라보게 됐다는 점이다. 사실 학교를 다닐 적 언론법제 수업은 전공과목 중에서도 누구나 듣는 아주 대중적인 수업은 아니었다. 각종 법률 용어와 판례들이 등장하니, 수강생 대부분은 어렵고 딱딱하고 특수한 학문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입사 후에야 석사 과정을 병행하며 언론법제 공부를 제대로 하게 됐다. 함께 수업을 들은 현직 언론인들의 조정·중재 참여 경험을 바탕으로 각종 언론법제 이슈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을 공유했던 것은 참으로 유익한 경험이었다.

최근 기획팀으로 부서를 이동하기 전까지 근무한 연구팀에서의 경험 역시 언론법제 영역에 대한 학술적 관심을 크게 갖게 된 계기였다. 언론중재위원회는 근 40년 동안 오보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정정보도 등의 피해구제를 하는 사회적 기능을 해왔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언론보도로 인한 인격권 침해 문제를 법적·윤리적 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한 귀중한 학술자료를 축적해왔다. 최근까지도 연구팀에서 <언론중재>라는 언론법제 전문지를 기획하는 업무를 맡았는데, 언론법제 자료를 공부하다보니 ‘미디어와 인격권’이란 측면에서 언론에 대한 다른 의미의 관심이 생긴 것이다. 

코로나19 보도로 피해 호소하는 언론조정 신청 

유튜브에 중요하게 떠오른 인격권 문제 

언론법제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보편적 영역이기도

예를 들어 코로나19와 관련한 언론 보도에 있어서도 우리 위원회 및 언론법제 영역에서는 다양한 인격권 문제에 주목한다. 단순히 이번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한 흥미로운 뉴스가 얼마나 신속하게 보도됐는지, 어떠한 다양한 프레임들이 활용됐는가보다는 특정 지역, 국가, 집단 등에 대한 분노를 유도하는 혐오·차별적 표현은 없었는지, 보도 과정에서 감염자의 신상을 과도하게 노출하는 문제는 없었는지 등에 관해 고민하는 것이다.

언론 입장에서는 심각한 재난 상황에서 정보를 최대한 정확하고 신속하게 국민에게 전달하는 것이 마땅한 소임일 것이다. 그러나 감염자의 이동 동선, 신상 등에 대한 과도한 상세 묘사는 감염자를 n번 환자라고 지칭했다 할지라도 감염자가 주변인들에게 특정되는 심각한 인격권 침해를 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보도와 관련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언론조정 신청 역시 위원회에 꾸준히 들어오고 있으며, 인격권 침해 우려가 있는 코로나19 관련 보도에 대해 위원회 시정권고소위원회에서 시정권고를 한 사례들이 있다.

오보, 정정보도, 반론보도, 명예훼손, 프라이버시, 인격권, 모욕. 업무의 일환으로 매일 뉴스검색창에 검색해보는 키워드들이다. 이렇게 검색을 해보면 정치인, 연예인, 시민단체부터 일반인의 소송 사례까지 정말 많은 기사들이 쏟아진다. 언론법제 영역에서 관심을 갖는 이러한 키워드들은 비단 전통적 ‘언론’으로 분류됐던 신문, 방송 영역뿐만 아니라 유튜브, SNS 등 각종 뉴미디어에서 더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는 인격권 문제이기도 하다. 이렇듯 언론법제 분야는 매우 좁고 특수한 영역 같아 보이지만, 실은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보편적 영역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언론법제 영역은 실무적으로나 학술적으로나 매우 흥미로운 분야이다. 실무적으로는 언론중재위원회 같은 기관이 언론보도로 인한 각종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현직 기자나 PD 역시 자체적으로 보도윤리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거나 옴부즈맨 제도 등을 운영하는 식으로 노력하고 있다. 학술적으로는 언론계 학자들과 법학계 학자들이 한국언론법학회 등을 통해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다. 이 글을 주로 읽게 될 독자층인 이화인 역시 언론계·법조계·학계 등 다양한 영역에 진출해, ‘언론법제’라는 영역에서 교류할 수 있길 기대한다.

박선영 언론중재위원회 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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