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2030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을 비롯한 커리어 활동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해 본지는 사회 각지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화잡(job)담'을 연재 중이다. 1656호부터는 인스타그램에서 독자들의 질문을 받아 인터뷰 질문을 구성한다. 이번 호는 GS SHOP에서 근무하고 있는 쇼호스트의 삶을 다룬다.

 

GS 홈쇼핑 쇼호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백한결씨의 비결은 주위 사람들의 말 하나하나 귀 기울여 듣는다는 것이다.   이자빈 사진기자
GS 홈쇼핑 쇼호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백한결씨의 비결은 주위 사람들의 말 하나하나 귀 기울여 듣는다는 것이다. 이자빈 사진기자

상품이 출시되고 고객의 손에 닿기까지는 많은 이의 노력이 필요하다. 쇼호스트는 기업과 고객 사이 양측의 만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효과적으로 상품을 선보일 방법을 구상한다. 그들은 탄탄한 발성과 순발력으로 홈쇼핑을 진행하며 시청자들의 상품 구매를 유도한다. 대한민국 4대 홈쇼핑 중 하나인 GS SHOP에서 쇼호스트로 재직 중인 백한결(사학·18년졸)씨를 만났다.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과 맡은 업무는

GS SHOP 쇼호스트로 3년째 일하고 있다. 우리 회사는 생방송 채널, 녹화 채널(데이터 홈쇼핑), 모바일 채널 세 개로 구성된다. 세 가지 채널 모두 출연하며 고객을 설득해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쇼호스트 업무를 하고 있다. 쇼호스트는 방송에서 말하며 물건을 판매하는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상품 전략 회의도 참석해야 한다. 회사의 ◆MD(Merchandiser)가 업체와 미팅을 통해 홈쇼핑에서 판매할 상품을 마련해 오면 MD, 홈쇼핑 방송 담당 PD, 상품 업체 관계자, 쇼호스트가 모두 모여 전략 회의를 진행한다. 방송 전 마케팅은 어떻게 할지, 어떻게 구매를 유도할 건지, 방송 콘셉트는 어떻게 할 건지 등의 내용을 상의한다.

 

이 직종을 택한 계기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일했다. 승무원으로 일한 지 3년째 되던 해에 코로나19가 발생해서 휴직 기간이 예상치 못하게 길어졌다. 그 시기를 겪으면서 다른 직업에 도전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원래 방송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어렸을 적부터 쇼호스트 성대모사를 하는 게 특기였다. 또 친구들도 쇼호스트 하면 잘할 것 같다고 추천해 줘서 바로 준비를 시작했다. 쇼호스트는 방송에서 본인의 감정과 경험을 고객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깊이 있는 준비를 하기 위해 쇼호스트 학원에 등록해 성우 수업과 발성 수업도 듣고 판매 방송의 기초를 배웠다. ‘오늘은 무슨 멘트를 해볼까’ 고민하는 일이 즐거웠다. 즐기는 내 모습을 통해 ‘쇼호스트가 천직일 수 있겠다’고 생각해 이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전공과 다른 업무를 하면서 겪은 어려움이 있었다면

사학과가 정해진 길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좋았다. 망망대해 속에서 진로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길로든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승무원도 할 수 있었고 쇼호스트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학과 전공생들은 진로가 무척 다양한데 공통점은 자유롭고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지녔다는 것이다. 홈쇼핑에서도 화면 밖 고객에게 의미 없는 말을 하면서 설득할 수 없다. 사학을 공부하면서 기승전결이 확실한 논리 구조를 배운 경험은 쇼호스트로서 고객을 설득하고 상품 판매를 구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 또 맡은 상품과 관련된 방대한 양의 정보들을 매번 머릿속에 꽉 채워서 방송에 들어가야 하는 것도 암기력이 필요한 사학을 공부했던 게 밑바탕이 됐다. 

 

쇼호스트 입사 과정과 준비 방법은

서류 전형, 카메라 테스트, 면접 전형으로 나뉜다. 세부 사항은 홈쇼핑 회사마다 다른데 공통적으로는 서류 전형에서 자기소개 동영상을 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수십 번씩 찍으면서 말투와 표정 등을 수정한다. 서류를 통과하면 카메라 테스트를 본다. 면접자의 실제 목소리와 말투가 어떤지, 회사에서 추구하는 쇼호스트의 이미지와 잘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 후엔 면접 전형에서 상품 판매 시연을 한다. 상품 판매 시연은 대부분 당일에 무작위로 상품 카테고리가 주어지기 때문에 충분히 준비해서 가야 한다. 회사마다 면접 횟수나 자기소개서 여부도 다르다. 기본기를 잘 갖추고 나만의 강점을 만든 후 홈쇼핑 회사마다 추구하는 이미지를 더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쇼호스트의 가장 중요한 역량은 

홈쇼핑은 대본이 없기 때문에 순발력 있게 말을 잘하는 능력이 제일 중요하다. 수다스럽고 평소에도 말을 청산유수로 잘하는 사람이 쇼호스트 하기에 유리한 것 같다. 주로 생방송으로 진행되니 자신감도 중요하다. 카메라 앞에서 고객에게 “이 상품 좋으니까 사라”고 당당하게 말씀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또 쇼호스트는 늘 세상 흘러가는 트렌드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해서 다방면으로 경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책이나 신문도 꾸준히 읽고 길거리, 대형 쇼핑몰, 지하철 등에 있는 사람들 옷차림도 많이 본다. 일상에서 얻는 경험이 다 방송에서 쓸 수 있는 멘트 소재가 된다. 

 

방송계를 꿈꾸는 이화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책 많이 읽고 여행도 다니고 다양한 아르바이트도 해보면서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잘 파악해 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쉬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집에서 가만히 누워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야 진정한 내가 누구인지 파악할 기회가 늘어난다. 실패할까 봐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가 있으면 두드려 보는 자세를 키웠으면 좋겠다. 또 이화의 최대 장점은 그 분야를 먼저 걸어가신 선배님이 많다는 것이다. ‘톡톡선배’ 프로그램도 잘 활용하길 바란다. 학생 때는 선배들에게 실례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연락하는 걸 무서워할 수도 있는데 학생이라는 이유로 뭐든 다 해봐도 된다. 학생은 조금 실수하거나 실패해도 다 용서되는 때 아닌가. 

특히 방송계 준비하는 사람들은 “이 방송국은 이런 스타일 좋아한대”, “여기는 사람 진짜 많이 안 뽑는대” 하는 소리를 많이 들을 텐데 남의 말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만의 강점이 무엇인지, 또 자신이 이 직업을 통해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구체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꾸준히 꿈을 위해 쌓은 노력들은 분명 언젠가 본인을 원하는 자리에 데려가 줄 것이다. 

 

◆MD: 상품 기획자. 홈쇼핑에서 팔 상품을 업체와 미팅을 통해 마련하고 판매 전략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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