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이화여대 안전팀!

노동자에게 책임 전가한 책임자 처벌하라!

ECC 밸리와 본관 사이에 설치되어 있는 노조 천막의 모습. 강연수 사진기자
ECC 밸리와 본관 사이에 설치되어 있는 노조 천막의 모습. 강연수 사진기자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이화여대분회(민주일반노조)의 시위가 약 3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2023년 12월 16일 본관 앞에서 시작된 피켓 시위는 6일부터 ECC 선큰가든에서 진행 중인 천막 농성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용역업체와 학교 사이에 발생한 문제에 노동자를 끌어들이지 말라”며 “용역업체가 ECC 화재 사건 손해배상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할 위험이 있으니 학교 측에서 미리 사전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본관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교내 노동자들. 이화여대 안전팀의 손해배상 청구를 규탄하고 있다. 하영은 미디어기자
본관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교내 노동자들. 이화여대 안전팀의 손해배상 청구를 규탄하고 있다. 하영은 미디어기자

시위가 시작된 결정적 계기는 2023년 3월 발생한 ECC 화재 사건이다. ECC B6층에 위치한 공조실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연기가 삼성홀 내부로 들어가 스프링쿨러가 터졌다. 관리처 안전팀(안전팀)은 “스프링쿨러 살수로 삼성홀 무대장치에 약 79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화재의 원인이 공조실에 있던 담배꽁초라고 보고 있다.

화재 발생 직후 안전팀에서 ECC를 담당하는 용역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안전팀과 노동자 간 갈등이 본격화됐다. 민주일반노조 사무장 손종미씨는 “실제로 용역업체가 당사자에게 학교로부터 받은 손해배상청구 공문을 보여줬다”며 “당사자는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역업체가 노동자들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다 보니, 용역업체가 노동자들에게 학교가 입은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물기 쉬운 구조기 때문이다.

민주일반노조는 “앞으로 용역업체가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지 않도록 학교에서 미리 조치를 취해달라는 공문을 안전팀에 보냈지만 3개월째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CC 화재사건 같은 피해가 발생했을 때 용역업체가 노동자에게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도 노동자를 보호해 줄 조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대학 안전팀은 “학교가 손해를 입었는데 손해배상청구를 안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화재 사건 이후 3년 이내에 학교가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소송 자체가 무효가 돼 학교가 입은 피해를 보상받을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안전팀은 “용역업체의 손해배상보험 가입을 계약조건으로 용역업체가 노동자에게 추가적인 배상책임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우리대학은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용역업체와만 고용계약을 작성하다 보니 민주일반노조와 대학 간 직접적인 소통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주일반노조는 안전팀에 “용역업체의 과실로 인한 손해에 대해 용역업체가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도록 협조 바란다”는 공문을 보냈지만 안전팀으로부터 답을 받지 못했다. 반면 안전팀은 “학교가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소통할 수 없다”며 “노동자 대우는 용역업체의 권한”이라고 말했다.

안전팀은 “직접고용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는 용역업체 소장 및 관리자를 통해 노동자들과 소통할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손씨는 “안전팀이 노동자들에게 수시로 전화해 지시 사항들을 전달하면서 막상 노동자들의 도와달라는 목소리는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씨는 “안전팀에 계속 문의해도 3개월째 내부 조율 중이라는 답변만 얻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일반노조는 실제로 노동자에게 ECC 화재발생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점도 주장하고 있다. 시위는 “화재사건의 책임이 노동자에게 없다”는 민주일반노조의 주장에서 시작됐다. 안전팀은 “공조실에 노동자가 들어갔다 나온 후 얼마 되지 않아 불이 난 모습이 CCTV에 찍혔다”며 노동자 과실로 화재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화재 사건의 피의자가 된 노동자는 초기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해당 결과에 불복하고 현재까지 형사재판 1심을 진행 중이다. 피의자가 속한 전국민주일반노조는 화재의 원인을 피의자라고 볼 수 없으며, 아직 재판 진행 중이므로 학교의 손해배상 청구가 성급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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