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대학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졸업하는 그날까지, 취업은 2030세대의 목표이자 고민이다. 이대학보는 1679호부터 ‘잡(job)담 A-Z’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이를 통해 취업 트렌드, 계열별 인기 직업, 월별 공채 준비 방법 등 직업과 취직에 대해 A부터 Z까지 꼼꼼하게 훑어본다. 이번 호에서는 많이 들어봤지만 막상 어떤 의미인지 잡히지 않는 ‘취업 트렌드’가 무엇인지 파헤치고, 취업을 위해 어떤 것을 노력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자격증을 따고 토익, 토플 등 공인어학시험 고득점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사람들. 바로 취업을 눈앞에 둔 대학생들의 모습이다. 자격증과 관련이 있는 직무를 원하는 것이 아님에도, 이력서 속 단 한 줄에 불과한 자격증이 여전히 취업 필수 코스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취업 준비 모습은 10년 전과 지금이 다를 바 없는데,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취업 트렌드’라는 단어 아래 시시각각 변한다. 취업 준비를 앞두고 막막한 마음을 갖고 있는 이화인들을 위해 인재개발원(인개원), 인적자원개발 전문가 이재영 교수(교육공학과), 취업에 성공한 이화인들을 만나 요즘 취업 트렌드에 대해 들어봤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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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트렌드, 그게 뭔데?

기업의 경영 방향은 시대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한다. 따라서 기업은 때마다 경영 방향에 걸맞은 인재를 뽑고자 취준생들에게 원하는 인재상과 채용 방식 공고 등을 통해 일종의 신호를 보낸다. 여러 회사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신호와 취업시장의 분위기는 자연스레 하나의 취업 트렌드가 된다. 인개원은 “기업이 그때그때 추구하는 경영 방향과 조직 운영 방침을 통해 취업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취업 트렌드를 살펴볼 때는 단순히 기업이 취업 공고에 내건 인재상만을 분석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기업이 향하고자 하는 방향을 분석해야 한다.

 

이제는 스펙보다 스킬, SBO의 시대

스킬 기반 조직(Skill Based Organization⋅SBO)은 말 그대로 스킬(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조직, 회사라는 뜻이다. 과거에는 조직이 직무 중심으로 구성원을 관리하고 육성하는 전략을 세웠다면, 현재는 스킬 중심으로 그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이때 스킬은 ‘하드 스킬’과 ‘소프트 스킬’로 나뉜다. 하드 스킬은 코딩 능력, 데이터 분석 능력 등 업무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기술적 스킬이고 소프트 스킬은 커뮤니케이션 능력, 창의력, 잠재력, 리더십 등 개인의 고유한 인간적 스킬이다.

AI나 빅데이터 같은 기술이 빠르게 상용화되면서 2~3년 전부터 많은 기업에서는 SBO 방식으로 조직을 구성해 왔다. 이 교수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조직을 민첩하게 관리하는 데 효과적인 SBO가 최근 트렌드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세상의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줄 아는 것이 회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SBO는 인재를 뽑을 때 그 사람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 등 지원자가 가진 스킬에 초점 맞춘다. 스킬 중심으로 인재를 바라보면 개인이 가진 역량이 두드러져, 인재를 발굴하거나 그들을 최적의 직무에 배치하는 데 유용하다.

또 취업에서 스킬이 중요시된 이유는 회사에서 지원자에게 요구하는 전문성이 예전보다 깊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를 가장 크게 보이는 직군은 바로 IT 직군이다. 이 교수는 “요즘 IT 직군에서는 학벌이나 경력을 보지 않고, 지원자의 코딩 스킬을 평가하기 위해 코딩 테스트를 보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직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나만의 스킬을 갖춘 인재라는 걸 회사에 증명해 보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IT 직군뿐 아니라 디자인 직군에서도 스킬이 중시되는 추세다. 회사는 지원자의 포트폴리오를 보며 이 지원자가 어떤 디자인을 중점적으로 잘하는지, 어떤 도구를 사용해 디자인 작품을 만드는지 등 지원자의 스킬 수준을 파악한다. 이를 통해 지원자가 회사에 들어왔을 때 회사가 요구하는 일을 수월히 해낼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취업 공고를 통해 자신이 가진 스킬과 희망하는 직무에서 요구하는 스킬 간 차이를 4학년이 되기 전 미리 확인해봐야 한다”며 “회사가 원하는 스킬과 자신의 스킬 사이 간격을 발견하면 졸업 전 남은 기간 동안 그 간격을 빠르게 채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해당 직무에서 요구하는 스킬을 충분히 갖춘 사람이라는 걸 회사에 어필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험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취뽀

직무에 맞는 스킬을 갖췄으면 그다음은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자신이 충분한 스킬을 보유한 사람이라는 걸 면접과 자기소개서에서 어필하기 위함이다. 아무리 많은 경험을 쌓았더라도 직무에서 필요한 스킬과 연결 짓지 못한다면 매력적인 지원자가 될 수 없다. 각기 다른 경험을 통해 얻은 스킬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야 의미가 생긴다.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 아르바이트, 공모전, 심화전공 이수, 인턴십 등은 모두 취업에서 어필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다. 이 교수는 경험을 “자신의 스토리를 구성할 수 있는 재료”라고 표현한다. 희망하는 직무와 연관 지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동아리, 학회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 해당 직무와 관련 없는 자격증 취득, 공모전 수상 등은 취업에서 큰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활동이 좋냐, 나쁘냐’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하게 될 일과 관련이 있냐, 없냐’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적합한 재료가 많을수록 더 탄탄하게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 이때 스토리는 취업 시장에서 나를 어필할 수 있는 하나의 서사, 이야기다. 인개원은 “대학 입학 후 1~5학기에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이 희망하는 직무가 무엇인지 잘 파악해 놓아야 한다”며 “6학기부터는 해당 직무에 취업하기 위해 어떤 스토리를 구성해야 할지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요한 스킬은 직무마다 다르다. KCC글라스 영업 직무에서 일하는 최은정(사회⋅23년졸)씨는 “영업 직무에서 중요한 스킬은 친화력과 대화 능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KCC글라스 영업 직무에 지원할 때 커뮤니케이션에 능통하고 맡은 업무를 끝까지 잘 해낸다는 점을 어필했다. 최씨는 “과외를 했던 경험으로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잘한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학생 성적을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에서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낸다는 끈기를 어필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중소벤처기업부 인턴으로서 아르메니아 사절단 의전을 성공적으로 끝낸 경험을 언급했다”며 “영어를 잘하고 다양한 사람들 앞에서 리액션을 잘한다는 것을 어필했다”고 말했다. 영업 직무는 “거래처를 만났을 때 소통을 잘하고 밝은 미소를 보이며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씨는 자신이 학부생 시절 쌓았던 다양한 경험을 영업 직무가 갖춰야 할 역량과 연결해 하나의 스토리 라인을 만들고, 이를 자기소개서와 면접 과정에서 드러냈다.

 

각 직무에 필요한 자질과 역량 등이 기재돼 있는 롯데호텔 직무 소개 페이지. 출처=롯데호텔 홈페이지
각 직무에 필요한 자질과 역량 등이 기재돼 있는 롯데호텔 직무 소개 페이지. 출처=롯데호텔 홈페이지

이용은(글로벌한국학·24년졸)씨는 2023년 12월 롯데호텔 글로벌인사팀에 입사했다. 그는 “인사 직무에서 가장 중요한 스킬은 소통 능력”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국제학부 학생회 공동대표를 하며 공동체의 갈등을 관리했던 경험을 자기소개서에 적어 소통 능력을 드러냈다. 또 그는 다양한 기업의 인사팀에서 인턴으로 4번이나 일해보며 업무 현장에 바로 적용될 수 있는 실무 경험을 쌓았다. 이씨는 “인턴십을 하면 해당 직무에서 어떤 스킬이 요구되는지 미리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 역시 “인턴십을 통해 직무와 직결된 스킬을 쌓을 수 있다”며 “자신이 전문성을 갖춘 지원자라는 걸 회사에 어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직업: 특정 종류의 업무나 활동을 수행하는 일을 뜻한다. 예시로는 의사, 교사, 기자 등이 있다.

직무: 조직 내에서 책임을 갖고 맡게 되는 일 또는 과업을 일컫는 용어다. 책임을 수행하는 직책을 의미하기도 한다. 의료 과장, 설계 엔지니어, 교육 감독 등이 직무에 속한다.

직군: 비슷한 종류의 직군이나 업무 및 기술을 단위로 묶어 분류한 것이다. 의료 및 보건 직군, IT 직군, 교육 직군 등이 있다.

산업군: 비슷한 재화나 제품을 생산하는 유사한 유형의 사업을 묶은 용어다. 교육업, 금융업, 제조업 등으로 산업 및 업종의 집합으로 표현할 수 있다. 산업군 안에 여러 직군이 있고, 직군 안에 여러 직무가 있으며,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 중에는 특정 직업인이 포함되기도 한다. 기업에서 일하는 법무팀 변호사와 재무팀 회계사 등이 그 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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