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2030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을 비롯한 커리어 활동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해 본지는 사회 각지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화잡(job)담'을 연재 중이다. 1656호부터는 인스타그램에서 독자들의 질문을 받아 인터뷰 질문을 구성한다. 이번 호는 ‘이마트’와 ‘지마켓’에서 일하고 있는 MD(Merchandiser, 머천다이저)의 삶을 다룬다.

우리 손을 거치는 모든 물건은 MD의 안목에서 비롯된다. MD는 대중의 요구를 포착해 각 브랜드에 맞는 상품을 고안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상품은 마트나 온라인 몰에 입점해 소비자의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된다. 제품이 탄생하는 순간부터 우리 손에 들어오는 순간까지, MD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이마트와 지마켓에서 MD로 재직 중인 김민성(철학·12년졸)씨를 만났다. 

자신감 있는 미소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김민성씨. <strong>안정연 사진기자
자신감 있는 미소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김민성씨. 안정연 사진기자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과 맡은 업무는

MD는 ‘Merchandiser’의 약자로 상품 개발, 매출 관리, 상품 배치로 브랜드를 관리하며 상품의 가격과 판매 방법, 행사 방법을 계획한다. 2011년부터 이마트에서 MD로 일했고 작년부터는 지마켓에서 파견 근무를 하고 있다. 특히 ‘LG 화장품’, ‘바닐라코’, ‘존슨앤존슨’과 같은 뷰티 분야를 담당한다. 뷰티 특화 MD지만 식품 분야 MD 업무도 했다. 가공식품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업무를 했을 때 ‘노브랜드’ 밀크 스틱, 오트밀 쿠키, 레이디 핑거, 팡도르빵 등 제과 제품을 구상한 후 제조사와 협상을 거쳐 제품을 개발한 경험이 있다. 

고객들 눈에 상품이 잘 보일 수 있게 행사장에 상품을 배치하는 것도 MD의 역할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다양한 상품을 한정된 행사장에 어떻게 진열할지 결정하고  온라인에서는 상품을 베스트 상품 탭이나 특가 할인 탭에 어떻게 배치할 건지 결정한다. 또 맡은 분야 상품이 아니더라도 고객들에게 좋은 평을 얻는 상품이 무엇인지, 왜 인기 있는지를 파악한다. 예를 들어 에어 프라이어가 대중에게 인기가 있다면 그 이유를 고민해 보고 ‘요즘 사람들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가전제품을 좋아한다’는 시야를 얻는다. 증정품으로 인기 제품을 제공하는 등 고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기 위한 제품 세트를 기획하는 것도 MD의 업무다. 

 

이 직종을 택한 계기는

기자를 희망했지만 쉴 틈 없이 취재하는 것이 적성에 맞지 않아 방황했다. 3학년 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행정학과를 복수전공 했다. 한 학기 동안 혹독히 시험을 준비하며 맹장염에 걸리기도 했다. 다른 길을 찾기 위해 고민하던 시기에 본교 경력개발센터에서 열린 직업 강연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마트 임원진이 하는 수업을 듣고 물건 유통 분야가 마케팅이나 경영 분야 등의 전문 지식을 요하는 분야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러한 전문성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관심이 있어 찾아보던 중 마침 이마트 인턴 공고가 난 것을 알게 됐다.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통해 인턴으로 뽑혔다. 대학 시절의 활동 중심으로 자기소개서를 썼다. 경력개발센터에서 했던 자기소개서 특강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활동 사례 중심으로 문단마다 연결해서 작성했다. ‘도전을 겁내지 않고 준비한 공무원 시험, 리포터 활동 등의 다양한 활동’을 키워드로 삼았다. 면접은 비즈니스 영어 면접과 2대 1 면접, 토론 면접을 봤다. 비즈니스 영어 면접은 업무에서 사용되는 영어 회화를 평가한다. 2대 1 면접에서는 면접관들이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기반으로 질문했고 토론 면접에서는 사전에 부여받은 찬반 입장에 서서 상대와 토론하는 방식이었다. 토론에서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측과 협상을 부드럽게 조율해 나가는 것이 중요했다. 

MD라는 직업에 대한 질문을 경청하고 있는 김민성씨. <strong>안정연 사진기자
MD라는 직업에 대한 질문을 경청하고 있는 김민성씨. 안정연 사진기자

 

MD 직무에서 갖춰야 할 중요한 역량은

관찰력과 도전 정신이다. 현재 유행하는 품목이 어떤 것인지, 대중들이 좋아하는 물건 특징은 무엇인지 관찰해야 한다. 특정 브랜드가 매장과 온라인에서 어떻게 물건들이 배치되는지 계속 모니터링한다. 다른 경쟁사들은 어떤 전략을 취하는지, 요즘 대중의 관심은 어느 곳에 쏠려 있는지 확인해야 우리 회사만의 차별점을 만들 수 있다. 

신상품을 출시할 때는 제품의 흥행을 걱정하며 주춤거리기보다 도전 정신을 발휘해 상품을 매장에 빠르게 입점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몇 년 전 선크림이 대세이던 흐름 속에서 선스틱이 처음 출시됐을 때 ‘선스틱이 잘될 것 같다’고 생각해서 저돌적으로 이마트에 매입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주춤거리다 보면 이미 유행은 끝나 있다. 예리하게 유행을 파악한 뒤 머뭇거리지 말고 제품을 기획하고 입점시켜야 한다. 

 

취업에 도움이 된 대학 시절 경험은 

행정학을 복수전공 하며 행정법과 행정 정책을 다룬 것이 MD 업무에 도움이 됐다. MD는 ◆공정거래법을 지키고 상품 표기법 등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대학 때 정책을 배운 경험이 있어 정부에서 관련 정책이 내려오면 잘 해석할 수 있었다. 회사끼리 거래를 할 때 부당하게 협력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면 안 되거나 담합을 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 기업의 상품을 조달하고 공급하는 MD로서 법규를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한데 대학에서 미리 기반을 닦은 게 도움이 됐다.

이화 투데이 리포터 활동을 하면서 글을 많이 써 본 경험도 회사 생활에 도움이 됐다. MD는 특히 메일로 협력사와 소통을 많이 한다. 핵심을 정리해 우리 회사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메일로 작성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리포터로서 인터넷에 공개되는 글을 많이 써 본 경험이 타 기업과 메일로 소통할 때 유리하게 작용했다. 

 

관련 직종을 꿈꾸는 이화인에게 하고 싶은 말은 

소비자로서 물건을 구매만 하지 말고 판매자 입장이 돼보는 연습을 하는 걸 추천한다. 개인 SNS에 상품의 특징을 적어 리뷰하는 것도 판매자 입장이 될 수 있다. 상품을 분석해 “이거 사세요” 혹은 “사지 마세요”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대표적인 판매자 입장이다. 또 트렌드 조사를 직접 나가는 것도 좋다. 트렌드를 파악하는 눈은 남에게 배워 생기는 게 아니다. 스스로 많이 관찰하고 분석할수록 안목이 생기기 때문에 관심 분야를 많이 보길 바란다. 

사회에 나오면 생각보다 세상이 쉽지 않음을 알게 된다. 힘든 일도, 슬픈 일도 많을 테지만 좌절하지 않으면 좋겠다. 어려운 세상 속에서 실수도 많이 할 것이다. 그러나 실수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길 바란다.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면 괜찮다. 이화인은 현명하고 근성 있는 사람들이니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공정거래법: 기업 간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를 보호할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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