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ㅣ 2030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을 비롯한 커리어 활동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해 본지는 사회 각지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화잡(job)담’을 연재 중이다. 1656호부터는 인스타그램에서 독자들의 질문을 받아 인터뷰 질문을 구성한다. 이번 호는 외국계 제약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재무 기획자의 삶을 다룬다. 

 

외국계 제약 회사인 MSD 아시아 지부에서 근무하는 박수인씨. <strong>권아영 사진기자
외국계 제약 회사인 MSD 아시아 지부에서 근무하는 박수인씨. 권아영 사진기자

높은 효율을 추구하는 기업에서 예산을 적재적소에 배분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재무 기획자는 기업의 매출과 같은 데이터를 분석해 예산을 분배하는 계획을 세운다. 기업의 한해 계획을 책임지는 만큼 그들의 임무는 막중하다. 본지는 외국계 제약 회사 MSD(머크앤컴퍼니)의 아시아 지부에서 재무 기획자로 재직 중인 박수인(화학·20년졸)씨를 만났다.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과 맡은 업무는

외국계 제약 회사 한국MSD에서 4년째 재무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재무 기획자는 재무와 관련된 지표를 바탕으로 사업의 진행 상황을 관리한다. 주로 기업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시각화해 한눈에 보이도록 데이터 지표를 만든다. 이 지표를 토대로 예산을 편성하고 경영진의 판단을 돕는다. 타 기업과의 거래 진행 상황도 관리한다.

 

전공과 다른 업무로 취업하게 된 계기는

화학과 관련된 학문적 지식을 쌓는 것보다 실험 수업을 들으며 데이터를 분석하는 게 더 재미있었다. 화학 실험을 하면 결과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한다. 실험 결과로 얻은 데이터를 가지고 특정 현상을 파악하거나 숫자를 정리하며 놓쳤던 결과를 알아내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재무 계획은 데이터를 분석해 기업의 한해를 전망하는 일이다. 화학 자체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연구원이나 품질 관리직 같은 화학과의 일반적인 진로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경제학 지식이 부족해 입사 초기에 어려움을 겪기도했다. 재무 기획은 예산을 편성하고 기업의 매출을 분석하는 업무이기에 금융과 관련된 데이터를 보는 일이 잦다. 대학생 때 경제나 경영 분야와 관련된 기초 지식을 쌓은 적이 없다 보니 분석할 데이터가 낯설게 느껴졌다. 그렇기에 입사 초기에는 사소한 것이라도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태도로 임했다. 지금은 업무를 더 능숙하게 하기 위해 미국 회계사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

 

취업 절차와 그 과정은

입사 전형은 서류 전형과 면접 전형으로 나뉜다. MSD와 같은 외국계 회사는 서류 전형에서 이력서와 커버 레터(Cover Letter)라고 불리는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면 된다. 국내 기업은 회사별로 자기소개서 기출과 모범 답안 등이 많다. 외국계 회사는 그런 자료가 없어 백지에서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막막한 상황에서 인재개발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인재개발원에서 진행하는 자소서 첨삭을 꾸준히 받으며 자기소개서를 발전시켰다.

면접은 현장에서 일하는 실무진이 진행한다. 입사한다면 같이 일하게 될 사람들이 직접 면접을 보는 방식이다. 또 외국계 기업은 서류 합격 후 면접까지의 시간이 길지 않다. 자기소개서를 한 번이라도더 보고 가자는 심정으로 면접을 준비했다.

 

취업을 준비하며 겪었던 어려움은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한 점이 가장 힘들었다. 외국계 회사는 대부분 직원을 정기적으로 채용하지 않고 공석이 있을 때 채용 공고를 낸다. 공고가 자주 올라오지 않고 뽑는 인원도 적다 보니 취업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다. 참고할 면접이나 자기소개서 기출 자료가 없어 막막했다. 채용 일정 같은 절차가 체계적인 국내 기업의 공채와 달리 채용 절차가 정형화돼 있지 않은 것도 어려움 중 하나였다.

모집 공고가 영어로 돼 있어 직무를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기도 했다. 업무를 다시 한국어로 해석하니 어떤 직무인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았다. 어떤 직무를 채용하는지는 알았지만, 지원자에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기대하는지 알 수 없어 난감했던 부분도 있었다.

 

외국계 회사인 한국MSD의 장점은

복지가 좋은 편이라 생각한다. 크리스마스 주간부터 연말까지 회사가 쉬어 직원들에게 휴가를 마련해 준다. 매주 금요일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라는 의미로 전 직원이 기존 퇴근 시간보다 1시간 일찍 퇴근한다. 재택근무도 자유로운 편이다. 최대 월 10회까지 재택 근무를 신청할 수 있다. 자궁경부암백신인 가다실9을 만든 회사다 보니 이를 무료로 접종할 수 있게 해 주고 여름 휴가 비용, 자기 계발 비용 등 여러 비용을 지원해준다.

여성에게 자유로운 분위기도 형성돼 있다. 한국MSD는 여성 임원진의 비율이 타 회사에 비해 높은 편이다. 직장 내에 성평등한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여성으로서 자신의 커리어를 진취적으로 개발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외국계 회사 취업을 꿈꾸는 이화인들에게

다국적 기업은 효율을 위해 반복적이거나 어렵지 않은 업무는 국가별로 담당자를 채용하지 않는다.대신 여러 지역을 동시에 지원하는 사무소를 둔다. 그렇다 보니 한국에서 신입으로 준비할 때 관문이 좁다고 느낄 수 있다. 마냥 낙담하지 말고,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도전하는 마인드를 갖길 바란다.

영어 공부를 많이 해두는 것도 좋다. 외국에 본사가 있다 보니 다양한 국가의 외국인들과 소통해야 하는 일이 잦다. 외국인과의 회의에서 특유의 강세가 익숙하지 않아 고생한 적도 있다. 만약 외국계회사 취업을 준비한다면 영어를 열심히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 전공 분야가 아닌 기업에 취업하는 게 두려울 수도 있다. 대학생 때 안 배웠으니 해당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에 비해 실력이 떨어질 거라고 걱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특수한 직무가 아닌 이상 신입에게 주어지는 업무는 대부분 비슷하다. 그 이상의 지식은 해당 분야로 나아가기로 마음먹었을 때 준비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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