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게티 이미지 뱅크

영업, 마케팅, 회계 등 기업에서 하는 일을 직무라고 한다. 그러나 “영업이 무엇이라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고 선뜻 답하는 영업직 지원자는 많지 않다. 직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다. 8년 동안 2000명 이상의 취업준비생을 상담한 서은정 취업 컨설턴트에 직무 분석에 대해 들었다. 그는 광고기획, 해외영업 등의 직무로 총 8번 퇴직하며 대기업, 중견기업, 외국계 기업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취업 컨설팅을 하고 있다. 책 ‘취업, 쫄지 마’(2021)의 저자이기도 하다. 서 컨설턴트가 말하는 직무 분석, 이대학보가 정리했다. 

 

직무 분석이 뭔데

직무 분석은 ‘직무에 대해 알아가는 모든 과정’이다. 예컨대 같은 마케팅이라도 회사마다 하는 일이 다를 수 있다. 이를 위해 마케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해 마케팅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정립해 가는 활동이 직무 분석이다. 서 컨설턴트는 “(분석을 통해) 이 직무가 회사에 왜 필요한지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업팀은 매출을 키워 회사에 돈을 벌어와야 하고, 회계팀은 기업의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게 왜 중요한데

“배우자의 얼굴을 모르고 결혼을 할 수 있나요? 직무 분석도 마찬가지예요. 직무를 모르고 취업을 할 수는 없어요.” 서 컨설턴트는 배우자를 알아가는 과정에 빗대 직무 분석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직무를 이해하지 못한 채 취업하는 건 배우자의 얼굴도 모른 채 결혼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거다.

그는 “직무 중심 채용이란 지원자가 직무와 관련된 지식, 경험, 활동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과거엔 ‘학점이 높으면 성실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지원자의 잠재력을 보고 채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수준의 지식, 기술, 경험이 있는 지원자를 뽑는다. 지원자는 본격적인 취업 전에 직무에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쌓아야 한다. 취업 전 직무 분석을 먼저 해야 하는 이유다.

직무 분석이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진 않는다. 그러나 직무를 충분히 이해하고 일을 시작해야 부작용이 적다. 서 컨설턴트는 “직무에 대한 이해 없이 입사하는 사람들은 6개월이 지나면 이직을 고민하기도 한다”며 “대개 회사에 들어가니 자기가 원했던 일이 아닌 경우”라고 말했다. 직무 분석은 본인의 커리어 방향을 잡는 데 필요하다.

 

직무 분석, 어떻게 하는데

첫 번째 단계는 직무 이해를 위한 객관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것. 서 컨설턴트는 관심 기업 홈페이지 속 직무 소개, 직무별 채용박람회, 워크넷(work.go.kr)과 같은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객관적인 정보를 우선 확보할 것을 조언한다. 그래야 직무에 대한 나름의 명확한 기준이 생겨 취업 준비 과정에서 혼란이 적다. 관련 유튜브 콘텐츠, 현직자 인터뷰 및 특강 참여 등을 통해 종사자만 알 수 있는 내밀한 정보를 수집하되, 화자에 따른 왜곡된 시각이 있을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정보 수집에 그치면 안 된다. 수집한 정보를 통해 직무에 대한 자기만의 생각을 가져야 한다. 서 컨설턴트는 각자 상황에 따라 어떤 목표로, 어떻게 직무를 분석해야 하는지 소개한다.

   ① 직무를 탐색한다면

여러 직무 중 어떤 직무로 취업을 할지 정하지 못했다면 관심 직무 하나를 고르는 걸 목표로 해야 한다. 직무들을 탐색하며 “내가 이 일을 잘 할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거다.

CJ 홈페이지 속 직무정보 캡처. 출처=CJ홈페이지

평소 관심이 있었던 산업에서 직무를 탐색하는 게 좋다.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 가정하자. 평소 관심 있었던 특정 산업의 대표 기업을 추출한 다음 개별 기업 홈페이지에 적힌 직무 소개 내용을 살펴본다. 단순히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엑셀 등을 활용해 기업별로 자신이 이해한 바를 정리해야 한다. 최소 20개 기업의 마케팅 직무를 비교해 본다. 서 컨설턴트를 이를 통해 “공통적으로 동일한 직무라도 기업과 산업에 따라 중점 분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스스로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심 있는 산업이 없다면 삼성, SK, LG 등 국내 대기업 채용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는 걸 추천한다. 홈페이지에는 계열사별로 직무 소개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CJ제일제당의 마케팅 기획과 CJ올리브영의 마케팅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는 거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에게 잘 맞는 목표 직무를 설정하면 된다.

   ② 직무를 정하고 취업 전략을 짠다면

목표 직무를 정했다면 취업을 하기 위해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지식, 자격사항, 경험 등 지원자에게 요구하는 세부적인 내용을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부족한 지식, 자격 등을 채우기 위한 ‘개인 맞춤형’ 계획을 짜야 한다.

관심 있는 기업이 요구하는 지식, 기술, 자격, 경험을 엑셀에 항목화해서 정리한다. 마케팅 지식, 데이터 분석력, 전문가 자격증, 영어 회화 능력 등 기업이 우대하는 것을 파악해서 적는다. 그렇게 여러 기업을 분석하는 거다. 서 컨설턴트는 “기업의 공통 분모를 찾아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확인하고 재학 기간 동안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때 중요한 건 계획의 구체성이나 실현 가능성이다. 예를 들어, 영어 능력이 중요한 직무 역량이라면 공인영어점수를 어떤 방식으로, 몇 점까지 확보할지 반영해야 한다.

   ③ 입사 지원을 앞뒀다면

입사 지원 단계에서는 직무 분석을 통해 본인을 차별화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 분석으로 기업이 처한 환경을 파악하고, 그 속에서 목표 직무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거다.

예를 들어보자. A기업은 영업 이익이 나오지 않아 고심하고 있다. 한 지원자는 영업 이익을 높이기 위해 본인이 고민한 전략 세 가지를 말하고, 다른 지원자는 단순히 해외 매출을 키우겠다고 말한다. 후자는 기업의 상황을 모른다는 인상을 준다.

그렇기에 입사 지원 단계에서는 기업 상황과 산업 동향 등을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무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을 내려 자신을 차별화해야 한다.

 

직무분석, 더 알아야 할 건

서 컨설턴트는 직무 분석에 관해 세 가지 조언을 했다. 첫째, 직무 분석은 ‘직무를 알아가는 모든 과정’이라는 거다. 취업준비생들이 이를 하나의 과목이나 특별한 개념으로 인식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취업 준비를 하며 자신이 하는 활동의 목적을 늘 상기해야 한다고 했다. 단순히 토익(TOEIC)이나 토플(TOEFL) 같은 어학 성적을 올리는 데만 집중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영어 활용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마음이 조급하다고 아무 기업이나 지원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서 컨설턴트는 “취업은 어떻게든 할 수 있으니 취업 이후 조직 적응과 직무 만족을 위해 앞서 설명한 과정을 (시간이 없다면) 축약적으로 밟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급하더라도 앞서 설명한 직무 분석 방법을 하나씩 밟으며 직무를 정하고 역량을 쌓으라는 것. “아직 해보지 않아서 막연하게 느껴질 뿐 이 모든 과정이 여유 있게 한 달이면 가능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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