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2030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을 비롯한 커리어 활동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해 본지는 사회 각지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화잡(job)담'을 연재 중이다. 1656호부터는 인스타그램에서 독자들의 질문을 받아 인터뷰 질문을 구성한다. 이번 호는 LG생활건강 디자인 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생활용품 용기 디자이너의 삶을 다룬다.

 

LG 생활건강에서 생활용품 용기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한아란씨.  권아영 사진기자
LG 생활건강에서 생활용품 용기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한아란씨. 권아영 사진기자

우리는 외출하기 전 샴푸로 머리를 감고 칫솔에 치약을 묻혀 이를 닦는다. 집에 돌아와서는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이용해 그날 입은 옷을 세탁한다. 우리가 늘 사용하는 생활용품이 탄생하기까지는 많은 이의 노력이 필요하다. 생활용품 용기 디자이너는 우리가 사용할 생활용품의 겉모양을 디자인한다. 상품의 특성을 반영하고 사용하기 편리한 형태를 만들어 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LG생활건강에서 생활용품 용기 디자이너로 재직 중인 한아란(디자인·22년졸)씨를 만났다.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과 맡은 업무는

9월부터 LG생활건강 디자인 센터에서 용기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크게 생활용품, 음료, 화장품 사업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디자인 센터에는 그래픽 디자이너, 용기 디자이너, 웹 디자이너, 인테리어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들이 일하고 있다. 현재 생활용품 분야에서 샴푸, 린스와 같은 헤어 케어 제품을 주로 맡아서 용기를 디자인하고 있다. 특히 리엔과 엘라스틴 라인에 속하는 브랜드 제품을 담당한다.

새로운 용기가 탄생하기 전에 마케팅 부서에서 해당 제품의 특징이 정리된 자료를 보내주신다. 그러면 디자이너들은 참고자료 조사를 한다. 간단한 스케치를 거친 후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3D 모델링 프로그램과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는 3D 렌더링 프로그램을 이용해 용기 이미지를 만든다. 또 3D 프린팅을 이용해 ◆시제품을 만들어 형상을 확인해본다. 용기의 형상이 확정되면 용기 틀을 제작하고 이 틀을 통해 실제 플라스틱 용기가 만들어진다. 그 후 그래픽 부서에서 라벨과 필름 등으로 그래픽을 입힌다. 그렇게 생활용품 용기 하나가 만들어진다.

LG생활건강에서 출시되는 생활용품 중 하나다. 용기 하나가 탄생하는 데 생활용품 용기 디자이너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제공=한아란씨
LG생활건강에서 출시되는 생활용품 중 하나다. 용기 하나가 탄생하는 데 생활용품 용기 디자이너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제공=한아란씨

 

이 직종을 택한 계기는

학생 때 우연히 사무용품 클립을 보고 ‘단순히 철사를 세 번 감았을 뿐인데 저렇게 획기적인 물건으로 쓰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아이디어로 사람들의 일상을 편리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그래서 사소한 차이 하나로 사람들의 일상을 좀 더 편리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에 생활용품 디자이너를 생각하게 됐다. 취업 준비하면서 생활용품에 대해 깊게 알아보다가 LG생활건강이 생활용품 안에서 제일 많고 다양한 제품을 팔고 있는 회사라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입사하게 됐다.

 

LG생활건강 디자인 센터 입사 과정과 준비 방법은

서류전형에서는 자기소개서랑 포트폴리오를 검토한다. 디자인 직무는 포트폴리오가 특히 중요하다. 그래서 자기소개서보다 포트폴리오를 꼼꼼히 준비하려 노력했다. 디자인 분야에서 일하고 계신 현직 선배들과 동기들에게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했다. 요즘에는 포트폴리오 관련한 온라인 강의도 잘 나와 있다. 온라인 강의를 통해 알게 된 멘토에게 피드백을 받기도 하면서 포트폴리오를 발전시켰다.

서류전형 다음에는 인적성 검사를 한다. 인성 검사에서는 일관성 있는 답변을 하는 게 중요해 보였다. 적성 검사에서는 주어진 시간 안에 정답률을 높이는 게 중요해 보였다. 인적성 검사 다음에는 면접을 본다.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할 건지, 포트폴리오 속 이 아이디어는 어떤 의미인지 등의 질문을 받았다. 면접까지 통과하면 인턴십 과정을 거치며 주어진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인턴십 마지막 날에 과제에 대한 발표까지 마치면 최종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

 

디자인 직무에서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은

관찰력이 가장 중요하다. 관찰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를 디자인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자연물 형상의 디자인을 해야 한다면 해당 자연물의 외관상 특징을 잘 관찰할 줄 알아야 한다. 관찰력을 키우는 데는 입시 미술을 했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입시 미술 자체가 어떤 대상의 특징을 관찰해서 표현해야 하지 않나. 전시회나 스포츠 경기를 보러 가고 여행 다니는 것도 관찰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실생활 속에서 주변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확인하는 습관을 키우려 노력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저 휴지통을 열고 닫을 때 이런 불편함을 느끼는구나’ 하고 관찰하는 것이다. ‘노션’(Notion)이라는 메모 어플을 사용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수시로 기록한다.

 

취업에 도움이 된 대학 시절 경험은

조형예술대학(조예대) 특성상 대학 시절에 다양한 전시를 열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디자인학부 동아리나 소모임에 참여하며 전시에 여러 번 참여했다. 또 조예대에서 여는 전시인 ‘이 작품을 주목한다’에도 참여하며 스스로 구상한 디자인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에 익숙해졌다. 학부 시절부터 전시에 참여한 경험은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을 수용하며 스스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학부생 때 팀 작업으로 장난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젖병을 만들어 본 것도 포트폴리오에 큰 도움이 됐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핵심 콘셉트로 잡았다. 젖병은 고가의 소재로 만들어지는데 위생 문제 때문에 보통 6~7개월가량 사용하고 버려진다. 친환경 관점에서 젖병을 좀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고민하다가 다 쓰고 조립해서 장난감처럼 쓸 수 있는 젖병을 고안했다.

 

관련 직종을 꿈꾸는 이화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디자인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그 꿈을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스스로를 믿고 자신이 좋아하는 걸 진심을 다해 노력한다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넘기 힘든 벽이라고 생각하더라도 막상 부딪쳐 보면 문이 열린다. 이화를 나온 선배들도 많으니까 그분들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힘을 키우기 바란다. 동문들이 다 야망 있고 열정 넘치는 사람들이라 학교 다니면서 자신감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그만큼 좋은 시너지를 얻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면 좋다. 이화 안에서 열심히 지내던 힘으로 만족스러운 포트폴리오도 얻을 수 있었고 지금까지 열정 있게 일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기사를 끝까지 읽은 사람이라면 이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관심 있는 분야의 기사를 찾아 읽는 열정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시제품: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시험용으로 미리 만들어보는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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