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2030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을 비롯한 커리어 활동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해 이대학보는 사회 각지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화잡(job)담'을 연재 중이다. 1656호부터는 인스타그램에서 독자들의 질문을 받아 인터뷰 질문을 구성한다. 이번 호는 대한민국 국회에서 일하는 9급 비서관의 삶을 다룬다.

빨강, 파랑, 초록 색색의 포스터가 걸리는 선거철. 포스터에 실리는 건 한 명의 후보자지만 그 뒤에는 많은 사람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바로 국회의원과 한 몸이 돼 움직이는 국회 보좌진이다. 비서관, 보좌관 등 보좌진은 총선이 다가오면 담당 후보자가 당선될 수 있도록 상대 정당 공약을 분석하고 유세 활동을 계획한다. 국정감사가 열리는 가을이면 국회의원이 더 원활한 질의를 할 수 있도록 밤낮없이 자료를 준비한다. 의원을 ‘보조’한다는 오래된 고정관념이 있는 국회 비서관은 실제로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대한민국 국회 비서관으로 2년째 일하고 있는 김지현(문정·22년졸)씨를 만났다. 

평생 법을 공부하고 싶은 김지현씨에게 국회의사당은 최고의 직장이다. 강연수 사진기자
평생 법을 공부하고 싶은 김지현씨에게 국회의사당은 최고의 직장이다. 강연수 사진기자

비서관 종류와 하는 일은

정책비서: 담당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 전반을 지원한다.

행정비서: 지원금 수령이나 각종 연락 업무 등 의원실을 거치는 모든 행정업무 전반을 관리한다.

수행비서: 항상 의원과 동행하며 의원의 수행을 돕는다.

 

비서관의 하루 일과는

의원실과 급수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비서관이든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하는 일은 뉴스 스크랩이다. 담당 의원이 언급된 지면 신문부터 온라인 뉴스까지 모두 스크랩해 브리핑한다. 그 후엔 회의 자료나 법안 발의를 준비한다. 국정감사 준비를 시작하는 기간인 7~8월이 되면 ◆피감기관에 대한 이슈 분석을 하기도 한다. 매번 발생하는 새로운 이슈에 따라 일과가 달라진다.

 

별정직 공무원이란

특정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일반직과 다른 방법(공채 통과, 추천 등)으로 임용된 공무원이다. 그중 비서관은 의원실에 사표를 내면 면직이 가능하고, 이후 다른 의원실에 입사한다면 다시 공무원으로 일할 수 있다. 면직된 상태로는 선거철 후보자 캠프에서 일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과 맡은 업무는

2022년부터 국회에서 비서관 일을 하고 있다. 비서관의 세 가지 종류 중 정책비서를 담당하며 법안 발의를 위한 이슈 선정과 자료 준비, 발의된 법안이 상임위원회(상임위)를 거쳐 본회의에 통과되기까지 모든 과정을 보좌한다. 또 상임위 관련 질의서 작성, 담당 의원 관련 보도 브리핑 등을 담당한다. 지금은 총선을 앞둔 예외적인 시기이기 때문에 선거 캠프 소속 비서관으로 일하며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지역구 현안을 파악해 공약 준비를 돕고, 상대 정당의 후보자보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홍보 기획을 하는 등 모든 방면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제22대 국회가 개원하면 다시 국회로 들어가 비서관으로 일하며 별정직 공무원의 삶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 직종을 택한 계기는

대학 시절 5급 행정고시를 준비하다 법 공부에 흥미를 느꼈다. 그때 스스로 법을 ‘공부하는 것’ 자체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론으로만 배웠던 입법 과정과 법률 개정이 실제로 어떻게 이뤄지는지 눈앞에서 보고 싶었다. 논리적인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데 그 장점을 살리면서 입법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는 직업이 뭐가 있을지 고민하다가 비서관을 알게 됐다. ◆법제사법위원회에 소속돼 있는 의원의 의원실 공고를 봤고, 공부하면서 쌓은 법률 지식을 발휘할 수 있겠다 싶어 그곳에서 국회 비서관 일을 시작했다. 보좌진의 도움을 받아 국회의원이 지역구 문제나 현실 이슈에 관해 능통해지고, 이를 이용한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며 보좌진의 역할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실감했다.

 

비서관 입사 과정과 준비 방법은 

의원실마다 채용 방식이 다르다. 공채로 뽑히기도 하고, 추천으로 뽑히기도 한다. 공채는 국회 홈페이지 의원실 채용란에 올라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하는 방식이다. 보통 1차 서류 심사와 2차 면접으로 구성된다. 서류 양식도 온전히 자유다. 또 선거 캠프에서부터 함께 일하고, 후보자가 당선됐을 때 의원실에서 일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원하는 인재상은 의원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글을 잘 쓰거나 포토샵과 영상 편집을 잘하는 사람을 선호한다.

 

비서관 직무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은 

글 쓰는 역량이다. 비서관의 업무 중 의원실에서 내는 보도 자료, 질의서, 축사 등의 글을 쓰는 업무의 비중이 크다. 객관적인 글쓰기도 중요하지만, 의원의 스타일에 따라 센스 있게 글을 구성하는 능력이 더욱 필요하다. 의원의 질문에 즉각적으로 대답할 수 있는 배경지식과 자료를 바로 구할 수 있는 정보력과 신속함도 갖춰야 한다. 다양한 지식과 교양이 필요해서 매일 신문과 뉴스를 보며 배경지식을 키운다.

 

모든 일정을 의원에게 맞춰야 하는 비서관으로서 힘들지는 않은지

국회 업무 특성상 불규칙하게 일하는 경우가 많다. 오직 의원 스케줄에 맞춰 짜인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기에 개인 시간을 쉽게 가질 수 없어서 힘들었다. 국정감사나 피감기관 감독 기간에는 갑자기 밤늦게 회의가 잡히거나 밤새 퇴근을 못하고 일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불규칙한 일정 속에서도 비서관으로서 주위 사람들에게 열심히 일한 바를 인정받을 때 보람을 느꼈다. 특정 피감기관과 관련된 기사에 쓰일 자료 조사를 맡은 적 있었다. 그때 기사에 이름이 직접 언급되진 않았지만, 주위 사람들이 그 기사의 팩트가 나로 인해 검증된 것이라는 걸 알아줘서 뿌듯했다. 또 열심히 조사하고 작성한 질의서로 의원이 석상에서 원활한 회의를 하고 오면 비서관으로서 본분을 다한 것 같아 뿌듯하다.

 

관련 직종을 꿈꾸는 이화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2023년에 발표된 대한민국 기관 신뢰도 결과에 따르면, 중앙정부 부처, 법원, 지방자치단체, 신문사, 의료계, 대기업 등 여러 기관 중 국회의 신뢰도가 24.1%로 가장 낮았다. 많은 사람에게 국회는 늘 큰소리가 오가고 국민을 핑계 삼아 본인들의 실리를 추구하는 집단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직접 겪어 보니 사회 속 고정관념과 달리 국회에는 훌륭한 의원들과 보좌진들이 많았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보좌진이 되고 싶은 후배들이 많이 국회로 진입했으면 좋겠다.

또 비서관에 탈락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의원실마다 원하는 인재상이 달라 여러 번 탈락하는 건 당연하다. 나도 20번 넘게 떨어진 뒤 딱 한 군데 붙었다. 입법부와 관련한 일을 하고 싶다면 한 번 도전해 봐도 좋다.

 

◆피감기관: 국회나 감사원의 감사를 받는 기관

◆법제사법위원회: 대한민국 국회의 상임위원회 중 하나로, 법과 관련된 국회 사안들을 조사하고 논의해 법률을 제정 또는 수정한다. 법과 관련된 국회 정책에 대한 조언을 제공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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