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ㅣ기업은 제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철저한 사후 관리 서비스로 고객에게 만족을 안긴다. 서비스 전략 매니저는 데이터 분석을 통한 꼼꼼한 전략 수립으로 개별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한다. 1654호에서는 IT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서비스 전략 매니저의 삶을 다룬다. 본지는 세일즈포스 도쿄 지부에서 서비스 전략 매니저로 근무하는 양혜림(사교·11년졸)씨를 만났다.

세일즈포스 도쿄 지부의 서비스 전략 매니저 양혜림씨 <strong>제공=양혜림씨
세일즈포스 도쿄 지부의 서비스 전략 매니저 양혜림씨 제공=양혜림씨

양혜림씨는 고객 관계 관리 플랫폼을 제공하는 IT 기업 ‘세일즈포스(Salesforce)’ 도쿄 지부에서 서비스 전략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기업은 사업장 규모를 넓힐수록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관리해야 한다. 고객 데이터를 비롯해 영업 현황이나 매출 등 기업 경영에 필요한 데이터의 양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세일즈포스는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판매한다. 세일즈포스의 소프트웨어는 기업의 마케팅, 영업, 커머스 및 서비스 등 연결된 업무의 데이터를 통합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고객 경험 향상을 지원한다.

세일즈포스는 고객 유지를 위한 사후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한다. 고객의 성공적인 이용 경험이 곧 세일즈포스의 성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세일즈포스 컨설턴트는 각 기업에 파견돼 소프트웨어를 기업 시스템에 효율적으로 도입하는 법, 이를 활용한 프로세스 개선안 등을 조언하며 장기 고객으로 남도록 유도한다. 여기서 서비스 전략 매니저는 매출을 성장시키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연도별, 분기별로 목표를 세우고 달성 현황을 조사해 서비스 부서의 경영과 관련된 판단을 돕는다.

 

사범대를 졸업했지만 교육 분야로 바로 취업하지 않은 이유는

교내 국제 교류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져서다. 본교와 자매결연을 한 일본학교에 문화 교류 목적으로 방문했고, 터키에서 열린 국제 교류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원래는 교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취업을 준비하며 여느 학생들처럼 진로 고민이 생겼다. 교사라는 직업이 나에게 그렇게 간절한지 스스로에게 계속 물었다. 사범대에는 교직을 진심으로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이런 마음가짐으로 임용고시를 준비해도 바늘구멍처럼 좁은 관문을 뚫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길로 일본 오사카 교육대학으로 교환 학생을 떠났다. 사범대생치고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일본 유학을 결심한 계기는

일본 오사카 교육대학으로 교환 학생을 다녀온 후 취업을 준비하고자 했는데 눈에 띄는 스펙이 부족했다. 무턱대고 직장을 구하더라도 스스로 만족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일본에서 공부를 더 하기로 결심했다.

유학 생활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시련에 좌절하는 날도 있었다. 도쿄대는 자국 대학 출신이 아니면 석사 입학 전 약 6개월에서 1년 정도 담당 교수의 지도 하에 연구생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있다. 연구생 시절 담당 교수의 사직으로 더 이상 공부를 이어갈 수 없었고 비자 문제등으로 불가피하게 유학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할 수 없이 작은 회사에 취업해 2년간 일했다. 일하다 보니 경영학처럼 실용적인 지식을 쌓고 싶어져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도쿄대 경영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고, 경영 컨설턴트부터 시작해 현재 직장에 이르렀다.

 

해외 취업을 준비하며 겪은 어려움은

이방인이라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일본 대학생은 고학년 때부터 여러 기업의 설명회를 다니며 각 기업에 엔트리 시트(Entry sheet)라고 하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함께 제출하고 각종 테스트와 면접을 거쳐 취업한다. 석사 졸업 전에는 이 과정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인 상황이었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 취업할 수도 있었지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도쿄대에서 석사를 졸업하고 취업하는 길을 택했다.

매사에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전부 좋은 곳에 취업해 성장하는 것 같은데 나는 혼자 일본에서 방황하고 있으니 자존감이 떨어지던 시절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다독였다. 자신감을 가지고 계속 준비하다 보니 어느 순간 취업에 성공한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됐다.

 

경영 컨설턴트에서 서비스 전략 매니저로 전환한 계기는

컨설팅은 제안에 그칠 뿐 직접 무언가를 도맡아 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컨설팅을 제공해도 최종적인 선택은 고객이 한다. 그런 상황에서 오는 허무함이 있었다. 내가 들인 노력이 실질적인 결과로 드러나길 원했다. 서비스 전략 매니저는 고객사에 직접 나가지 않지만, 사업 현황을 분석하고 제안한 방향을 바탕으로 서비스 개선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성취감이 있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전략을 세워 이를 실현할수 있다는 점이 제안에서 끝나는 컨설팅 업무보다 매력적이었다.

 

서비스 전략 매니저에게 필요한 자질은

기업에 필요한 데이터를 매출 상승에 도움이 되도록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 최근 대부분의 회사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 회사에 유용한 결과를 도출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선호한다. 깨끗하게 보정된 데이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때문에 기본적인 데이터 분석 기술과 꼼꼼함, 메시지를 간략히 정리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조직의 중장기적 목표를 이해하고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치우치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요하다.

 

경영 컨설팅 분야 진출을 꿈꾸는 이화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컨설팅 업계는 다양한 기업의 고객을 만나는 만큼 매번 새로운 고객을 대상으로 일해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도전해 봐도 좋다. 자신의 성향이 업계와 맞는지 판단해 보고 결정했으면 좋겠다. 또 새로운 업무 혹은 직장에 도전하는 걸 막연히 두렵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도 처음부터 10년 동안 일본에서 생활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니었다. 한 걸음 떼고 나면 또다른 길이 보이고 길이 막히면 발걸음을 옮겨 다른 길로 가면 된다. 항상 어떤 일이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도전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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