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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가, 무엇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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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선 잘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희고 깨끗한 피부와 진한 눈썹, 작게 쌍꺼풀이 진 눈은 영민하고 귀여운 느낌을 주었고, 우뚝한 콧날은 전체적인 얼굴의 분위기를 헤치지 않을 정도로 솟아 있으면서 어리고 여리게 보일 수 있는 얼굴에 남성적인 균형을 주었다. 여느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잘 웃는 얼굴은 아니었지만 그의 얼굴만 보고 있으면 어렵지 않게, 금방
캠퍼스
유예원
2004.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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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축제
1266
축제란 기본적으로 일상에서 야기되는 갖가지 갈등을 해소하고 새로운 삶을 이룬다는 의의를 갖고 있다. 대학의 축제는 사회가 처한 상황에 따라 대학인의 정체성 및 대학문화의 의미와 그 실현을 찾는 일에 문제의식을 갖고 변화해 왔다. 오늘날 우리의 축제는 진정한 우리를 회복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결속과 자기 확인의 축제, 진정한 대학문화의 운동 연장선에서 이루어져
캠퍼스
유이경
2004.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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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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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울적할 때, 서점에 가 책을 들여다본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막혔던 마음이 풀어져 할 일을 챙겨서 돌아올 때가 많다. 오늘도 서점에 갔다가, 아동문학가로서 아이들을 바르고 참된 사람으로 키우는 일과 우리 말 바로 쓰기 운동을 해오다 2003년에 돌아가신 이오덕 선생님의 『나무처럼 산처럼』(도서출판 산처럼)을 보았다. 그 책에서 선생님께서는 "자연을
캠퍼스
유이경
2004.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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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가, 무엇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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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수대에서 설거지를 하던 그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우유와 삼각형의 투명한 주전자 안에 담긴 원두커피를 섞어 까페라떼를 만들었다. 그 테이크 아웃점에는 그 말고도 한 명의 종업원이 더 있었다. 한 명의 종업원이 주문을 받고, 그도 음료를 만들기는 했지만 새로 들어온 그 남자 아르바이트 생이 주로 일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는 일에 능숙해 보였다.
캠퍼스
유예원
2004.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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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가, 무엇을?
856
그는 테이크 아웃 커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메리칸 커피가 완전히 나에게 익숙해졌을 때-그 씁쓸한 목넘김이, 은근한 향이, 받아 쥐었을 때 손바닥으로 전해져 오는 따뜻한 느낌이 일상의 틈새를 비집고 아침의 통과의례로 자리잡게 되었을 때 그가 나타났다. 4월 중순이었다. 개강을 하고 풋풋한 새내기로 이런 저런 약속에, 만남에 분주하던 시절이었다. 지금
캠퍼스
유예원
2004.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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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가, 누엇을?
925
그를 만나게 된 것은 학교 앞 테이크 아웃 커피점에서였다. 그는 그곳의 아르바이트생이었다. 당시 나는 아침이면 가장 큰 사이즈의 아메리칸을 주문해 하루종일 그것을 들고 학교를 누볐다. 그것은 오랜 습관이었다. 뜨거운 아메리칸 한 모금을 빨아들일 때 비로소 머리 안의 회로가 제 자리를 밟는 기분이 들었다. 약간의 두통조차 정신을 선명하게 하고 또렷이 하는 상
캠퍼스
유예원
2004.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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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퀸과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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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학생문화관 앞을 지나다 <메이퀸 반대 서명>이란 문구를 보았다. 아니, 무슨 메이퀸? 이대의 메이퀸 선발이 개인의 우상화나 여성의 觀賞化로 하여 없어진 지가 언제이며, 소비적인 축제행사를 지양하는 새로운 축제문화를 모색하여 현재까지 이르는데, 지금이 어느 때인데, 무슨, 난데없는 메이퀸? 학교 안의 사정을 잘 모르고 있었던 탓이었다. 교
캠퍼스
유이경
2004.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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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가, 무엇을?
906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물론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창밖에는 태양이 빛나고 있었다.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거나, 혹은 장대비가 굵은 빗줄기를 시원하게 내리꽂고 있었더라면 이다지도 화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를 진정 화나게 하는 것은 그런 것들이다. 밝음, 사람들이 추구하고 지향하는 것, 따뜻함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미 내재해 있는 분노의 화약이 화
캠퍼스
유예원
2004.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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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가, 무엇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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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외출 준비에 공을 들이는 것은 진호에 대한 유일한 반항의 차원에서인지도 모른다. 그는 호의를 베풀면서도 동시에 그가 권한 행동에 내가 따라와 주기를 바랬다. 나로서도 그가 권하는 행동을 거부할 핑계가 없었다. 그 행동들이 현실과의 접촉을 위해, 현실 안에 완전히 나를 담그고 훌륭히 적응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저 그 위에 약간의 발을 디딜 면을 찾기
캠퍼스
유예원
2004.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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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똥은 다시 이화에게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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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말일 경이었던 이화여대 김용서 교수의 군사 쿠데타 발언에 대한 파문이 확산된 이후, 이대 캠퍼스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 안팎에서 비난과 각성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역사의 우여곡절 끝에 이룩한 민주주의의 뜻과 이상에 반하는 그의 일부 논리에 대해 바로 다음날 아침,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이화인 연대의 몇몇 이화인들이 침묵시위로 대응했으며 김용서 교수의
캠퍼스
유수연
2004.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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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지는 꽃잎으로 봄을 노래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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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 오월은 바람처럼 그렇게 오월은 풀잎처럼 그렇게 서정적으로 오지는 않았다" - 김남주시집, <바람에 지는 꽃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 『조국은 하나다』, 남풍출판사. 이화는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선교사업이 중심이 되어 나타나기 시작해 1900년경부터 사회봉사를 위한 자치단체가 결성됐다. 선교회
캠퍼스
유이경
2004.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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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가, 무엇을?
792
이미 가겠다고 약속을 해 두었으니 일어나야 한다. 지금 서두른다고 해도 수업시간의 절반 정도가 지나야 교실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코 서두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요란을 떤 행동이라고는 처음 침대에서 일어날 때, 순간적으로 침대 안쪽으로 이불을 확 밀어내며 바닥에 발을 딛고 일어섰을 때 뿐이다. 평소에도 아침에 눈을 뜨면 시계를 보고, 여유시간
캠퍼스
유예원
2004.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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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가, 무엇을?
797
열이 좀 있다는 말은 핑계가 아니었다. 늘 있는 미열이 달갑지 않은 아침의 외출을 방해하고 있었다. 그 방해가 싫지 않았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한다면 몸져 누울 정도로 앓아보고 싶기도 했다. 미열처럼 내 몸의 일부인 것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몸의 이상이 아니라, 누가 보아도 "아픈 것"이고 그로부터 동정과 쾌유를 위한 격려를 기대할 수 있을 정도-그 정도가
캠퍼스
유예원
2004.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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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가,무엇을?
778
한 쪽 팔로 팔베게를 하고 나머지 손으로 휴대폰을 쥐고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액정에 8시 50분이라는 숫자가 떠 있었다. 일단 학교에 가겠노라고 대답을 해 두었으니 그 말은 지켜야 했다. 늦게라도 오라고 했지만 물론 빨리 올수록 좋다는 전제는 선명했다. 어젯밤에 친구들을 볼 생각, 지원이를 만날 생각에 잠을 설쳤다. 기대보다는 두려움에 가까운 뒤척임이 밤
캠퍼스
유예원
2004.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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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가, 무엇을?
923
빈 강의실에 내 휴대폰의 진동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린다. 드르렁 드르렁. 재빨리 가방에서 전화기를 꺼내 액정을 확인했다. 진호였다. "나 지금 일어났다. 오늘 수업은 아무래도 못 들어가겠어. 새벽 네 시에 잤다. 열도 좀 있고......" 이렇게 말을 꺼내놓고 그는 그 사이에 잠시 침묵을 걸쳤다. 그가 그저 게으르고 나태한 대학생의 전형이고, 내가 그저
캠퍼스
유예원
2004.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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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에 울려 퍼질 梨花의 노래(2)
1138
<이화! 너 거기 있느냐?>愛國 以前政治 以前의自由를 위해마지막 간직했던 것을총부리 앞에서도 지킨 것 뿐이었노라.어느사인가生命보다 貴한 것을 盜難 당했고그래서 나는거짓의 벙거지를 쓰고 춤을 추고 있던내 自由를 스스로 고발한 것 뿐 이었노라. 나라를 저마다 위해 왔다던수두룩한 愛國者들.그들의 이름을 나에겐 붙이지 말어다고.政治家도革命家도 아닌가난한
캠퍼스
유이경
2004.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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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에 울려 퍼질 梨花의 노래(1)
1141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그날이 오기까지는, 四月은 갈아엎는 달. 그날이 오기까지는, 四月은 일어서는 달." - 신동엽, <4月은 갈아엎는 달>에서, 증보판『申東曄全集』, 창작과 비평사. 봄, 사월, 많은 꽃들이 피어나는 계절을 노래한 시인들은 많다. 위의 詩도 그 중에 하나다. 시대의 격동기에 많은 詩들은 대학생들의 가슴앓이를
캠퍼스
유이경
2004.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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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인 여성 인력 양성의 선두주자, 이화!
943
본 코너의 지필 방향은 외부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화, 즉, 이화 바깥의 언론 매체나 기타 미디어 등을 통해 다루어진 이화여자대학교에 관련된 사안들을 찾아내고, 거기서 제기된 문제점 혹은 여러 가지의 사회적 이슈들에 대하여 되도록 다양하고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며 사회에 비추어진 이화의 모습에 대하여 바르게 파악하고 좀 더 바람직한 이화의 모습을 함께 탐색해
캠퍼스
유수연
2004.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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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가, 무엇을?
837
그 애와 친구가 되어야겠다고 얼마 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나는 속으로 그 실마리를 찾은 것에 쾌재를 불렀다. 진호는 과거의 풍족했던 시절에서 현재를 견디게 하는 자존심을 얻고 있었다.그는 몸은 현재에 있고, 지금을 살아내고 있을지라도 마음과 꿈만은 예전의 기억을 향하고 있었다. 마치 식물에 구멍 뚫린 상자를 씌워 놓으면 그 줄기가 햇빛이 들어오는 구멍을 향해
캠퍼스
유예원
2004.04.0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