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우선 잘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희고 깨끗한 피부와 진한 눈썹, 작게 쌍꺼풀이 진 눈은 영민하고 귀여운 느낌을 주었고, 우뚝한 콧날은 전체적인 얼굴의 분위기를 헤치지 않을 정도로 솟아 있으면서 어리고 여리게 보일 수 있는 얼굴에 남성적인 균형을 주었다.

여느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잘 웃는 얼굴은 아니었지만 그의 얼굴만 보고 있으면 어렵지 않게, 금방이라도 미소를 머금을 수 있을 듯한 인상이었다.

그러나 후에 그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며 , 난 그 때 그의 턱과 입매 쪽으로 시선을 돌렸더라면 그에 대해 보다 많은 것을 알게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과 코에서 끝난 눈길이 아래쪽까지 이어졌더라면......그랬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얇고 작은 입매와 폭이 좁고 갸름한 턱은 얼핏 전체적인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인상을 주는 것처럼 보였다.

요즘 사람들이 선호하는 예쁘장한 남자의 얼굴이라고 하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여느 남자들과 달리, 그는 자신의 얼굴이 요즘 사람들, 특히 젊은 여자들에게 호감을 주고 지지를 얻는다는 사실에 만족감을 느꼈다.

이런 얼굴을 가지니 남자들이 가지기 쉬운 보다 남성적인 외모에 대한 동경은 그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상대방의 눈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눈빛만큼은 거짓말을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간혹 그 단순한 믿음을 배반당하는 경우가 있다.

나 또한 그 때문에 그런 배반을 경험해야 했다.

다른 젊은 여자에게 그를 가까이 하게 되는 일 자체를 권하고 싶지 않지만, 그를 만나게 된다면 그의 턱과 입을 꼭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것들은 얼핏 그의 흰 피부와 쌍꺼풀진 눈처럼 어리고 귀여운 인상을 주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냉랭하고 차가운 인상, 자신의 것은 결코 양보하지 않을 듯한 이미지를 풍겼다.

그것은 우연히도 다른 이들에게 호감을 주는 눈과 코 등 다른 얼굴의 부분들과 묘하게 어울렸지만 그 부분들만을 따로 떼어 찬찬히 살펴볼 때, 오히려 그 진의가 확실히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언젠가 이유도 없이 그의 얼굴이 섬뜩할 만큼 차갑다고 느껴졌을 때, 그것은 단지 그에 대한 오해가 있어서 혹은 그가 화가 나 있어서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 쪽이 진실이었다.

자신의 믿음과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 피해보려고 하지만 결국 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진실이다.

지금에 와서 굳이 변명을 덧붙이자면 그에게 접근하여 간단한 인사나마 말을 붙이게 하고, 나로서는 큰 용기를 내어 주말 영화 표 두 장을 예매하여 그에게 그 중 한 장을 건네게 만든 요인은 그의 외모뿐만이 아니었다.

종업원 명찰을 통해 확인한 그의 이름이 그에 대한 까닭 없는 확신을 주었던 것이다.

그 이름은 중학교 시절 나만 보면 미소를 짓던 남자애의 이름과 같았다.

진호. 흔한 이름이었지만 같은 이름은 어쩔 수 없이 그 같은 이름들의 주인공들을 서로 겹쳐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이 이름만큼은 아니지만 어떤 유사성이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심어 주었다.

중학교 시절의 "진호"는 반장을 도맡아 하던 모범생이었다.

그러나 내가 테이크아웃 커피점에서 만난 종업원 "진호"에게 기대한 것은 그런 점은 아니었다.

나에게 가장 따뜻하고 편하게 대해주었던 모습을 생각했던 것이다.

중학교 시절 나는 진호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의 "진호"는 사랑할 수 있었다.

그가 과거의 진호를 일부만 공유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그에 대한 내 느낌을 어렵지 않게 자라도록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진실은 그의 눈과 코에서 느껴지는 어린 인상도, 이름에서 어설프게 유추해냈던 따뜻함과도 모두 거리가 멀었다.

그것 때문에 그를 더욱 소유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에게서 내 믿음의 일부라도 확인해 보려고 거듭하여 그의 안으로 들어가려 했는지도 모른다.

처음에 내 멋대로 그를 규정하고 접근한 것은 나의 잘못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내가 그에게 몰두하고 있다는 점, 과거로부터 온 유추에 근거한 어떤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뒤 현재의 "진호"는 그것을 충분히 염두 해 두었음에 틀림없다.

현재의 진호는 그런 것을 놓칠 리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가 테이크아웃 커피점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복학한 뒤에는 그의 과제나 수업 시간 노트를 예사로 정리해 주고, 그가 부르면 언제든지 나와 밥을 사 주고, 나를 만날 때마다 필요하다고 말하는 교재 등을 구해 주었다.

한편으로 그는 내가 그를 완전히 가지기를 소망한다는 것이 족쇄로 다가왔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스스로가 그 점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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