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말일 경이었던 이화여대 김용서 교수의 군사 쿠데타 발언에 대한 파문이 확산된 이후, 이대 캠퍼스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 안팎에서 비난과 각성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역사의 우여곡절 끝에 이룩한 민주주의의 뜻과 이상에 반하는 그의 일부 논리에 대해 바로 다음날 아침,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이화인 연대의 몇몇 이화인들이 침묵시위로 대응했으며 김용서 교수의 발언에 관련한 내용과 학생들의 시위 장면은 이후 각종 언론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공개됐고 사회적으로 많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학생들의 시위 당일, 김용서 교수의 수업이 이루어진 강의실을 비롯한 이화 캠퍼스 곳곳에서는 피켓을 든 학생들과 사건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로 크고 작은 소동이 벌어졌고 김 교수의 수업은 수업을 거부하는 학생들의 반대 속에서 어렵사리 이루어졌다.

당시 문제가 되는 김 교수의 발언에 대한 이대생들의 반응은 크게 보아 다음의 두 가지였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이대 총학생회 홈페이지 등의 인터넷 싸이트를 중심으로 "총학생회의 김용서 교수 탄핵운동 추진을 기대한다" "군사 쿠데타를 운운하는 자가 학교 교수라니 믿을 수가 없다" 하는 등의 학교측과 이대 재학생 및 졸업생들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반성과 비판의 글들을 싣고 이에 대한 동조의 리플(댓글)을 달았다.

한편, 일각에서는 "김교수의 인사 행정론 수강생들이 때론 교수님이 좋아서 이 수업을 듣는다" "교수님의 수업을 단 5분이라도 들어봤는가, 교수님도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있다, 교수님의 수업을 듣는 학생으로서 불쾌하다" "신문에서 잘못 보도한 것 같다.

교수님도 자기 뜻이 잘못 전달된 것 같다고 얘기를 하지 않았나." "언론이 교수님 말씀을 곡해하는 것 같다.

교수님이 자기의 사상과 의도를 얘기해도 밖에서 시위하는 학생들은 무조건 수구라고 몰아붙인다.

자기들이 무슨 권리로 이화인의 의견을 대표한다고 보는가." "교수님에 대한 모독이다.

교수님 강의를 한번이라도 들어봤으면 저렇게 이의제기를 못한다.

교수님도 표현의 자유가 있는 데 민주주의에서 표현의 자유를 묵살해도 되는가. 황당하다" 등의 입장을 보여 학생들 내부에서도 각기 다른 의견 차이로 분란이 있었다.

이번 사안으로 자칫 또 다시 이대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움직임이 일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이대생은 이화이언 익명게시판을 통해 "이번 일은 큰 망신"이라며 "안 그래도 사소한 일만 나면 욕먹는 우리 학교가 이번 일로 대박이 났다"고 냉소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04-04-01 기사 발췌 및 요약) 이에 대한 외부의 네티즌과 시민들은 기본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김용서 교수의 발언 내용과 교수로서의 그의 자질을 비판함과 동시에, 앞서 어느 이대생이 우려한 바와 같이, 이번 사안에 대응하는 소수 이대생들의 불분명한 태도나 김용서 교수에 대한 반대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고 김용서 교수와 사상의 자유를 옹호하는 일부 이대생들에 대해 지탄하기도 했으며 때로는 그것을 이대 전체로까지 확대해 지나친 공격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되고 있는 김교수의 발언과 관련한 직접적인 논의 내용을 벗어나, 한교수가 소속돼 있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이화여대 전체를 보수와 친일의 핵심 세력으로 몰아간다거나, 문제의 본질과는 아무 상관없이 이대생들에 대한 사실 무근의 감정적 비판을 쏟아내는데 그치는 일부 네티즌들의 행위는 이전에 군 가산점 폐지를 주장하고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해 찬성 의견을 표한 총학에 의해 집단 사이버테러를 당한 경험을 안고 있는 이화여자대학교의 입장으로 볼 때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종류의 것이고, 이대생들은 직 간접적으로 학교에 피해를 주는 이런 불합리한 처사에 합리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권리가 있다.

이렇게 또다시 파생된 이화여대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인터넷 <미디어 오늘>의 이대생 출신 어느 기자는 이대생의 관점으로 이번 사안을 바라보며 "사이버상의 ‘이대 죽이기’ 유감" 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싣기도 했다.

그녀는 기사에서 김용서 교수 한 사람을 통해 이대 전체를 감정적으로 비방하는 행태를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사회의 악순환으로 규정짓고 감정적으로 논리를 비약하며 사실을 왜곡하는 네티즌들의 성숙하지 못한 토론 문화를 문제화했다.

하지만 또다시, 다수의 네티즌들에 의해 그녀의 관점 또한 이대생의 입장에만 치우친 편파적이고 감정적인 것으로 평가받으며 문제의 본질을 벗어났다고 비난받았다.

김용서 교수의 발언을 계기로 이번에 일어난 여러 논쟁들, 즉 군부 쿠데타는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다분히 위험한 내용을 포함한 김 교수의 의견과 민주주의의 편에서 이를 시대 착오적 발상으로 규정하고 용납하지 않는 국민들, 그래서 각성을 촉구하며 시위를 시작한 이대생들과 이런 이대생들의 행동을 소란스럽게 여기며 교수님을 옹호하는 편에서 모든 이의 발언의 자유를 주장하는 또 다른 한편의 이대생들, 다수의 의견에 반대하는 이러한 이대생들을 비난하고 이화여대 전체를 요즘 시대에 존재해서는 안될 구시대적인 존재로 몰아세우며 욕하는 일부 네티즌들과 이화여대에 관해 들려오는 비난의 소리에 더욱 민감해 그 비난의 타당성을 일일이 따져 볼 수 밖에 없는 이대생들의 입장, 그 가운데에는 모두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지 못하고 자신과 다른 의견을 용납하려하지 않는 우리 문화와 사람들의 모습이 있어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었을지 모르는 모든 문제가 해결하기도, 이해하기도 힘든 상황으로 더욱 치닫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런 제약이 뒤따르지 않는 생각과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의 사회 정의에 어긋나는 생각마저 감싸고 옹호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단지 매사에 있어 언제나 중간이 없는 양극단으로 나뉘어 서로 화합과 타협을 모르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이 모든 문제를 더욱 복잡하고 치열하고 심지어는 위험한 상태로까지 몰아가며 결국엔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통감할 뿐이다.

총선을 앞둔 그 시점에서 군부 쿠데타만이 정치 개혁을 위한 유일한 수단일 수밖에 없다는 어느 교수님의 의견과 그로 인해 빚어진 이번 파문이 우리 민족이 겪어야하는 참으로 비극적인 운명으로 느껴질 따름이다.

이대생들을 통틀어 무분별한 발언을 서슴치 않는 정체 모를 누군가의 발언에 마음만 답답할 뿐이다.

이번 문제로 우리 사회는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문제점을 가진 의견을 논박하는데 있어 이해와 관용을 바탕으로 한 성숙한 자세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