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2030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을 비롯한 커리어 활동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해 본지는 사회 각지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화잡(job)담'을 연재 중이다. 1633호부터는 본지의 온라인 독자패널단 '학보 메이트'의 궁금증을 인터뷰 질문에 반영해 독자 참여를 확대한다. 1652호에서는 명품 패션 브랜드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 관리직)의 삶을 다룬다.

프랑스 명품 주얼리 ‘까르띠에(Cartier)'의 국내 지사에서 근무하는 신지은씨는 현재 SCM 직무를 맡고 있다.  <strong>박성빈 사진기자
프랑스 명품 주얼리 ‘까르띠에(Cartier)'의 국내 지사에서 근무하는 신지은씨는 현재 SCM 직무를 맡고 있다. 박성빈 사진기자

“명품업계는 명품을 좋아해야 유리한가요?” “명품업계는 부유한 사람들만 일하나요?” 명품업계 입사 지망생들이 대개 가지는 궁금증이다. 하지만 명품업계를 실제로 들여다보면 타 기업들이 선호하는 인재와 별반 다르지 않다. 명품업계는 공개채용보다 인력 충원 목적의 수시채용으로 신입사원을 선발한다. 퇴사자가 생겨야 신입을 모집하기에 신입 공고가 잘 뜨지 않는 만큼 취업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다. 본지는 명품업계 취업과 사내 환경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고자 ‘까르띠에(Cartier)’ 코리아에서 근무하고 있는 신지은(의류·14년졸)씨를 만나봤다.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과 맡은 업무는

프랑스 명품 주얼리 회사 국내 지사인 ‘까르띠에 코리아’에서 SCM으로 6년째 근무 중이다. SCM은 ‘Supply Chain Management’의 약자로, 제품의 공급을 담당하는 일을 한다. 재고를 해외에서 받아와 데이터화하고 국내에 공급하기 적절한 수량을 분석하는 일을 한다. 타 패션 회사에서는 이를 MD(merchandiser)로 칭하긴 하지만 SCM 업무와는 결이 다르다. 패션 회사에서의 MD는 바잉(buying, 상품 사입)이 주 업무로 패션 컬렉션 기획 업무를 담당한다면, SCM은 숫자를 분석하거나 리포트를 읽는 업무를 맡는다.

 

SCM의 데이터 분석 업무란

SCM은 제품 관련 데이터를 보고 데이터가 함축하는 의미와 데이터를 통해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직업이다. 데이터 분석 업무는 일일 또는 주간 매출이 기록된 리포트를 참고해 진행된다. 예컨대 리포트에 한 매장의 매출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내용이 있다면 SCM은 매장의 어떤 상품 매출이 떨어졌는지, 그 상품의 매출이 떨어진 이유는 무엇인지를 파헤친다. 이후 매출을 높이기 위해 확보해야 하는 제품의 수량을 파악하고 홍보 전략까지 세운다. 그러나 엄청난 수준의 계산 능력이 필요하지는 않다. 사칙연산 범위 내 엑셀로 데이터를 분석하기 때문에 숫자를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업무가 가능하다.

 

다른 패션 브랜드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지

본교 전공 연계 현장실습으로 두 달 동안 국내 패션 유통 기업 ‘이랜드 코리아’ 인턴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고, 이후 명품 패션 브랜드 ‘펜디(FENDI)’ 코리아에서 1년, ◆SPA 브랜드 ‘H&M’ 코리아에서 2년 근무했다. 펜디 코리아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명품에 흥미가 별로 없었다. 자주 이용하는 브랜드에 가면 더 열정을 갖고 일할 수 있을 것 같아 H&M으로 이직하게 됐다. 하지만 SPA 브랜드에서 근무하다 보니 명품 브랜드보다는 매출 변동성이 크고 회사 체계가 유동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직업 안정성을 추구하는 성격이라 매출 변화가 크지 않고 부서 역할이 잘 조직된 명품 브랜드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까르띠에 코리아에 입사했다.

 

입사 과정 및 준비 방법은

까르띠에 코리아의 신입사원 채용은 인력 충원을 목적으로 하며, 공개채용보다 수시채용을 선호한다. ‘잡코리아’나 ‘피플앤잡’ 등 취업 전문 사이트에 공고가 올라오므로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채용 절차는 이력서 평가와 1차 실무진 면접, 2차 임원진 면접, 3차 지사장 면접으로 진행된다. 1차는 업무나 활동 경험에 대한 실무 평가가 주를 이루고 2차, 3차는 인성 면접에 해당한다.

먼저 이력서는 간결하게 키워드 중심으로 기재하는 것이 좋다. 실제 지원서류를 검토하다 보면 많은 경험을 장황하게 기술한 이력서가 있는데 면접자는 관련 경험을 선별해 한 장 이내로 기재하는 것을 선호한다. 포트폴리오를 이력서나 면접에서 보여주는 것도 방법이다. 예컨대 본인은 이전 회사에 지원할 때, <의류상품학> 수업에서 브랜드 론칭 프로젝트를 했을 때 제작한 PPT 자료를 제본해 면접관에게 보여줬다. 또 SCM은 데이터 분석 업무를 수행하기에 엑셀이나 코딩 능력을 보여주는 것도 좋다.

 

실제로 외국계 기업은 경력직을 선호하는지

외국계 기업은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시채용을 진행하므로 경력직을 선호하는 것은 맞다. 주로 인턴이나 계약직 중에서 일을 잘한다고 판단하는 사원을 정규직으로 올리는 경우가 많기에 한 달짜리 인턴이라도 시작하길 권한다. 경력이 없더라도 직무와 연결할 수만 있다면 교내 팀 프로젝트 등 어떤 경험이라도 좋다. 브랜드에 대해 검색해보는 것도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명품 브랜드도 ‘카카오톡(KakaoTalk) 선물하기’ 등 ◆이커머스(e-commerce)를 활용하기에 최신 트렌드를 공부하는 차원으로 이커머스 사이트에 들어가 보길 권한다. 또 매장을 최소 한 군데 이상 방문하길 바란다. 명품을 꼭 구매하지 않더라도 매장의 분위기와 어떤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면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보여줄 수 있다.

 

외국계 기업인 만큼 영어가 능통해야 하는지

본사가 해외에 있지만, 원어민처럼 능통한 영어 실력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자기 의사를 원어민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비즈니스 이메일을 쓸 수 있는 실력이면 업무에 큰 지장이 없다. 영어 자격증을 따로 요구하지도 않는다. 본인 역시 토익이나 토익 스피킹 성적은 없었고 오픽(OPIc) 자격증만을 소지했다. 단 영어에 거부감이 있다면 업무가 힘들 수 있다. 면접을 영어로 보고 실제 업무도 이메일이나 화상 회의를 통해 매일 영어로 소통하기 때문이다.

 

명품 브랜드 취업을 준비하는 이화인들에게

명품업계는 부유하고 명품에 관심이 있으면 취업에 유리하다는 얘기가 있지만 와전된 부분이 있다. 해당 브랜드의 제품을 면접 복장으로 착용해야 하는지 고민하기도 하는데 전혀 중요하지 않다. 굽이 낮은 평범한 면접 구두를 신고 갔는데 합격할 수 있었다.

또 채용공고에서 우대하는 경력 사항만 보고 지원을 주저하지 않길 바란다. 채용공고에서 1~2년 경력자를 원한다고 썼더라도 자질이 우수한 지원자가 지원할 경우 면접을 제안하기도 한다. 완벽하게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지원을 미루는 후배들을 보면 안타까움을 느낀다. 외국계 기업은 지원해서 떨어졌다고 다음 채용에서 지원 기회를 박탈하지 않기 때문에 경험 차원에서라도 도전하길 바란다.

 

◆SPA: ‘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의 약자로 의류 기획, 디자인, 제조, 유통, 판매 등 전 과정을 한 업체가 관리하는 형태다. 백화점 등 고비용 유통업체를 피해 대형 직영매장을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커머스: 전자상거래(electronic commerce)의 약자로,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사고파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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