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ㅣ2030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을 비롯한 커리어 활동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해 본지는 사회 각지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화잡(job)담’을 연재 중이다. 1656호부터는 인스타그램에서 독자들의 질문을 받아 인터뷰를 구성한다. 1658호에서는 하와이 퀸즈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의 삶을 다룬다. 

 

                   미국 하와이 퀸즈 메디컬 센터 응급실에서 4년째 근무 중인 전지은씨. 제공=전지은씨
                   미국 하와이 퀸즈 메디컬 센터 응급실에서 4년째 근무 중인 전지은씨. 제공=전지은씨

하와이의 한 병원 응급실은 늦은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밤낮 없이 바쁘게 일하는 의료진 덕분이다. 응급실 간호사는 환자들의 중증도를 고려한 응급 처치를 통해 환자들을 간호한다. 본지는 낯선 타지에서 환자를 위해 치열하게 일하고 있는 전지은(간호·15년졸)씨를 만나봤다.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과 맡은 업무는

미국 하와이에 있는 퀸즈 메디컬 센터(The Queen’s Medical Center) 응급실에서 4년째 일하고 있다. 환자의 중증도를 분류하는 색인을 활용해 진료 순서를 결정한다. 응급 처치를 하거나 의사의 응급 시술을 보조하는 것도 주된 업무다. 환자가 응급 치료를 받다가 입원하게 되면 입원 병동으로 인계한다. 교통사고나 외상과 같은 외과 질환은 물론 심장 질환이나 감염증과 같은 내과 질환 환자를 두루 상대한다.

 

업무 강도가 센 간호사라는 직종을 선택한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신체나 질병에 대해 배우는 걸 좋아했다. 약이 몸 안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사람의 몸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등 의학 지식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간호학과를 선택했다. 해외에서 일해 보고 싶었던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간호사라는 직종은 상대적으로 해외 취업이 쉽다는 말을 듣고 간호사를 선택했다.

그중에서도 응급실 간호사는 다양한 증상의 환자를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병동은 과별로 구분되지만, 응급실은 환자들의 질환이 비교적 다양한 편이다. 과별 병동이나 중환자실은 같은 환자를 며칠씩 봐야 할 때도 있지만 응급실은 그런 경우가 없다. 대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 응급실에서 인턴을 했던 경험이 있다. 위급한 상황에서 다양한 환자를 치료하는 것에 보람을 느껴 응급실 간호사로 일하게 됐다.

일이 힘들지 않다고는 말할 순 없지만 스스로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옛날부터 관심 있던 분야를 공부하고 해외에서 취업하게 된 것도 좋지만, 간호사라는 직업 자체가 자랑스럽다. 환자의 회복을 옆에서 지켜볼 때 뿌듯하다.

 

해외 간호사로 취업하게 된 과정은

처음부터 해외 병원에서 근무했던 것은 아니었다. 졸업 후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서 2년, 평택 미군부대 병원에서 2년 6개월 정도 일했다. 줄곧 해외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한국에서 해외의 의료 시스템을 접할 수 있는 곳을 찾다 간호 이론 수업에서 용산 미군 부대에 있는 병원으로 현장학습을 다녀왔던 경험을 떠올렸다. 그 길로 평택 미군 부대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서울을 떠나 소도시에 정착해야 한다는 점이 아쉽긴 했지만, 만족스럽게 근무했다. 연장 근무가 잦았던 서울아산병원과 달리 정해진 시간만 근무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연차는 물론이고 병가 사용도 자유로웠다. 미군 부대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2019년 꿈꿔 왔던 미국 병원에 취업하게 됐다.

공개 채용을 하고 지원에 따라 병동을 배정하는 한국 병원과는 달리 미국 병원은 수시로 분야별 간호사를 모집한다. 미국 병원은 병동별로 간호사를 구하기 때문에 이전에 어떤 분야에서 일했는지가 중요하다. 먼저 병원 인사팀에서 이력서를 검토하고 간단한 면접을 진행한 뒤 2차 면접에서는 지원한 병원에 가서 일하게 될 병동이나 같이 일할 사람들을 소개해 준다. 의료진에게 근무 강도나 환경이 어떤지 물을 수도 있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간호사가 부족하기에 취업 경쟁이 심하지는 않다.

 

응급실 간호사의 일과는

미국 간호사의 하루는 한국 간호사와 사뭇 다르게 흘러간다. 한국은 하루에 3명이 8시간씩 교대로 근무하는 게 흔하지만, 미국은 간호사 2명이 12시간씩 돌아가며 근무한다. 근무 한 달 전에 근무 일정을 짜고 대부분의 간호사들은 일주일에 3일 정도 원하는 날짜에 출근할 수 있다. 다만 응급실 간호사들은 다르다. 응급실은 24시간 활발히 운영되고 내원 환자 수에 따라 간호사 수를 조절해야 한다. 이 때문에 근무 시간이 다양하고 선택지가 많아 더 탄력적이다.

출근하면 업무 구역을 할당받는다. 구역은 환자의 중증도를 판단하는 트리아지(triage) 구역, 일반 환자를 담당하는 메인 구역 그리고 위급한 환자를 보는 패스트 트랙(fast track) 구역으로 나뉜다. 간호사 한 명 당 4명의 환자를 보며 간호조무사나 보충 간호사(float nurse)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의료 최전선에서 일하기 때문에 어떤 환자들이 올지 예상하기 어렵고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걸릴 위험도 있다. 노숙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상대하는 일도 잦다. 이런 점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같이 일하는 직원도 많고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상주하고 있어 의료진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병원과 미국 병원의 차이는

미국에서는 간호사의 권리가 더 보호받는다고 생각한다. 하와이주에는 간호법이 제정돼 있고 간호 노동 조합이 있다. 태움 문화가 없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다. 미국도 텃세를 부리는 사람이나 심술 부리는 사람은 있지만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병원 측에 당당하게 상황을 알리고 나를 보호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한국 간호사보다 워라밸이 좋은 것도 한몫한다. 한국에서 일할 때는 연장 근무가 많았지만, 추가 수당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근무 시간이 오전인 날도 있고, 오후인 날도 있어 생활 리듬 또한 불규칙했다. 미국은 연장 근무를 할 경우 전부 시급으로 돈을 받고 근무 시간도 정해져 있다. 쉬는 날 도 비교적 많다. 한국에서 간호사가 한 달에 11~13일 정도 쉰다면 미국에서는 18일 정도 쉰다.

 

해외 취업의 어려움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 어려웠다. 미군 부대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었지만, 막상 낯선 타지에 가니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배가 됐다. 위급한 상황에서 의료진들과 원활하게 소통하지 못하는 점이 힘들었다. 미국과 한국의 의학용어가 달라 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느낌도 들었다. 쓰는 약의 명칭부터 환자 차트를 작성하는 방법까지 달랐기에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계속 스스로 잘하고 있다는 자기 확신을 주고 스스로를 토닥였다. 병원에서 진행하는 오리엔테이션에 열심히 참여하고 일하는 도중 모르는 게 있으면 당당히 질문했다. 유튜브(Youtube)에 올라온 미국 간호사에 대한 영상을 참고하기도 했다.

 

의료인을 꿈꾸는 이화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금 공부하는 것들이 나중에는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본교 간호학과에서는 졸업 논문도 쓰고 영어로 된 수업이 많다. 당시에는 바쁜 와중에 논문을 쓰고 영어 강의까지 들어야 하는 것이 마냥 힘들었다. 이 경험은 미국에서 간호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의료 업계 자체가 힘들고 의학 정보가 자주 갱신된다. 매년 새로운 약이 개발되고 환자를 치료하는 가이드라인이 갱신되는 일도 잦다. 평생 공부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힘든 부분도 있지만 그만큼 보람차다. 간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 더 열심히 공부해서 이화의 좋은 의료인으로 남길 바란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