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2030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을 비롯한 커리어 활동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해 본지는 사회 각지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화잡(job)담’을 연재 중이다. 1656호부터는 인스타그램에서 독자들의 질문을 받아 인터뷰 질문을 구성한다. 이번 호는 게임 회사 크래프톤에서 근무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의 삶을 다룬다.

이혜리씨는 ‘크래프톤’에서 게임의 세계관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로 활약 중이다. 박성빈 사진기자
이혜리씨는 ‘크래프톤’에서 게임의 세계관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로 활약 중이다. 박성빈 사진기자

한 게임이 출시되기까지는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중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는 게임이 가진 특징을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알릴 방법을 구상한다. 그들은 게임의 세계관과 그래픽을 짧은 영상에 담아 대중에게 선보이고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게임 ‘배틀그라운드’ 본사이자 게임 제작 회사 연합인 ‘크래프톤’에서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로 재직 중인 이혜리(기독·19년졸)씨를 만났다.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과 맡은 업무는

크래프톤의 크리에이티브 센터에서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센터는 회사가 새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시네마틱 영상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곳이다. 시네마틱 영상은 우리가 흔히 보는 CG(Computer Graphics) 영화처럼 이야기가 있는 영상을 말한다. 게임 광고나 게임 단편 영화도 시네마틱 영상이다.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는 게임 신작이 나오거나 새 업데이트가 있을 때, 혹은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 각인이 필요할 때 시네마틱 영상을 기획한다. 시네마틱을 제작하는 분들이나 외부 협력사와 미팅을 많이 하고 작업물에 피드백을 주기도 한다.

 

전공과 다른 업무를 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인문학에서 배운 것을 기반으로 한 직무라서 어려운 건 없었다. 기독교학과에서 배웠던 것들은 이야기를 만들고 아이디어를 내는 작업에서 큰 도움이 됐다. 성경 자체가 ◆모티프로 가득 차 있는 책이지 않나. 성경을 학문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세계관과 구조를 잘 알 수 있었다. 서양의 모든 뿌리가 성경에 있어서 공부하는 게 재밌었고 인문학을 배운 게 좋은 토양이 됐다. 

 

이 직종을 택한 계기는

어릴 때부터 재밌는 걸 좋아해서 고등학교 시절 뮤지컬 동아리를 했다. 대학생 땐 연극을 하며 창작 분야의 토양을 쌓았고 유튜브도 운영했다. 벼룩시장을 열어서 그 수익금으로 학관 미화원분들께 신발을 사드린 적도 있다.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일을 좋아했고 이걸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영상 쪽이 제일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해서 딩고에 지원했고 PD로 일했다. 음악 영상을 계속 만들다 보니 영상은 즉각적 피드백이 없어서 일방적이라고 생각했다. 게임을 할 땐 가상 세계에 들어가서 쌍방향으로 즐길 수 있지 않나. 게임은 영상보다 한 차원 더 큰 엔터테인먼트 같아서 게임 쪽으로 오게 됐다.

 

일하다 마주했던 난관이 있다면

크리에이티브 센터는 새 기술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지난번에 가상 인간 ‘애나’를 제작했을 때 인공지능 보이스(애나의 목소리)를 ◆딥러닝(Deep Learning) 본부와 같이 만들게 됐다.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알아가면서 크리에이티브 분야로 이끄는 게 어려웠다. 그만큼 해냈을 때 성취감은 제일 컸다. 새로운 문화는 새로운 기술에서 나오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유튜브에 누르면 영상 속 해당 시간으로 바로 이동하는 ‘타임 코드’가 없었다. 이제는 댓글에서 파란색 00:53 누르면 53초로 가지 않나. 이 기능을 활용해서 놀 수 있는 문화가 유튜브 콘텐츠 속에서 생겼다. 새로운 기술을 가장 먼저 접하고 시도해볼 수 있는 곳이 게임/IT 업계라서 좋다.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입사 과정과 준비 방법은

딩고 PD를 하다가 음악 산업에 끝이 보였다. 더 이상 그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파고들 만큼 열정이 없었다. 당시 팀장님이 “혜리야, 너 이제 뭐 하고 싶니”라고 물어보셨다. 다음 예능으로 뭐를 만들고 싶냐는 말인 줄 알았는데 딩고 이후 계획을 물으시는 거더라. 그때 다른 일을 해도 되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게임 업계에 가기로 결심했다.

입사를 준비할 땐 확실한 계기가 있어야 한다. 서류 지원하고 면접 보는 기술적인 것 말고 진심이 필요하다. 면접관도 진심을 본다. 대학생 땐 스스로 이걸 좋아하는지, 내가 잘하는지, 이걸 업으로 삼아도 되는지 결정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학생 때 많이 놀고 본인이 좋아하는 거 찾아서 그걸 잘해야 한다. 게임에 대해 잘 알고, 좋아하고, 열정적이었다. 하면 잘하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진심은 보이기 때문에 자기 길에 확신을 갖는 게 중요하다.

 

콘텐츠 기획이나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은

첫째는 논리적 사고력이다. 많은 정보가 쏟아져 들어올 때 그걸 다 모아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르는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고 층위별로 나눠서 연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둘째는 창의력이다. 주기적으로 영감을 자극하는 습관이 있다. 여행, 영화, 책 등을 즐긴 후 잊어버리지 않게 기록한다. 영화 볼 때 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참신한 장면을 바로 핸드폰이나 노트를 꺼내서 적는다. 여행 가서도 매일 일기를 쓰고 한 달 여행 갈 때는 미리 질문을 100개 적어서 간다. 단순히 ‘오늘 뭐 먹지’ 같은 질문보다는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일까’, ‘그걸 왜 좋아할까’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이렇게 하면 어떤 자극에서 내가 어떤 아이디어를 얻었는지 파악할 수 있어서 콘텐츠 기획이나 제작에 도움이 된다.

 

◆모티프: 상상력을 자극하여 작품을 창작하게 하는 대상이나 체험

◆딥러닝: 컴퓨터가 스스로 외부 데이터를 조합, 분석하여 학습하는 기술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