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2030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을 비롯한 커리어 활동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해 본지는 사회 각지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화잡(job)담'을 연재 중이다. 1633호부터는 본지의 온라인 독자패널단 '학보 메이트'의 궁금증을 인터뷰 질문에 반영해 독자 참여를 확대한다. 1651호에서는 AI 서비스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IT 기획자의 삶을 다룬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사내 IT 기획을 담당하는 IT 기획자 고유리씨.  김희원 사진기자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사내 IT 기획을 담당하는 IT 기획자 고유리씨. 김희원 사진기자

사내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기업 내 IT 시스템을 꾸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사내 IT 기획자다. 사내 IT 기획자는 기업의 다양한 업무 영역과 IT 기술을 접목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인다. 본지는 AI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사내 IT 기획을 담당하는 IT 기획자 고유리(사회·19년졸)씨를 만났다.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과 맡은 업무는

카카오의 계열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사내 IT 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일반 회사에는 재무나 인사와 같은 다양한 업무 영역이 있다. 각 영역의 업무 과정에서 IT 기술을 접목해 업무가 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IT 기획의 주 업무다. IT 기획은 임직원들이 일하는 방식을 간소화해 업무 자체에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고민하며 IT 기술을 통해 이를 구현한다. 입사 초기 급여정보시스템을 만들었던 것이 하나의 예시이다. 이는 임직원이 월급 받는 계좌를 바꾸고 싶을 때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온라인 설문을 통해 변경하고 싶은 계좌를 제출하면 인사팀 담당자가 직접 재무팀에 이를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거치는 절차가 많다 보니 과정이 번거롭고 오류도 잦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급여정보시스템을 만들어 변경된 계좌 정보를 자동으로 연동시키고 통장 사본을 제출할 필요가 없도록 했다. 이를 통해 인사팀과 재무팀의 업무가 줄고 데이터 정합성을 갖출 수 있었다.

 

사회학을 전공했지만 IT 기획 업무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특성화고등학교에서 정보통신을 공부했던 것이 하나의 계기가 됐다. 고등학생 시절 IT 기술과 인문학의 접목에 관심이 있었다. 정보 과목을 배우면서 결국 기술을 향유하는 것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사회에 관심을 갖고 사회학을 전공했다. IT 기획 업무를 시작하게 된 것도 마찬가지였다. 사내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은 결국 임직원이다. 사람과 IT가 소통할 수 있는 가교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서 사회학을 전공했음에도 거리낌 없이 IT 관련 직무에 지원하게 됐다. 

 

취업 준비 과정은

현재 회사에는 전환형 인턴 제도로 입사했다. 서류 단계와 면접 단계를 통해 인턴에 합격한 후 3개월간의 인턴십 과정을 거쳐 PT 면접을 보고 정직원이 됐다. 서류 단계에서는 이전 회사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에서의 담당 업무와 산출물을 상세하게 정리했다. 또 IT 기획자로서 이루고자 하는 포부를 밝히고 그걸 이루기 위해 쌓았던 경험을 나열했다. 이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소서 첨삭을 자주 받았던 게 큰 도움이 됐다. 첨삭 과정에서 지적받았던 부분은 지켜야 하는 원칙으로 수립해 지속해서 되새기며 퇴고했다. 인턴십을 하면서는 매일 인턴 일지를 썼다. 참석한 회의의 내용과 그 회의를 통해 배운 내용을 세세하게 정리한 게 PT 면접을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됐다.

 

취업을 준비하며 힘들었던 경험과 극복 과정은

첫 회사를 대책 없이 나온 후 이직에 실패하며 진로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됐다. 다른 기업에서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회사의 인재상도 파악하지 못한 데다 해당 직무에 큰 관심이 없는 상태에서 면접을 보게 된 것이 면접 태도에서 드러나 탈락했다. 당시에는 자괴감도 들었고 우울했지만 돌이켜봤을 때 회사를 향한 열정을 보여주려 노력해야 했던 건 당연했다. 실패했던 경험을 되돌아보며 심기일전해 취업 준비를 다시 시작했다.

면접에서 떨어진 후 스스로를 어필할 수 있는 고민을 계속했던 것이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됐다. 스스로의 강점과 단점을 파악하고 하고 싶은 직무와 할 수 있는 직무를 구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을 통해 진출하고 싶은 산업군을 파악했다. IT 산업에 진출하고 싶었고 경영학을 복수전공하면서 금융 업계에서도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두 분야를 접목할 수 있는 직장에서 근무하고 싶어 직무를 탐색하다 보니 보험사와 협업을 진행하는 IT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하게 됐다. 이 경험이 IT 업계에 진출하는 발판이 됐다.

 

컨설팅 회사에서 기획 회사로 이직하게 된 계기는

직접 프로젝트를 기획해 산출물을 만들어 내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업무를 하고 싶었다. 컨설팅 업무는 고객으로부터 컨설팅 요청을 받아 해당 회사에 필요한 자료를 찾고 전략을 수립해 전달하는 것이다. 업무 전략을 전달하기만 할 뿐, 해당 전략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경험하고 전략 수정에 대한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래서 직접 업무를 기획할 수 있는 직종으로 이직을 결심했다. 

 

카카오에서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복지는

재택 근무와 사내 근무를 선택할 수 있다. 사내 근무를 선택하면 일주일에 3일 이상 출근하면 되고 재택 근무를 선택하면 최소 주 1~2회만 회사에서 근무하면 된다. 사내 직원들과 협업하는 경우가 많아 사내 근무를 선택했지만 자유롭게 재택 근무를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재택 근무를 하면 왕복 3시간 가까이 걸리는 출퇴근 시간을 아껴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업무 효율도 높일 수 있다. 정해진 시간 없이 월에 정해진 근무 시간을 채우면 되는 자율 근무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것도 복지 중 하나다.

 

IT 업계 취업을 꿈꾸는 이화인들에게

취업하다 보면 지원했던 회사에 떨어지는 등 좋지 않은 결과를 마주하기도 한다. 이럴 때 자신을 탓하지 않고 지금보다 더 좋은 자리에 올라가기 위한 과정을 겪고 있다고 생각했으면 한다. 현재 회사에 입사한 후 취업에는 능력 외에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수많은 요소들이 작용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지원하고 싶은 회사가 어떤 직무를 선호하는지, 자신의 면접일에 어떤 면접관이 들어올지 모르는 것처럼 취업 과정에서는 노력해도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이때 본인의 경험과 역량을 의심하지 말고 실패한 경험을 더 좋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발판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어떤 상황이 오든 부딪혀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취업을 준비하며 면접 기회가 있어도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도망치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면접관으로부터 비판적인 목소리를 들었던 때도 있었다. 실패도 겪고 때로는 좌절했지만 전부 나름의 성장판이 되는 경험이었다. 나쁜 경험은 없다. 그러니 기회가 온다면 이를 놓치지 말고 부딪혀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간혹 문과 출신이기에 IT 업계 취업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다. IT 업계에는 기획 업무와 같이 개발, 엔지니어링과 거리가 먼 업무도 있다. 그러니 처음부터 갈 수 없는 업계라 생각해 단정짓고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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