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2030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을 비롯한 커리어 활동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해 본지는 사회 각지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화잡(job)담'을 연재 중이다. 1667호에서는 외국계 금융회사를 거쳐 카카오뱅크에서 일하고 있는 자금세탁방지 매니저의 커리어 이야기를 전한다.

오늘날에는 시중 은행, 인터넷 은행 등 다양한 금융회사를 매개로 수많은 돈이 오간다. 그중에는 부도덕한 방법으로 오가는 돈도 있다. 자금세탁방지제도는 그런 돈이 세탁돼 깨끗한 척 세상에 돌아다니지 않게 한다. 금융회사에서도 불법 자금의 세탁기가 되지 않고자 자금세탁방지팀을 운영한다. 2019년부터 카카오뱅크 자금세탁방지팀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노윤영(경제·13년졸)씨를 만났다.

카카오뱅크 자금세탁방지팀 매니저 노윤영씨는 해당 일은 많은 자료를 읽기 위한 세심한 성격이 필수라고 말했다. <strong>박소현 사진기자
카카오뱅크 자금세탁방지팀 매니저 노윤영씨는 해당 일은 많은 자료를 읽기 위한 세심한 성격이 필수라고 말했다. 박소현 사진기자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과 맡은 업무는

2019년부터 카카오뱅크 자금세탁방지팀에서 일하고 있다. 자금세탁방지팀은 ‘자금세탁방지제도’에 따라 금융 상품이나 서비스가 불법 자금세탁에 이용되지 않도록 한다. 범죄 행위를 예방하고 투명한 금융거래 질서를 만들어 나가는 ‘파수꾼’ 역할이다. 

자금세탁방지제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의심거래 보고제도(STR, Suspicious Transaction Report), 고액현금거래 보고제도(CTR, Currency Transaction Report), 고객확인제도(CDD, Customer Due Diligence). 자금세탁방지팀도 제도에 따라 STR, CTR, CDD 업무를 수행한다. STR 업무는 불법 재산 또는 자금세탁 행위 등이 의심되는 합당한 근거가 있을 때 금융회사가 금융거래를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하는 역할이다. CTR 업무에서는 금융정보분석원에 하루 천만 원 이상의 현금거래를 보고한다. CDD는 고객에게 합당한 주의를 기울이는 업무이다. 고객의 신원, 실제 소유자, 거래의 목적, 자금의 원천 등을 확인하고 검증한다. 보고하는 업무인 STR과 CTR 담당자는 주로 거래를 모니터링 하고, CDD 담당자는 내부 제도를 기획하고 운영한다. 현재는 CDD 업무를 맡아 자금세탁방지팀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이 직종을 선택한 계기는

경제학과에서 공부하며 학창 시절부터 자연스레 금융권 취업을 희망했다. 2014년부터 외국계 금융회사의 국내 지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자금세탁 방지업무가 생소한 시절이었고, 회사에도 자금세탁방지팀이 신설됐을 때 입사했다. 막상 일을 시작하니 경제학보다 법률에 가까워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익숙해질수록 꼼꼼히 데이터를 분석하는 업무가 개인 성향과 잘 맞았다. 또한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 계속 커리어를 쌓았다.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할 때는 본사에서 수립한 자금세탁 방지업무 정책에 따라 CDD 업무를 수행했다. 성장 가능성이 큰 인터넷 은행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업무 정책을 기획하고 기존에 다루지 않은 STR, CTR 영역까지 업무 경험을 확장하고 싶어 이직을 결심했다.

 

입사 과정 및 준비 방법은

카카오뱅크 채용 홈페이지에서 수시 채용 중인 공고에 직접 지원했다. 채용 과정은 서류, 1차 면접, 2차 면접 순서로 진행된다. 1차 면접은 실무진 면접이고, 2차 면접은 임원진 면접이다. 경력직으로 이직했기에 경력에 대한 질문에 대비하고자 그동안의 경력들을 꼼꼼히 정리했다. 수행 경험이 없던 업무에 대해서는 별도의 자료 검색을 통해 숙지했다.

기업에서는 경력직을 선호한다. 경력을 쌓기 위해서는 취업을 해야 하는데, 물론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걸 안다. 관련 도서를 읽거나 자격증을 취득해 업무에 대한 관심을 보여줄 수 있다. 관련 자격증으로는 ‘공인자금세탁방지전문가(CAMS), 공인국제제재전문가(CGSS) 등이 있다. 전문교육도 있다. 본교에서도 ‘이화-매경(매일경제신문) 자금세탁방지 전문가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성균관대에도 ‘금융지도자 자금세탁방지 전문가과정’이 있으니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자금세탁방지 업무의 필수 역량 및 도움이 됐던 학부 시절 경험은

많은 자료를 읽어야 하는 자금세탁방지에 꼼꼼한 성격은 필수다. 학창 시절, 지금은 인재개발원으로 명칭이 바뀐 ‘경력개발센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MBTI 같은 성격유형 검사를 통해 강점이나 성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후배들이 자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적극적으로 가졌으면 좋겠다. 데이터 분석력도 필요하다. 고객 거래 데이터 등 대량의 데이터를 다룰 일이 많기 때문이다. 학부 시절 수강한 통계 관련 수업 내용이 실제 업무에서도 도움이 되고 있다. 

자금세탁방지제도 관련 법령은 계속해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특히 인터넷 은행은 비대면으로만 운영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자금세탁 위험이 높다고 평가된다. 기업에서도 이에 발맞춰 기존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정 법령 등의 업무 지식을 꾸준히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입사 뒤에는 잘 몰랐던 법 분야에 대한 지식을 얻고자 관련 법령들을 찾아 계속해서 읽고 숙지하려고 노력했고, CAMS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관련 직종을 꿈꾸는 후배 이화인들에게

학부 시절, 항상 공부하고 있는 학우들을 보며 같이 공부했다. 그렇게 성실히 공부하던 습관은 자양분이 돼 지금까지도 업무 지식을 꾸준히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금세탁방지는 아직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객들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업무로서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유망한 분야이다. 자신의 성향과 잘 맞는다면 자부심을 느끼고 커리어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대학생 때 교환학생이나 방문학생처럼 해외에서 공부해보지 못해 아쉬웠다. 영어로 소통하는 능력도 필요하지만 어떤 일에서든지 중요한 건 폭넓은 시야를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견문을 넓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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