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2030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을 비롯한 커리어 활동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해 본지는 사회 각지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화잡(job)담'을 연재 중이다. 1633호부터는 본지의 온라인 독자패널단 '학보 메이트'의 궁금증을 인터뷰 질문에 반영해 독자 참여를 확대한다. 1650호에서는 종합출판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문학 편집자의 삶을 다룬다.

위즈덤하우스 문학편집자 정지혜씨 <strong>제공=정지혜씨
위즈덤하우스 문학편집자 정지혜씨 제공=정지혜씨

책 한 권이 독자들의 손에 쥐어지기까지는 문학 편집자의 노고가 따른다. 출판사에 소속된 문학 편집자는 작가를 섭외하는 과정부터 책 제목을 짓는 일, 내용 구성에 대한 논의까지 출판의 전 과정을 책임진다. 특히 출판편집자는 다른 업계에 비해 채용공고가 잘 뜨지 않기에 생소하게 다가오는 직업일 수 있다. 본지는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문학 편집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위즈덤하우스’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지혜(국문·13년졸)씨를 만나봤다.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과 맡은 업무는

종합출판사 위즈덤하우스 문학 편집자로 7년째 근무 중이다. 본사의 부서로는 성인 도서를 출판하는 출판 1본부와 출판 2본부, 어린이도서를 출판하는 출판 3본부, 웹툰 본부와 웹소설 본부가 있다. 그중 3본부에 속해 어린이 문학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 문학 편집자는 같이 작업하고 싶은 작가를 섭외하고 출판에 필요한 작가의 원고를 받는다. 또 책에 들어가는 글과 잘 어우러지는 그림을 그려줄 수 있는 그림작가 섭외, 책의 콘셉트 결정, 제목과 카피를 쓰는 등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편집자의 업무다.

 

문학 편집자의 일과는

문학 편집자의 업무는 크게 근무 시간과 근무 외 시간으로 나눌 수 있다. 근무 내 시간은 누군가와 소통하는 일로 보내는 편이다. 오전에 출근하면 같이 작업하기로 한 작가나 디자이너와 이메일을 통해 용건을 나눈다. 오후에는 주로 회의가 많은 편이다. 기획 회의를 비롯해 편집 회의, 제목 회의, 디자인 회의, 마케팅 회의까지 사내 직원 및 작가와 함께 다양한 회의를 진행한다. 필요한 회의를 마치면 보통 오후5시가 되는데 퇴근 후에는 혼자 할 수 있는 업무를 한다. 투고로 들어온 원고를 읽어보거나 작업 중인 원고를 교정 및 교열하거나 같이 작업하고 싶은 작가를 찾기 위해 다양한 책을 읽어본다.

 

입사 과정 및 준비 방법은

위즈덤하우스의 입사 절차는 크게 서류전형, 1차 면접, 2차 면접으로 진행된다. 입사 당시 이력서에서는 이전에 출판사 두 곳에서 성인 도서 편집자로 근무했던 경험을 강조했다. 단, 어린이 문학 편집자 경험이 없다는 점을 보완하고자 어린이 문학으로 분야를 옮기려는 이유, 출판하고 싶은 어린이 문학, 어린이 문학 시장의 동향을 자소서에 녹여냈다.

1차 면접은 팀장 및 팀원들이 진행하며 주로 실무 능력과 관련한 질문이 나왔다. 본사에서 어떤 책을 출판해왔고 특정 경쟁사에 대응하기 위해 본사가 어떤 전략을 수립하면 좋을지 등의 질문을 받았다. 1차 면접에서도 어린이 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강조하려 했다.

2차 면접은 사내 모든 본부장 및 대표와 각각 일대일로 진행된다. 전체 면접 시간은 약 3시간으로, 면접 이후 본부장과 대표의 만장일치를 얻어야 합격할 수 있다. 보통 2차 면접은 인성 면접의 성격이 강하기에 앞으로 어떤 편집자가 되고 싶은지와 같은 거시적인 목표나 이력서에서 약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을 보완하는 답변을 준비했다.

 

채용공고가 잘 뜨지 않는 출판업계에 입문한 방법은

출판업계는 공개채용보다는 수시채용으로 선발하며 경력직을 선호하는 편이라 입문이 어렵다. 과거 타 출판사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본 회사 사장님께서 편집자로 일할 것을 제안해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특수한 계기가 아니더라도 입문하는 방법은 있다. 먼저 다수의 출판사 관계자들이 구인·구직 사이트 북에디터(bookeditor.org)에 수시로 채용공고를 올리고 있다. 또 서울출판예비학교(SBI) 등 기관에서 진행하는 편집 교육을 이수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위즈덤하우스의 경우 연계 채용을 진행하지는 않지만, 편집 교육 이수자 중 합격자를 선발하는 출판사도 있다. 편집 교육에서는 편집의 기본부터 마케팅 지식까지 편집자의 전반적 업무를 배울 수 있으므로 신입으로 들어오기 가장 좋은 통로라고 생각한다.

 

문학 편집자가 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된 경험은

공모전이나 대외활동을 많이 하기보다는 책을 정말 좋아해 책 관련 활동들을 해왔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활동하거나 온라인 서점에 책 후기를 열심히 써서 우수리뷰상을 타기도 했다. 따라서 화려한 스펙보다는 책에 대한 흥미를 강조하길 권한다. 먼저 맡고 싶은 분야의 다양한 책을 많이 읽어보길 추천한다. 최근에 출판된 소설만 읽기보다는 고전 서적부터 체계적으로 읽은 뒤 독서기록장에 정리한다면 문학을 분석하는 힘이 생기고 입사 과정에서도 독서량을 강조할 수 있다. 최근 자신만의 기획력이나 독창적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중요해지고 있어 색다른 경험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예컨대 ‘북스타그램’을 만들어 책에 대한 관심도를 보여주거나 입사를 원하는 출판사의 책을 읽고 서평을 제출하는 방법 등이 있다.

 

위즈덤하우스 내 복지서비스는

위즈덤하우스의 복지는 잘 갖춰진 편이다. 먼저 재택근무제와 유연근무제가 활성화돼 있다. 재택근무제와 유연근무제를 원할 경우 미리 회사에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 보통 평일 중 평균 이틀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 유연근무제는 일주일 기준 기본근무시간인 40시간을 채우는 선에서 하루 출근 시간을 자유롭게 배분할 수 있는 제도다. 또 보통 직장인은 1년에 휴가를 쓸 수 있는 개수가 정해져 있으나 위즈덤하우스에서는 휴가 개수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아 원하면 무제한으로 쓸 수도 있다. 한 달에 한 번 회사 대표님께 직원들이 직접 건의할 수 있는 ‘타운홀(town hall) 미팅’도 열린다. 타운홀 미팅에서는 사무실 조명이나 의자 등 사소한 시설에 대해 불편함도 쉽게 건의할 수 있으며 대표님께서 바로 해결해주시는 편이다.

 

문학 편집자를 꿈꾸는 이화인들에게

편집자는 자신의 기획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디자이너, 마케터, 번역가, 작가 등 많은 이해관계자와 함께 일하는 업무가 주를 이루기에 의견의 중심에서 잘 조율해줘야 한다. 문학 편집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으나 문학을 사랑하는 학생이라면 이 직업보다 더 잘 맞는 직업은 없을 것이다. 좋아하는 작가와 직접 미팅하거나 자신의 성과가 책이라는 결과물로 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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