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2030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을 비롯한 커리어 활동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해 본지는 사회 각지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화잡(job)담’을 연재 중이다. 1633호부터는 본지의 온라인 독자패널단 ‘학보메이트’의 궁금증을 인터뷰 질문에 반영해 독자 참여를 확대한다. 이번 호에서는 특허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변리사의 삶을 다룬다. KBK 특허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권은정(전기전자·06년졸)씨를 만났다.

 

KBK 특허법인에서 근무하는 권은정 변리사 <strong>이자빈 사진기자
KBK 특허법인에서 근무하는 권은정 변리사 이자빈 사진기자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과 맡은 업무는

KBK 특허법인 변리사로 약 6년 동안 근무하고 있으며 변리사가 된 지는 약 8년 차다. 본사 소속 변리사의 담당 분야로는 기계, 상품 디자인, 전자 등이 있고 그중 전자 분야를 맡아 LG전자 같은 대기업의 통신 기술 특허 출원 업무를 주로 진행하고 있다. 특허를 출원하고자 하는 발명자와 대화하며 발명의 핵심을 파악한 뒤 이를 명세서로 작성해 출원하고, 심사 과정에서 다양한 업무를 처리해 특허 등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 업무다.

 

변리사가 고객에게 주는 도움으로는

출원 관련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변리사의 역할은 쓸모 있는 특허를 만들고 좋은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발명자가 기술을 발명하면 변리사가 그 기술을 특허로 만들기 위해 명세서를 작성한다. 명세서 내용에 따라 해당 기술이 유용한 특허가 될 수도 있고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예컨대 명세서를 작성할 때 변리사가 중점을 두는 부분은 고객의 발명이 특허로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 범위를 넓게 가져가도록 하는 것이다. 한 곳에서 먼저 발명한 상품을 다른 곳에서 모방해 출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권리 범위 내에 해당되지 않아 특허법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표절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다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게 된 계기는

10년 이후 회사 안에서 본인의 위치를 상상했을 때 삶의 만족도가 높지 않을 것 같아 퇴사를 결심했다. 근무했던 대기업 제조업체의 업무 강도가 높았던 것도 퇴사 이유 중 하나다. 개인 시간을 스스로 관리하기 어렵고 회사 상황에 의존해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에 입사해도 1년에 최소 한 두 번 정도는 여행을 갈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입사하자 휴가를 쓰는 것 자체가 어려웠을 정도다. 이직을 고려한 뒤로 전공을 살리되 업종을 아예 변환할 수 있으면서 10년 후에도 커리어를 유지할 수 있을 직종으로 변리사를 떠올리게 돼 사직서를 내고 변리사 준비를 시작했다.

 

변리사 시험 합격 비법은

공부 외 부수적 요인을 배제하기 위해 따로 스터디를 하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들과 스터디를 시작하면 부원들과 친해지는 과정이 필요하고 인간관계에 신경 쓸 수밖에 없어서다. 물론 스터디를 하지 않아 초반에는 시험 관련 자료들을 얻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공부 효율을 위해, 독학으로 준비하지 않고 학원과 온라인 강의를 이용했다. 변리사 시험은 1차 시험과 2차 시험으로 나뉘는데 두 시험 모두 생소한 법 관련 내용이 출제되기 때문이다.

객관식 시험인 1차 시험은 학원에서 수업을 들은 내용을 암기한 뒤 반복해서 문제를 풀며 대비할 수 있었다. 다만 논술형 시험인 2차 시험이 복병이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모든 답을 논술 형태로 서술해야 하는 시험이라 처음에는 시간이 매우 부족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법의 논점을 암기한 뒤 논점을 빠뜨리지 않고 답안을 써내는 노력을 반복했다.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며 힘들었던 점과 극복 방법은

합격하기까지 약 4년이 걸렸다. 적지 않은 나이에 회사를 그만두고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는 상황이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또 비교적 늦게 공부를 시작한 만큼 부모님의 금전적 지원을 받기 어려워 회사에 다닐 때 벌어 놓은 돈으로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공부가 잘 안될 때마다 "더 이상 돌아갈 곳이 없다"며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본인과 비슷하게 회사 생활을 그만두고 변리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의 합격 수기를 읽어보며 공부에 대한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문과 출신 변리사도 존재하는지

기술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는 특허분야의 경우 문과 출신 변리사가 거의 없지만, 상표 및 디자인 분야에 진출한 문과 출신 변리사는 꽤 있다. 특허분야는 최신 기술을 이해하는 능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변리사 합격 이후 사무소에 입사하는 과정에서 지원자가 기술과 관련 있는 전공인지 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상표나 디자인 관련 업무에 관심이 많다면 문과 전공으로도 충분히 활동할 수 있으나, 특허 분야 진출을 희망할 경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물론 문과 출신이면서 이공계 전공을 복수전공한 변리사들은 특허분야에도 있다.

 

변리사에게 필요한 자질은

최신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 변리사는 새로운 발명자들을 만나 발명한 내용을 이해하고 핵심을 파악한 뒤 특허로 잘 만들어야 하므로 최신 기술이 나올 때마다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라서다. 치밀한 업무 처리 능력도 필요하다. 한 번에 많은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고 마감 기한이 모두 정해져 있다. 관리팀에서 일정을 챙겨주기는 하나 본인이 먼저 스스로 챙겨야 업무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혼자 하는 문서 작업이 많아 팀워크 업무보다 개별 업무를 선호하는 사람이 변리사 업무에 좀 더 적합할 수 있다.

또 어학 능력이 뒷받침되면 좋다. 해외 출원의 경우 변리사가 외국 특허청에서 발행된 문서들을 검토해야 하고, 클라이언트가 외국 기업인 경우 소통을 위해 실질적으로 다루는 문서의 70~80%가 영어다. 중국도 최근 중요한 시장으로 떠오르는 만큼 중국어에 능통한 것도 좋다.

 

변리사가 되고 싶은 이화인에게 하고 싶은 말

변리사에 관심이 있다면 변리사 업무가 본인에게 적합할지 먼저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를 바란다. 고액 연봉을 받는 이공계 전문직이라는 점에 끌려서라면 변리사가 된 이후 현실과의 괴리를 느낄 수 있다. 당장 2년 뒤가 아니라 약 10년 뒤에 본인이 변리사로서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머릿속에 그려보길 권한다. 변리사는 다양한 경로로 진출이 가능한 만큼 특허법인 소속 변리사가 될지, 개인사무소를 개업할지 등 미래 목표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뒤 준비를 시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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