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2030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을 비롯한 커리어 활동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해 본지는 사회 각지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화잡(job)담’을 연재 중이다. 1633호부터는 본지의 온라인 독자패널단 ‘학보 메이트’의 궁금증을 인터뷰 질문에 반영해 독자 참여를 확대한다. 이번 호에서는 덴탈케어 브랜드 루치펠로 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는 CEO의 삶을 다룬다. 루치펠로 코리아에서 근무하고 있는 오은영(패디·09년졸)씨를 만났다.

 

루치펠로 코리아 CEO 오은영씨 <strong>제공=오은영씨
루치펠로 코리아 CEO 오은영씨 제공=오은영씨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과 맡고 있는 업무는

주식회사 루치펠로 코리아의 설립자이자 CEO로서 6년째 근무 중이다. 루치펠로 코리아는 프리미엄 덴탈케어 브랜드이며 2019년에는 LG생활건강에 매각해 자회사가 됐다. 본사는 국내 치약 시장 점유율의 약 3%를 차지하고 있으며, 올해 5%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창업 이전 대기업 경영 전략 연구소에서 근무했는데, 전공과 무관함에도 해당 직무를 맡게 된 계기는

전공인 패션디자인이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다른 분야의 회사에 입사하고 싶었다. 전공을 살려 뉴욕에서 디자이너 인턴을 했지만 디자인 직무나 관련 업계 사람들의 성향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다른 분야로 진출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이후 기회가 닿아 경영 분야로 전향했는데 감성을 요하는 패션업계와 대비된 독립적인 근무 환경이 성향과 잘 맞았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성격이라 프로젝트 단위로 업무가 진행되는 점도 좋았다. 전공과 무관한 분야였지만 어떤 일을 하든 성실히 보냈기에 빠르게 적응하고 일을 습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치약을 소재로 창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원래는 화장품 브랜드를 창업하고 싶었다. 과거 근무하던 대기업에서 화장품을 론칭하는 것을 봤는데 ◆원가율이 적절하고 계절과 상관없이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화장품 업계는 레드오션인 만큼 들어갈 틈을 찾기가 어려웠고, 디자인 전공을 살릴 수 있으면서도 화장품과 비슷한 업계를 찾던 중 치약을 떠올렸다. 창업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대기업 3사가 국내시장을 과점하고 있었고 디자인을 경쟁력으로 삼은 브랜드도 마땅히 없었기 때문에 해볼 만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회사 다닐 때보다 나을 정도로 실적을 내자는 게 목표였지만 첫 론칭부터 매출이 좋아 지금까지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루치펠로 제품 디자인 <strong>제공=오은영씨
루치펠로 제품 디자인 제공=오은영씨

의약외품 회사 창업을 위해 필요한 전문가 섭외 과정은

화학성분 등 전문적인 지식은 평생 그것만 공부해 온 연구원들에게 물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해 인터넷 검색을 통해 관련 전문가들을 찾아냈다. 국내 치약 중소기업 브랜드들의 제품 뒷면에 제조원이 나와 있는데 이름을 일일이 검색해 알게 된 연락처로 협업 제안을 했다. 물론 창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이들이 살갑게 응대해 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작은 규모로 여러 번 같이 일을 하게 되고 관련 공장에서 본사의 매출이 두 번째로 크게 나오면서부터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창업을 하면서 전공이나 이전 직장을 통해 도움이 됐던 경험은

특정 분야의 공정 단계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미리 비슷한 업계에 들어가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일반 치약과 차별화된 외관이 제품 브랜딩 전략 중 하나인 만큼 디자인에 직접 관여하며 심혈을 기울였는데 특히 대학에서 배웠던 디자인 과정과 제작 경험들을 많이 활용할 수 있었다. 경영 전략 연구소에서 배웠던 업무들도 큰 도움이 됐다. 회사에서 배운 인력, 자금, 재무, 회계 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이용해 회사를 원활히 경영할 수 있었다. 창업 이후 LG생활건강에 본사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대표적으로 제품을 제조하는 방식과 제조 이후 품질을 검토하는 과정까지의 ◆SCM(Supply Chain Management)에 대해 잘 알게 됐고 이를 현장에 적용할 수 있었다.

 

대학생활 동안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대학교 1학년 때 미스코리아 선으로 당선됐고 수상 이후 세계대회인 ‘미스월드’(Miss World) 한국 대표로 출전해 높은 등수로 입상했다. 단순 흥미로 나간 대회였지만 상위권에 들었다. 덕분에 멀다고 느껴지는 일도 노력하면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고 그때부터 다양한 도전을 하기 시작했다. 학업에 몰두해 성적 우수 장학금도 여러 번 타고 방학마다 많은 대회를 나가며 치열하게 학교생활을 했다.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이화인들에게 전할 조언이 있다면

창업 초반에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창업을 하면서 부딪히게 될 문제는 크게 인간관계와 돈으로 나눌 수 있고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자금적인 부분에서는 문제 발생 시 해결 방법을 준비해야 하고 가급적 소자본으로 시작하는 것이 위험부담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한편 창업을 하게 되면 같이 일하는 동료, 직원, 투자자, 파트너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 중 맞지 않는 사람이 분명히 생길 수 있다. 갈등 발생 시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을 할지도 미리 생각해 두는 것이 좋다. 변수가 많은 직종인 만큼 창업을 시작하기 전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이겨낼 수 있는 의지가 있는지 스스로 판단해 보기를 권한다.

 

◆원가율: 제품의 최종 가격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 관리. 제품 생산과 유통 과정을 하나의 통합망으로 관리하는 경영전략시스템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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