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2030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을 비롯한 커리어 활동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해 본지는 사회 각지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화잡(job)담’을 연재 중이다. 1633호부터는 본지의 온라인 독자패널단 ‘학보 메이트’의 궁금증을 인터뷰 질문에 반영해 독자 참여를 확대한다. 이번 호에서는 회계법인 감사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회계사의 삶을 다룬다. 마자르 새빛회계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정민(경제·06년졸)씨를 만났다.

 

마자르 새빛회계법인 감사팀 상무이사로 근무하는 이정민 회계사 <strong>송하연 사진기자
마자르 새빛회계법인 감사팀 상무이사로 근무하는 이정민 회계사 송하연 사진기자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과 맡고 있는 업무는

마자르 새빛회계법인에서 감사팀 상무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본사는 감사 및 재무자문팀, 세무팀, ◆아웃소싱(Outsourcing)팀, 사업비 정산팀으로 이뤄져 있는데 그중에서도 감사 및 재무자문팀장을 맡아 ◆리크루팅(Recruiting), 사원 교육, 예산 수립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 중이다. 또한 글로벌 파트너를 맡고 있는 만큼 각종 그룹 내 행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1년에 한 번씩 유럽에서 진행되는 연말 전체 파트너 회의나 아시아지역 콘퍼런스 등에 참여하기도 한다.

 

직장에서의 일과는

하루 일과는 팀마다 다른데, 감사팀은 외부에서 진행하는 업무가 많아 지정된 출근 시간이 없고 고객의 일정에 맞춰 업무를 시작한다. 현장에서 고객을 만나면 업무를 시작하고, 고객과 헤어지면 퇴근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본사는 유연 근무제를 실시 중이다. 특히 감사팀은 3월 말에 감사 보고서를 마감해야 하므로 11월부터 3월까지가 가장 바쁜 시기고 야근을 하기도 한다. 대신 1년을 4분기로 나눠 각 분기당 평균 일주일 업무시간이 최대 근로시간인 52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조절한다. 비교적 여유로운 4월부터 10월까지는 ‘프라이데이 오프’(Friday off), 즉 금요일에 일을 쉬는 주 4일제를 실시하고 있다.

 

회계사가 되기 위해 했던 노력과 준비 비법이 있다면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부터 2년간 회계사를 준비했다. 나중에 경영학을 복수전공했지만, 당시에는 회계 공부를 한 적이 없었고 경제학 수업을 들은 것이 전부였다. 본격적인 준비를 위해 2학년 2학기에 휴학계를 내고 사설 학원 종합반을 다녔는데, 시험을 한 번에 바로 붙은 것은 아니었다. 암기 과목 위주로 공부한 것이 패인이었다. 불합격 이후 한 학기 더 휴학하며 방황하기도 했다. 그 후 다시 마음을 잡고 국가고시준비반(고시반)에 들어갔다. 고시반에 들어간 뒤 잠도 줄이고 공부에만 집중했던 것 같다. 특히 고정된 자리에서 고시반 동기들과 의지하며 공부할 수 있던 점이 합격에 큰 도움이 됐다.

회계사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수험 생활을 짧게 끝내겠다고 생각하고 공부하는 것이다. ‘하다 보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접고 목표 수험 기간을 정해 시험에만 집중하는 것이 좋다. 낙방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막판까지 집중력을 놓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현 회사로 이직하게 된 계기는

대형 회계법인에서 감사팀으로 약 8년 동안 근무했다. 졸업과 동시에 입사해 사내에서 어린 편에 속했지만 2년 차부터 팀장을 맡기도 했고 조기 승진을 경험했다. 단 감사팀은 고객을 주로 상대하는 만큼 어린 나이와 성별이 발목을 잡았고, 주 고객인 국내 그룹사보다 외국계 회사를 담당하게 되는 일이 빈번했다. 이를 계기로 외국계 일반 사기업에 이직해 6개월간 근무했지만 회계법인에 대한 미련을 떨칠 수 없었고, 결국 어학 능력을 살릴 수 있는 외국계 회계법인을 찾아 현 회사에 정착하게 됐다.

 

회계사로 근무하며 성취감을 느낀 순간은

일하며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보람을 얻는다. 예컨대 후배 회계사에게 무언가를 알려준 후 돌아온 “본받고 싶다”는 칭찬 한 마디가 힘이 됐다. 고객을 만나며 성취감을 느낄 때도 더러 존재한다. 업무적 차원을 넘어 인간적으로 고객과 관계를 유지하고 좋은 말을 나눌 때 뿌듯하다.

글로벌 파트너가 된 순간도 기억에 남는다. 글로벌 파트너란 한국뿐만 아니라 마자르 본사의 임원으로 활동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본사에 본인이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자기 PR(Public Relations)을 선보이고 검증 과정을 거쳐 기존 파트너의 찬성표를 얻어야 뽑힐 수 있다. 어려운 과정 끝에 역량을 인정받아 약 1000명의 선배 글로벌 파트너들로부터 환영을 받았을 때 특히 감격스러웠다.

 

이과 출신 회계사도 존재하는지

이과 출신 회계사 비율은 현 직장 기준 약 15%다. 이과 출신이라고 특별하게 전담하는 업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고객들이 다양한 산업군에 속해있는 만큼 특정 산업군에 맞는 전공을 고려해 배정하는 경우가 있긴 하다. 예를 들어 임상시험이나 신약을 개발하는 고객사가 있다면 생명공학을 전공한 회계사를 배치하는 식이다. 무엇보다도 회계사는 시험 합격 여부가 가장 큰 관건인 만큼 회계법인에 들어오면 전공과 상관없이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된다. 오히려 이과라는 특수한 전공의 강점을 살려 관련 전공자들과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으면 한다. 동기 중 회계 프로그래밍 관련 스타트업을 세운 회계사가 있는데 이과 전공 네트워킹을 통해 프로그래머의 도움을 받은 경우도 있다.

 

이화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회계사를 고민하는 이화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먼저 회계사는 자격증이 남기에 능력이 계속 인정된다는 것이다. 물론 주변에도 임신, 출산 과정에서 휴식기를 취한 후 복직한 경우도 있으나 본인의 경우는 특히 자격증이 있어 비교적 쉽게 현업으로 복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비록 회계사 합격에 실패하더라도 준비 과정이 자산으로 남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세무사나 변리사와 같은 관련 자격증 시험에 회계사 공부를 연계할 수 있는 만큼 활용 분야가 넓다. 요즘 취업이 어렵다는 말이 많지만 아직 회계사 전망은 좋은 편이라 생각한다. 많은 이화인들이 관련 분야에 진출해 사회적 입지를 키울 수 있기를 소망한다.

 

◆아웃소싱(Outsourcing): 경영 효과 및 효율 극대화를 위해 기업 업무의 일부 과정을 제 3자에게 위탁해 처리하는 것

◆리크루팅(Recruiting): 해당 업무의 적임자를 뽑아 공급하는 일.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쓰는 말로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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