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2030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을 비롯한 커리어 활동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해 본지는 사회 각지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화잡(job)담’을 연재 중이다. 1633호부터는 본지의 온라인 독자패널단 ‘학보 메이트’의 궁금증을 인터뷰 질문에 반영해 독자 참여를 확대한다. 이번 호에서는 국내에서 교사로 근무하다 핀란드에서 교육 연구원을 거쳐 해외 기업 글로벌 마케터가 된 직원의 삶을 다룬다. 핀란드 중장비 제조업체 디노리프트(Dinolift)의 디지털 마케팅 스페셜리스트로 근무하고 있는 임미나(영교·14년졸)씨를 만났다.

 

디노리프트 마케터 임미나씨 <strong>제공=임미나씨
디노리프트 마케터 임미나씨 제공=임미나씨

현재 다니는 직장과 맡고 있는 업무는

핀란드 중장비 제조업체 ‘디노리프트’(Dinolift) 본사에서 디지털 마케팅 스페셜리스트로 재직 중이다. 본사는 40개국 이상의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기업으로, 현재 글로벌 시장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맡고 있는 업무는 데이터와 관련이 깊다. ◆CRM이라는 고객 관리 경영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를 추출하는 업무다.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마케팅 방식을 도입하거나 콘텐츠를 기획하는 등 회사 전반의 마케팅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한다.

 

핀란드에서 교육 연구를 하다 글로벌 마케터로 입사하게 된 계기는

핀란드 에듀테크 스타트업에서 교육 개발자로 근무하며 마케팅 일을 동시에 접할 수 있었다. 마케팅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더 큰 규모로 데이터 연구를 실행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데이터에 관심이 많았는데 유튜브(YouTube) 채널 운영이 그 계기가 됐다. 유튜브를 운영하며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콘텐츠를 시도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던 중, 디지털 마케팅 역시 유사한 성격임을 알고 구글 애널리틱스(Google Analytics)와 같은 관련 자격증을 따며 본격적으로 마케터 입사를 준비했다.

 

현재 ‘미나림’이라는 채널을 통해 활발히 활동 중인데 유튜브 운영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본교에서 좋은 기회로 핀란드 취업 관련 특강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강연 이후 핀란드 대학에 지원했다는 학생들의 이메일을 받았다. 그때부터 말의 영향력을 느꼈고 핀란드의 현실을 허심탄회하게 공유하고자 채널 운영을 시작하게 됐다. 일반적으로 북유럽은 많은 사람들에게 환상적 이미지가 있는데, 장단점을 치우치지 않게 보여주고 싶었다. 핀란드에서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면 선택의 기로에 놓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교사로 근무하다 핀란드행을 택한 이유가 있다면

처음부터 당장 교사를 그만두고 떠난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교사로 근무하며 핀란드식 교육을 현지에서 직접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로서 잠시 유학 휴직을 내고 핀란드에서 교육 연구 석사 과정을 밟던 중 교육 연구원 제의를 받고 겸직을 하게 됐다. 한국에서 교육 경험이 있고 핀란드에서도 교육 연구를 하고 있었기에 제의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핀란드에서 공부하는 기간 동안 코로나19가 겹치며 장래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이전과 다른 장소, 다른 방식으로 살아보고 싶었다. 핀란드만이 갖고 있는 평화로운 분위기, 사회, 자연 등이 삶의 질에 주는 좋은 영향을 경험해 정착을 결심하게 됐다.

 

언어의 장벽을 느꼈을 것 같은데 핀란드어는 어떻게 학습했는지

지금도 핀란드어에 아주 능통하진 않지만 언어를 배우는 것은 결국 나라의 문화를 배우는 것이라 생각해 핀란드에 오자마자 핀란드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물론 담당하고 있는 직무가 글로벌 시장을 타깃(target)으로 하는 만큼 영어가 가장 중요하지만 입사할 때 핀란드어 능통자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서류나 컴퓨터 파일 폴더와 같은 자료가 다 핀란드어로 표기돼 있어 자료를 활용할 수 있을 정도의 어학 능력은 필요하다. 핀란드에서 석사 공부를 시작했는데 마침 초보 핀란드어를 꼭 수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초보 강의까지 들은 뒤에도 계속해서 심화 코스 과정을 밟으며 학습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다.

 

해외 취업의 장단점이 있다면

핀란드라는 배경에 집중해 보자면, 장점은 자유로운 업무 환경에서 좋은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교사로 근무하며 학급 경영이나 수업에서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었지만 그 이상의 자유를 핀란드에서 경험했다. 현 직장은 출퇴근, 근무 장소, 근무 시간을 확실히 보장하고 있다. 입사한 지 5개월이 지났음에도 근무 시작일을 제외하곤 회사에 방문한 적 없지만 누구도 이를 제약하지 않는다. 단점은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이다. 보고 싶을 때 가족이나 친구를 볼 수 없는 환경적인 단점이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또 해외 취업을 고려할 때 장기적인 계획까지 고려했으면 한다. 해외에서 근무하는 것이 당장 2~3년 동안은 좋을 수 있다. 하지만 먼 미래에 해외 직장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귀국할 생각이 있다면 다시 국내에서 어떻게 커리어를 이어가야 할지 고민해 봐야 한다.

 

대학 생활 동안 도움이 된 경험이 있다면

취업을 준비하는 많은 이화인들과는 다른 대학 생활을 보낸 것 같다. 학부 재학 시절 교사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취업을 위한 대외활동과 공모전은 참여하지 않았다. 대학생활 동안 참여한 활동의 모든 기준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었다. 하고 싶은 봉사활동을 했고 듣고 싶은 수업들을 수강했다. 이런 사소한 모든 경험 속에서 나를 설레게 하고 좋아한다고 느낄만한 순간들을 많이 모았던 것 같다. 물론 이런 활동들이 취업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어 취업 준비 과정에서 후회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지금의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됐다. 대외활동을 선택할 때 취업만을 고려하는 것은 다소 서운하지 않나. 어떤 활동이든 열정적으로 임하고 여기서 비롯된 자신감은 분명 자산이 될 거라는 말을 후배들에게 건네고 싶다.

 

취업을 준비하는 이화인들에게

포기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교사라는 직업이 다른 일에 도전하는 데 발목을 많이 잡았다. 이미 교사라는 좋은 직업이 있었기에 더 많이 망설였다. 하지만 이를 과감하게 포기했고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인생은 다양한 선택의 연속이 되고 자신이 내린 선택을 옳게 만들어 가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실패를 무서워하지 않고 계속 문을 두드리면 원하는 목표에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의 약자. 고객의 정보, 즉 데이터베이스를 기초로 고객을 세부적으로 분류해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마케팅 전략을 개발하는 경영 전반에 걸친 관리체계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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