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정치를 부탁해… 한국‧미국의 뉴미디어 기업을 만나다 1. 한국 뉴미디어 저널리즘의 현주소

78세 최고령자를 포함, 평균 연령 55.5세로 이뤄진 제20대 국회는 보수적인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젊은 세대는 현재의 정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유일한 정치 자원이지만 이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고질적인 문제로 전락한지 오래다. 본지는 사회발전연구소 소장 김석호 교수(사회학과)와 뉴미디어 스타트업 악셀러레이터 메디아티(Mediati)의 강정수 대표를 만나 청년들의 정치적 무관심에 대한 뿌리와 함께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뉴미디어의 역할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청년들에 친숙한 온라인 공론장 확장해 정치와 개인 간극 좁혀야’

 

  2016년에 치러진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20~30대의 투표율은 50% 초반에 그쳤다. 70%대에 육박하는 60~70대의 투표율에 비하면 저조한 수치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50년간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20대는 단 한명도 없다. 그 누구도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국민의 대표자로 선택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러한 지표를 기반으로 젊은 층의 정치적 무관심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소장 김석호 교수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소장 김석호 교수

△ 저조한 정치 참여… 청년 탓 아냐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소장 김석호 교수는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청년들은 현실적인 여건상 정치에 참여할 수 없고, 스스로도 정치 참여를 원하지 않으며, 그 누구도 이들에게 정치를 부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30세대는 끝없는 스펙 쌓기 등의 활동으로 대변되는 미래의 불확실성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치에 대한 관심은 그만큼의 에너지를 요구하지만, 경제적·구조적 환경을 고려했을 때 청년들이 정치에까지 노력을 할애하는 것은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김 소장은 “정치적 무관심은 청년의 탓이 아니다”라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386세대에게는 민주주의가 쟁취의 대상으로 여겨졌지만, 2030세대에게는 절차적으로 정당화·제도화된 온전한 민주주의가 전해졌다. 어떻게 작동되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민주주의에 대해 신뢰만 강제될 뿐이었다. 그는 “당연한 권리로 주어진 민주주의를 가꾸라고 강요하기엔 지금 청년들에게 주어진 일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각성될만한 훈련을 일평생 받지 못해 청년의 정치 참여가 원천 봉쇄된 것도 문제점 중 하나다. 김 소장은 2030세대, 이른바 ◆N포 세대가 현재 처한 조건의 문제 외에 청년들의 정치 참여에 대한 또 다른 장애물로 ?정치 참여에 대한 동기 부족?을 꼽았다. 정치에 무지하기 때문에 스스로도 참여를 원하지 않고, 정치에 관심을 가지더라도 실행에 옮기기엔 아는 것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치에 청년이 참여하려면 그들의 목소리를 원하는 이가 있어야하지만, 그런 수요가 0에 수렴한다는 것도 주요 문제로 언급됐다. 지금껏 청년의 목소리는 표를 얻기 위해 선거철에 그들을 수적으로 동원하려는 의도로만 쓰였다. 민주주의의 공고화를 위해 2030세대에게 시민성을 함양하려는 정치인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기업들이 깔아준 정치적 논쟁의 판인 인터넷 커뮤니티조차 시장 가치에 의한 결과물이었을 뿐”이라며 “계속해서 20~30대의 목소리를 일회적·도구적으로 소비하다보니 청년층 내에서 시민규범이나 시민문화가 온전히 확산될 틈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 정치에 청년들 동원시킬 대안, 온라인 공론장의 확대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는 6월 항쟁과 같이 당시 청년들의 피, 땀, 눈물로 일궈져왔다. 현재 정치를 주도하는 정치인들이 청년 시절의 치열한 정치 참여를 자양분으로 삼고 있는 만큼 20대의 정치적 경험은 중요한 자산이다. 

  과거 혁명을 이끌었던 386세대가 50대가 됐고, 세대교체를 준비해야만 하는 시점이 됐다. 김 소장은 “20~40대에서는 현재의 정치 구조를 대체할 만한 계승자가 없는 현실이 가장 큰 문제”라며 “청년층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이 속한 집단의 정치적 목소리를 민주적으로 정립해 정치 과정에 반영하려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2030세대의 정치적 입장 표명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서로의 아이디어를 주도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뉴미디어다. 과거에는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거리에서 치열하게 싸웠다. 하지만 실질적인 민주주의의 성취를 이루고 공고화를 목표로 하는 지금의 단계에서는 정치라는 개념에 새롭게 접근해야한다. 즉 사이버 세계에서 여러 이슈를 공론화하고 서로의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한다.

  김 소장은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정치세력으로 2030세대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이들의 저조한 참여를 비하하기보다 민주화에 기여할 수 있는 모델을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인터넷 공간은 사이버 시민성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거친 말이 오가는 정글처럼 변모했다. 김 소장은 “자리를 잡아가는 공론장을 백분 활용해 더 많은 목소리가 쉽게 접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누구든 정치에 거리낌 없이 다가갈 수 있도록 정치와 개인의 간극을 좁혀야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인터넷 공간에 참여하기 힘든 4050세대와 달리 청년들에게는 온라인 참여가 더욱 친숙하다”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정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상의 공론장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 뉴미디어로 얻는 정치 효능감, 정치적 행동으로 이어져

메디아티(Mediati) 강정수 대표
메디아티(Mediati) 강정수 대표

  뉴미디어를 통해 정치적 이슈를 접하는 2030세대는 그들이 원하는 뉴스를 취사선택한다. 일간지 등을 통해 뉴스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던 과거와는 달리, 특정 대상을 위한 뉴스가 만들어지는 가운데 독자들이 직접 자신이 읽을 정보를 필터링하는 것이다.

  메디아티의 강정수 대표는 “6000만 국민을 위한 뉴스의 시대는 갔다”며 “뉴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모든 이들은 자신의 시각을 대변할 수 있는 뉴스를 읽는다”고 말했다. 그는 “목표 대중(타겟 오디언스)이 정립돼 있으며, 이야기하고자하는 문제를 특정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니치미디어로서의 저널리즘 역할이 중요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30세대를 위한 뉴스는 대다수가 또래에 의해 만들어지고, 그들의 입장에서 정치적·사회적 이슈를 풀어낸다. 독자를 고려하는 수준의 뉴스에서 벗어나 독자와 언론이 서로의 문화적 동질성을 맞춰 ‘그들을 위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독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는 뉴스를 찾아 정치적 입장과 논리를 정립하는 것은 스스로의 정치적 행동이 정치과정에 영향력을 미치거나 미칠 수 있다는 신념을 얻는 계기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인의 정치적 효능감이 높아지면 정치에 대한 관심과 정치적인 행동이 증가하게 된다”고 뉴미디어 저널리즘과 개인의 정치 참여의 상호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뉴미디어 저널리즘의 질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온라인상의 뉴스가 출처를 확실히 알 수 있는 기성 언론보다 선정적이며, 페이크 뉴스 같은 새로운 문제가 생기기 쉽다는 것이다. 

  이에 강 대표는 “정보의 질은 아날로그 세대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던 문제”라며 “다양한 가치로 다른 시공간에서 연결해 주는 것이 저널리즘의 임무인데, 이는 뉴미디어 환경에서도 충분히 실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이미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저널리즘의 변동 속에서 저널리즘의 본질을 지켜갈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386세대 :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생활을 했고 1990년대에 30대가 된 사람들

◆N포 세대 : 어려운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취업이나 결혼 등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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