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을 대표하던 차없는거리가 9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평일에는 버스만 다닐 수 있는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주말에는 차없는거리로 지정됐던 연세로는 1월20일부터 일반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거리로 변했다. 서대문구청은 상권이 침체하고 보행 안전, 소음 관련 민원이 지속돼 차없는거리를 폐지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와 서대문구는 2023년 상반기 상권 활성화 정도와 교통 관련 자료를 조사해 9월 말까지 연세로의 향후 운영 방향을 다시 결정할 예정이다.

연세로 공동행동은 연세대, 서강대, 본교에서 2022년 8월2일부터 8월5일까지 ‘대중교통전용지구 및 차없는거리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에 응답한 연세대 재학생 1338명 중 82.6%, 서강대 재학생 644명 중 89.0%, 본교 재학생 707명 중 73.4%가 차없는거리 폐지에 반대했다. 이들은 차량 통행으로 인한 문화공간 위축, 보행 위험 등을 이유로 들었다. 차없는거리가 폐지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시범운영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strong>김민아 기자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시범운영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김민아 기자

 

버스 이용만 편해, 상권활성화 효과 있나

서대문구청은 상권 활성화를 이유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영을 정지했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의견은 달랐다. 연세대 백수연(사회학과 전공 석사과정)씨는 “차가 없어 (연세로에) 오던 사람들은 차가 다니면 안 오게 된다”며 “좁은 거리에 차 몇 대 더 들어온다고 해서 상권이 활성화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차없는거리라는 특색이 사라져 오히려 경쟁력을 잃었다는 의견도 있다. 이수민(커미·20)씨는 “인근 대학생은 차없는거리라서 잘 이용했는데 그 장점을 잃었다”며 “서울에 놀거리가 많은데 차가 다닐 수 있다고 해서 외부 이용객이 신촌까지 오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화연(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전공 석사과정)씨는 차없는거리 폐지에 찬성했지만 상권이 활성화될 거라는 기대에는 의문을 표했다. 그는 “(차없는거리가 폐지되면) 7024번 버스를 탈 때 혼동이 줄겠지만, 상권 활성화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촌 거리를 방문하는 대학생들 다수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최씨는 “연세로를 주로 이용하는 대학생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차가 더 많이 다닌다고 사람들이 많이 갈까 싶다”고 말했다.

7024번 버스는 신촌역에서 연세로를 거쳐 봉원사길로 가는 노선이다. 하지만 연세로 차 없는거리가 시행됐을 당시에는 ‘연세로 문학의 거리’와 ‘연세로 명물거리’를 지나지 않고 우회했다. 이를 몰랐던 이송현(법학과 전공 석사과정)씨는 정류장 전광판과 버스 앱 안내만 믿고 연세로 문학의 거리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지만, 버스가 오지 않아 당황했다. 그는 “두 번 정도 시행착오를 겪은 뒤에야 차없는거리 운영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대학생 문화와 함께 사라진 신촌만의 특색

‘버스킹’ 하면 신촌을 떠올렸던 시절은 옛말이 됐다. 차없는거리 폐지로 활발했던 축제나 버스킹 문화도 사그라들고 있다. 서대문구청은 “시범 해제 기간에도 버스킹이나 중급 규모 이하의 축제는 ▲신촌플레이버스 앞 스타광장 ▲명물길 보행자쉼터 ▲신촌 파랑고래 앞 창천문화공원 ▲보도 등에서 상시 열릴 것”이라고 했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댄스팀 ‘다즐링’의 리더 서여정(21·여)씨는 차없는거리가 폐지된 후 공연 신청이 어려워졌다. 신촌 거리공연은 공연 일주일 전 서대문구청 이메일로 선착순 신청하는데 공연 장소가 적어져 경쟁이 더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서씨는 차없는거리가 폐지되던 당시 거리공연을 쉽게 할 수 없게 돼 걱정했다. 신촌과 홍대는 유동인구가 많은 대표적인 버스킹존이기 때문에 대체할 수 있는 장소를 찾기 어렵다. 그는 “많은 이들이 신촌에서 다시 공연하길 기다리고 있다”며 “홍대처럼 신촌에도 버스킹 공간이 더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학생들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거리공연이 줄어드는 모습에 우려를 표했다. 백씨는 “안 그래도 공원처럼 무료로 누리는 문화 공간이 부족한데 이것마저 없어지면 돈 있는 사람만 여가 생활을 하게 되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차와 사람이 한데 섞여 혼란한 신촌의 밤

공연과 사람으로 찼던 거리에 들어선 차량은 보행자에게 위협이 되기도 했다. 서현지(커미·20)씨는 “아무리 천천히 달린다지만, 그동안 차가 없어서 안심하고 다녔다 보니 일반 차량이 있다는 것 자체에 위협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턱이 낮은 것도 문제다. 민수빈(생명·20)씨는 “인도라고 생각하며 걷다가 차도에 들어와 있는 나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인도와 차도 구분이 어려워 사고가 날 우려가 있다는 의미다. 불법 정차된 차량이나 길에 세워진 표지판으로 거리가 혼잡한 것도 한몫했다. 그는 ”특히 밤에는 어둡고 사람이 많아 구분이 더 어렵다“며 ”차 유동량을 유지할 거라면 인도와 차도 구분을 명확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연세로 공동행동은 2월20일 서울시청 앞에서 주민투표 운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세로 공동행동 집행위원장 손솔씨는 “차없는거리에 대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으는 주민투표 운동을 벌여 연세로와 서울의 미래를 바로 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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