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상권 활성화 vs 보행자 안전·환경 문제 고려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및 차 없는 거리의 모습. 김지원 기자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및 차 없는 거리의 모습. 김지원 기자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및 차 없는 거리가 폐지 위기에 놓였다. 서대문구청(구청)이 상권침체, 교통체증 증대 등을 이유로 연세로에 일반차량 통행을 허가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 추진에는 신촌 지역 상인들의 찬성 의견이 작용했으나 인근 대학 학생들과 환경단체의 반발 여론이 거세다. 연세로를 둘러싼 지역구성원들의 이견이 심화하는 가운데 본지는 전문가에게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및 차 없는 거리 폐지에 따른 상권, 보행권, 소통 등의 문제를 물었다.

 

지금 연세로는?

연세로는 연세대 정문부터 2호선 신촌역을 잇는 약 500m의 도로다. 2014년 연세로는 보행자중심 도로를 만들어 신촌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대중교통전용지구 및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됐다. 대중교통전용지구란 상점가 도로에 일반차량의 통행을 제한하고 대중교통수단의 진입만 허용하는 지역을, 차 없는 거리는 대중교통을 비롯한 모든 차량이 통행 할 수 없는 도로를 뜻한다. 연세로는 일요일 22시부터 금요일 14시까지 대중교통전용지구, 금요일 14시부터 일요일 22시까지 차 없는 거리로 운영돼 왔다. 평일에는 버스만 통행하고 주말에는 보행자만 이용할 수있는 도로인 것 이다.

7월 취임한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후보 시절 “연세로 차없는거리를 폐지해 신촌 상권을 부흥시키고 교통체증을 완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청장 당선 후 6월29일 서대문구청장 인수위원회는 ‘신촌 연세로 차량 통행 전면 허용 및 교통 혁신 방안 조기 추진’을 건의했다. 8년간 운영된 보행자 중심 도로를 폐지하고 올해 말까지 일반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거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본교와 연세대, 서강대 총학생회 비상대책 위원회(비대위)는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및 차 없는 거리 폐지 대응을 위한 신촌지역 대학생 공동행동’을 구성해 9월3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8월25일 서울환경연합은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차량 통행하면 상권이 살아난다? 

구청의 사업 추진에는 상인들의 의견이 작용했다. 구청은 “8월5일 신촌 상인 1984명이 연세로 차량 통행 허용을 위한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구청이 8월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한 ‘신촌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차량 통행 허용’ 설문 결과에 따르면, 상인 258명 중 67.1%인 173명이 찬성했다.

구청 역시 상권 활성화를 주된 이유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중교통전용지구 도입 당시 상권활성화를 기대했지만 시행 기간 8년 동안 오히려 신촌 상권이 침체됐기 때문이다. 구청에 따르면 연세로가 위치한 신촌동은 최근 5년간 상업 점포 생존율이 32.3%로 서대문구 14개 동 가운데 가장 낮았다.

전문가들은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와 상권 활성화의 관계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중앙대 강창덕 교수(부동산학과)는“상권의 번성과 쇠퇴는 개별 상점의 경쟁력, 상권 특성, 코로나와 같은 거시적인 변화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며 “5년간 가게 유지율이 낮다고 해도 그 원인이 대중교통전용지구 때문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답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김영국 연구원 역시 “차량 통행이 상권 활성화로 이어지는 경우는 공영주차장이 있는 대형상점”이라며 “주차장이 많지 않은 신촌동에서 차량 통행을 통한 상권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행자 안전 문제, 해결책 미비

학생들은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폐지에 따른 보행권 침해를 걱정한다. ㄱ(특교·21)씨는 “유동인구가 많은 연세로에 자가용이 지나다니면 사고가 날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본교 비대위 역시 “현재 연세로는 보행자전용지구로 인도와 차도의 턱이 없다”며 “대책 없이일반도로로 전환하게 된다면 연세로 이용자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했다.

구청은 보행자 안전 우려에 대해 “차선 폭 3.5m, 보도 폭 6m인 현재의 연세로 구조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도로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보행자 안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연구원은 “연세로는 4차선을 2차선으로 만들고 인도를 넓힌 다음 차도와 인도의 턱을 없앴다”며 “이런 상태에서 일반 차량이 통행하면 보행자에게 위험요소가 늘어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이전처럼 상습 정체 도로가 된다면 배기가스를 보행자들이 마셔야 한다”며 보행자의 건강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이제선 교수(도시공학과) 역시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는 턱은 차량이 속도를 높여도 사람과 부딪히지 않게하기 위한 구조물”이라며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폐지하려면 턱을 만들고 현재 연세로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역구성원으로서 대학생 입장 들어봐야

신촌 대학생의 연세로 차량 통행 반대 기자회견. 김지원 기자
신촌 대학생의 연세로 차량 통행 반대 기자회견. 김지원 기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문화공간의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다이(기독·21)씨는 “연세로차량 통행 허용으로 거리에서 즐길거리가 많은 신촌의 문화적 특색마저 사라질 수 있다”며 문화공간 상실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본교 비대위는 “신촌은 이화여대 학생을 비롯한 여러 대학생의 문화 학술 공간”이지만 “학생들은 ‘연세로 사업’ 추진 시기와 목적 등 기본적인 정보도 전달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구청은 이런 우려에 대해 “대형행사가 있을 경우, 미리 알린 다음 시기에 맞춰 교통을 통제할 계획”이라며 “(오히려) 공연이나 축제 개최를 이유로 연세로의 일반차량 통행을 365일 막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또“버스킹 등 중소규모 이하의 축제는 신촌 플레이버스 앞 스타광장이나 명물길 보행자 쉼터, 창천문화공원 등에서 계속 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보행자 중심의 문화공간을 통해 상권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관점을 전환했다. 김 연구원은 “보행자 중심 거리에서 버스킹 등 문화활동이 이뤄지면 상승작용이 일어나 상권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교수는 지역구성원으로서 대학생들의 의견을 들을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연세로는 구청과 상인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라며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넓게는 홍익대 학생들 역시 이 공간의 주인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의견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연세로

서울환경연합의 반대 퍼포먼스. 김지원 기자
서울환경연합의 반대 퍼포먼스. 김지원 기자

환경단체에서도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폐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서울환경연합 최화영 활동가는 “서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20%가 수송부문에서 발생하고 있고 그중 90% 이상이 도로에서 발생한다”며 “자동차 이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폐지하는 것은 기후위기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구청은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가 배기가스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고 설명한다. 구청은 “연세로를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설정한다고 해도 차량을 운행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차량이 주변 도로로 우회해도 배기가스 등은 발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주장에 대해 김 연구원은 “연세로 통행을 재개하면 탄소배출이 많아질 것”이라며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지금 당장은 탄소배출과 연관이 없어 보여도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점점 더 늘려가면 지속가능한 도시, 사람 살기 좋은 도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세로 차량 통행을 재개하면 승용차 통행량도 많아지고 간접배출도 늘어나기 때문에 기후위기에 역행하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서울에서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라며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