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주들 "원재료값이 상승해 어쩔 수 없어"

 

“이젠 학교 앞에서 밥 먹기가 부담스러워질 정도다.”

본교 앞 식당들이 잇따라 가격을 올리면서 학생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2022년 들어 이화여대길 내 위치한 음식점 중 열 곳 이상이 가격을 인상했다.

 

 

1년 사이 약 4000원 인상되기도… 학생들 “절망적”

학생들의 단골 점심 식사 메뉴였던 ‘까이식당’의 치킨라이스와 ‘낭만식탁’의 사케동 가격은 올해 각각 1000원, 2000원씩 올라 현재 9000원과 1만2000원이다. ‘포포나무’ 또한 몇 차례 에 걸쳐 가격이 인상됐다. 2021년 초만 해도 8000원이었던 데리야끼 치킨 스테이크와 흑미밥 메뉴는 그해 말 9900원으로 인상됐다가 현재 1만1900원까지 올랐다. ‘유야케도쿄’의 치즈돈까스는 5월 1000원 인상돼 1만500원이 됐다.

가격 인상은 밥집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식사 후 즐겨 찾는 디저트 가게에도 해당된다. ‘와플덴’의 경우 5월 전반적으로 가격을 올리면서 사과생크림와플 가격은 기존 2600원에서 900원 올라 3500원이 됐다. 젤라또 가게 ‘솔리드웍스’도 5월 두 가지 맛을 담은 더블컵 가격을 3900원에서 4300원으로 올렸다.

본교 새내기인 송민성(커미·22)씨는 “대학가라 학교 앞 물가가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큰 오산이었다”고 말했다. “한 달만에 가격을 1000원씩 올리는 곳도 있어 알바비로 근근이 살아가는 학생들에겐 많이 부담스러워진 것이 사실”이라고도 덧붙였다.

학교 근처에서 대부분의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자취생들에게는 물가 상승의 충격이 특히 크다. 본교 앞에서 2년째 자취 중인 이주희(화학·20)씨는 계속되는 가격 인상 탓에 영양적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부실한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매 끼니 직접 해먹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이씨는 “안 그래도 다른 대학가와 비교했을 때 저렴한 가격의 음식점이 부족한 상황인데 그나마 있던 가게들마저 가격을 일제히 올려버리니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과 이화이언(ewhaian.com)에서도 이러한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 당황한 학생들을 여럿 볼 수 있다. 식당 이용 후기가 주를 이루는 에브리타임 ‘벗들의 맛집’ 게시판에선 20일 하루에만 인상된 가격에 관한 글이 3개가 올라왔고, “이젠 못먹겠다”, “너무 슬프다”와 같은 댓글이 주를 이뤘다.

 

원재료값 상승이 주요 원인, 우크라이나 전쟁도 영향 미쳐

여러 식당이 일제히 가격을 올리게 된 가장 주요한 이유는 ‘원재료값 상승’이다. 닭이 주재료가 되는 까이식당, 포포나무의 경우 크게 오른 닭값이 영향을 끼쳤다. 까이식당 대표 김영덕(44·남·서울 마포구)씨는 “생닭을 매일 받아 조리하는데 닭값 상승의 영향이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주로 찾아주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올린 가격”이라고 말하며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쌀값 및 부재료 값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포포나무를 운영하는 황윤숙(63·여·서울 서대문구)씨는“감자를 2022년 초엔 3만 원에 들여왔다면 현재는 10만 원까지도 올라 어쩔 수 없이 기존 ‘치즈 감자’ 메뉴에 고구마도 함께 섞어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메뉴는 가격이 정상화되고 나면 학생들이 원할 시 기존 레시피로 다시 제공될 예정이다. 황씨는 “현 가격은 2월 말에 조정한 가격인데, 3달이 지난 지금 또다시 물가가 상당히 오른 상황”이라며 “TV에서 말하는 물가 상승률보다 체감 상승률은 더 크다”고 밝혔다. 솔리드웍스도 우유 및 설탕 값이 급등함에 따라 음료를 제외한 아이스크림 가격을 모두 올리게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도 원재료값 폭등의 결과를 몰고 왔다. 와플덴을 운영 중인 ㄱ씨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가루 한 포 가격이 1만6000원에서 2만5000원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그는 “이 정도는 돼야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아 올렸다”며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가격을 조정하는 것을 생각해보더라도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올 초 톤당 270달러대였던 국제 밀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인 3월 초 약 두 배 뛴 475달러가 돼 현재까지도 469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는 2021년보다 4.8% 상승했다. 세계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한편 전반적인 물가 상승은 타 대학가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1일 <서울경제> 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건대입구역 일대 일부 식당도 가격을 최근 500원에서 1000원씩 올렸고, 4일 보도된 <문화일보> 기사에 따르면 서울대입구역 주변 전통 맛집들도 줄지어 가격을 인상했다. 서울대 교수와 학생들이 자주 찾는 한 가게는 올해 콩나물해장국은 12년, 보쌈은 8년만에 각각 500원과 3000원을 올렸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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