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메뉴를 대체할 수 있는 음식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이하우스 기숙사식. 제공=류봄씨
부족한 메뉴를 대체할 수 있는 음식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이하우스 기숙사식. 제공=류봄씨

고물가시대, 기숙사생들의 하루 세끼를 책임지던 기숙사식이 부실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11일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에 E-house(이하우스) 식당의 메인 메뉴 음식 양 부족, 메뉴 부실 등의 문제가 나열된 글이 게시됐다. 이어 22일에는 한우리집 식당에서 기숙사생에게 음식을 턱없이 적게 배식한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게시글은 삽시간에 194개의 좋아요 수를 기록했다. 이하우스와 한우리집, 두 식당 모두 음식 양이 부족한 것이 주된 내용이다. 커뮤니티 중심의 논란 뒤에는 고물가로 몸살 앓는 식당 업체가 있었다.

 

양 부족, 품질 저하, 터져나오는 불만

2022년 1학기부터 이하우스에 거주하고 있는 류봄(정외·22)씨는 이하우스 기숙사식 메뉴가 부족해 특정 메뉴를 먹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고 지적했다. “이번 달 11일만 해도 석식 메인메뉴가 궁중떡볶이, 반찬이 양배추 샐러드였는데 둘 다 준비된 양이 부족해서 받지 못했어요. 궁중떡볶이를 대신해서 소불고기가 나왔지만 점심에 배식했던 메뉴를 다시 낸 거였어요.” 대체 메뉴를 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할 음식이 없는 날에는 반찬을 아예 받지 못하고 넘어가기도 한다. 류씨는 이외에도 참치샐러드, 부대찌개 등 음식이 부족했던 날의 경험을 여럿 늘어놓았다.

문제의식을 느낀 김하영(기독·22)씨는 기숙사 행정실에 공식적으로 건의하기 위해 음식이 부족했던 날을 기록하고 있다. 김씨는 “기록한 바에 따르면 올해만 9번 양이 부족했고 그중 메인 음식이 부족한 날은 7번이었다” 며 “10월25일 기준 10월에만 음식이 4번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기록한 횟수가 9번에 불과할 뿐 실제 음식이 부족했던 상황은 더 많을 것이라 덧붙였다.

음식의 질이 떨어진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김씨는 “음식의 맛이나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도 큰 문제”라며 “건더기가 하나도 들어있지 않은 장국이나 스프가 자주 나온다”고 말 했다. 또 “김치볶음밥이 떡지고 내용물이 섞여있지 않아 먹기 힘든 적도 있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우리집 식당에서는 주방 노동자들이 음식을 적게 배식하는 문제가 지적됐다. 최하진 (소비·19)씨는 “메인 반찬을 조금만 줘서 기숙사식을 먹고 난 후에 편의점에서 다른 음식을 사먹기도 한다”며 불편을 토로했다. 그는 “기숙사 식당을 이용하는 직원들은 음식을 산더미처럼 쌓아가는데 학생들이 더 달라고 하면 잔반이 남는다는 이유로 아주 조금만 더 준다”며 “타지에서 생활하는 것도 힘든데 음식으로 차별받으니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최씨의 어머니 김안나(45·여·전북 전주) 씨는 “잠시간, 공부시간이라도 아끼라고 기숙사에 보냈는데 음식에서 문제가 생길 줄을 몰랐다”며 “다른 학생들도 이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니 속상하고 화나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김치볶음밥의 밥이 떡져 양념이 고루 배여 있지 않다. 제공=김하영씨 
김치볶음밥의 밥이 떡져 양념이 고루 배여 있지 않다. 제공=김하영씨 

경제적 이유로 기숙사식 선택했지만…

류봄(정외·22)씨는 기숙사식을 먹을 수밖에 없는 이유로 가격을 꼽았다. “경제적인 부분이 크죠. 배달을 시키면 기숙사식 2배 정도의 가격을 내야 해요. 편의점 음식이 가장 싸겠지만 영양소를 고려한다면 기숙사식이 주변에서 먹을 수 있는 가장 싼 음식이죠.”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전년 대비 외식 물가는 9% 상승했다. 고물가 시대에 학생들이 마음 놓고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기숙사 식당인 것이다.

현재 이하우스와 한우리집 식당의 한 끼 식권은 4300원이다. 한 달 치 식권을 미리 사놓은 선택식 제도를 이용하면 최대 4100원, 최소 3400원으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준비된 식사가 떨어져 배식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식권을 사용하지 못한다. 김하영(기독·22)씨는 “석식의 경우 5시30분부터 6시45분까지 배식을 받을 수 있는데 6시에 가도 음식이 소진돼 배식을 받지 못할 때가 있다”며 “한 달 치 식권은 다음 달로 이월이 안 되기 때문에 선택식 식권이 남으면 저희는 또 다른 경제적 손실을 입는다”고 말했다. 식권 환불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리 구매해둔 식권비에 더해 배달비나 편의점 음식 비용이 추가로 드는 것이다.

 

업체도 사정이 있다, 물가상승에 적자

현재 이하우스 식당에는 업체 리앤이라마띠네, 한우리집에는 업체 한솥이 입점해있다. 이하우스 영양사 이윤정씨는 “업체 사정으로 7명이서 운영하던 주방을 5명이 운영하며 음식이 떨어졌을 때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며 “현재는 직원 인원을 정상화했다”고 말했다. 또 처음부터 준비된 음식이 적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이하우스에서 처음 영양사로 일하게 되며 일이 미숙해 예상 식수가 맞지 않았다”며 “정말 죄송하고 앞으로 개선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더해 “정해진 인원이 밥을 먹으러 오는 게 아니라 식수가 매일 달라지기 때문에 수요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불어 한우리집 기숙사식 배식 불만에 대해 윤혜용 영양사는 “학생들이 음식을 더 달라고 말하는 과정에서 소통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직원들을 교육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영양사는 기숙사식 부실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식자재 가격 상승을 꼽았다. 이씨는 “식자재 가격이 너무 올라서 식대 4300원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며 “상추가 킬로당 몇천 원 단위에서 최근에는 1~2만 원까지 오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윤씨 역시 “식당 단가는 4300원으로 그대로인데 식재료 가격은 30~40% 오른 상태”라며 “올해에는 단가가 높아져서 배추김치나 식용유 같은 기본 물품도 발주하기 어려웠던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기숙사 식당을 운영하며 적자가 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윤씨에 따르면 기숙사식 4300원 중 부가세를 제외하고 업체에 돌아오는 금액은 3909원이다. 이중 40%가 인건비로 들어간다. 윤씨는 “한 달 임대료 200만 원, 전기세 100만 원, 음식물 잔반 처리 100만 원, 수도세 두 달에 180만 원을 내고 30~40% 오른 식자재에 인건비까지 감당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겨우 운영 중인 식당이지만 “방학에는 무조건 적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기존 업체와 계약 종료 후 2021년 11월에 리앤이라마띠네가 이하우스에 입점했 다. 기숙사 행정실은 “2021년 8월 식당 이용자 급감으로 운영 상황이 악화되며 기존 업체가 재계약하지 않고 영업을 중단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지 않아 식당에 지원하는 업체가 없는 가운데 기숙사생들에게 안정적으로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발굴한 기업이 리앤이라마띠네”라고 설명했다. 영양사 윤씨 역시 “학교가 대면으로 전환돼도 식당이 들어오지 않는 이유는 적자 문제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기숙사식 학교 지원 없다...대책 필요해

기숙사식은 일반 식당과 다를 바가 없다. 윤씨는 “학생들이 기숙사식을 급식 개념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업체가 학교로부터 지원받는 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학교로부터 지원을 받는다고 오해하는 학생들이 있지만 계약을 통해 입점했기에 외부 일반 식당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윤씨는 “업체 입장에서는 외부 식당도 모두 경쟁사”라며 “4300원으로 현재 식단 유지하는 것도 힘들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업체 측 입장은 이해가 되나 현재 기숙사식 문제 해결에 학교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학교가 기숙사식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여부가 중요한 부분”이라며 “단순히 몇몇 학생의 불평 불만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문제인 만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 주면 좋겠다”고 답했다. 또 “반찬 가짓수를 줄이더라도 양과 품질만큼은 보장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한편 기숙사식 관련 논란에 대해 기숙사 행정실은 “식단가 인상을 최소화하며 메뉴 질 개선을 위해 업체 및 유관 부서와 지속적으로 협의해왔다”며 “그러나 인건비 및 물가 상승으로 인해 식당 급식 단가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부족함 없이 배식할 수 있도록 주메뉴 양을 늘리고 적절한 음식 양을 가져갈 수 있도록 안내문을 부착하는 등 사생들의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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