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안의 예술적 행보

“예술가와 과학자의 협업은 서로에게 무척 독특한 경험이자 기회죠.”

 

미국 MIT 뮤지엄에서 기획자를 겸하는 세스 리스킨(Seth Riskin) 작가우아현 기자 wah97@ewhain.net
미국 MIT 뮤지엄에서 기획자를 겸하는 세스 리스킨(Seth Riskin) 작가
우아현 기자 wah97@ewhain.net

  MIT 내 미술관 MIT 뮤지엄(MIT Museum) 콤튼 갤러리(Compton Gallery)에서 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세스 리스킨(Seth Riskin) 작가는 미술관 소속 작업실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었다. 웅웅 소리를 내는 기계와 흰빛이 일렁이는 기구, 녹색 그래프들이 어지러운 빔프로젝터 화면을 가리키며 그가 말했다. “저는 빛을 이용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MIT에 들어오기 전 리스킨 작가는 회화(Painting and Drawing)를 전공했다. 작업을 이어나가던 중 우연한 기회로 MIT 내 시각예술학위프로그램, CAVS(Center For Visual Studies)를 알게 됐다.

 “MIT에서 대학원 과정으로 기술을 활용한 예술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흥미를 느껴 지원했습니다.” 그는 과학기술과의 결합으로 매체의 한계에서 벗어나 더 자유로운 표현 방식을 얻었다.

 1987년도에 CAVS에 입학한 리스킨 작가는 MIT에서 석사 학위를 이수하며 전공 분야가 다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협업하는 방법을 체득했다. CAVS가 예술대학임에도 불구, 리스킨 작가처럼 회화를 전공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생물학, 천문학, 그리고 물리학 등 다양한 전공 출신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CAVS 내 동료 및 교수들과 하늘을 캔버스 삼아 높이 쏘아 올리는 거대한 열기구 형태의 예술작품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기술과 융합한 예술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또한 실험과정 중 더욱 정밀한 순간을 포착하고자 초고속 카메라를 개발해 실험 사진을 예술의 영역까지 끌어올린 헤롤드 유진 에저튼(Edgerton Eugene Harold) 교수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그러한 협업은 자연스럽게 이뤄졌습니다. MIT 건물 내 이어진 복도가 그 비밀이죠. 긴 복도를 지나며 매 학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하루에 최소 10번씩 복도를 오가며 서로 다른 전공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니 자연히 교류가 이뤄질 수밖에요.”

 실제로 이 복도는 MIT가 케임브리지로 이주할 당시 다른 분야를 전공하는 사람들 간 교류를 장려하기 위해 건물 설계단계에서부터 계획됐다. 그는 전공이 다른 사람들을 한 건물에 모으고, 그들이 함께 어우러져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사소한 요소들이 융합에 대한 MIT의 핵심 가치를 표방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왜 MIT 내에서 서로 다른 두 분야의 교류와 융합을 장려하는 흐름이 이어진것일까. “예술가와 과학자가 협업할 때, 예술가뿐만 아니라 과학자 또한 영감을 얻어갑니다. 그들은 새롭게 발견하고 개발한 과학적 지식과 기술에 대한 의미를 얻습니다.”

 “과학자들이 그들의 기술에서 의미를 발견하면 이후 또 다른 기술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예술가는 그 안에서 또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요. 융합의 의의를 그러한 긍정적인 상호작용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12년의 세월 동안 공대 안의 예술가로 살아가며 느낀 것을 바탕으로 그가 그린 예술과 기술의 융합 미래다.

 그가 기획자로 있는 MIT 뮤지엄은 곧 바이오 공학, 유전공학 등의 단과대학이 밀집된 거리, 캔달 스퀘어(Kendall Square)로 이사할 예정이다. 융합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새로운 꿈을 꾸는 중이다.

“새롭게 이사한 곳에서, 뮤지엄은 과학과 예술을 결합하는 시도를 하는 작가들을 발굴, 지원할 것입니다. 물론 현세대를 반영하는 역할과 새롭게 개발된 과학기술 융합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등 MIT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대중에게 보여주는 일 또한 놓치지 않고 말이에요. 저는 그렇게 되기를 무척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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