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생에게 수학이 필요한 이유

“과학과 예술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 둘은 문제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지만 결국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죠.”

 

미국 SAIC 거주 과학자 프로그램(Scientist in residence)에 참여한 수학자 겸 예술가 유진 챙(Eugenia Cheng) 교수우아현 기자 wah97@ewhain.net
미국 SAIC 거주 과학자 프로그램(Scientist in residence)에 참여한 수학자 겸 예술가 유진 챙(Eugenia Cheng) 교수
우아현 기자 wah97@ewhain.net

  시카고 엣지 워터(Edgewater)지역 낡은 저택에 자리 잡은 이주민 예술 단체 ‘6018노스(6018north)’ 에서 만난 유진 챙(Eugenia Cheng)교수는 한쪽 벽면 가득히 나무를 연상시키는 수학 도표를 그리는 데 열중이었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수학적 나무’라고 소개했다.

 “미국에 사는 사람들의 기원은 다양합니다. 원주민, 방문객, 난민, 그리고 이민자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사람들이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뻗어 나가 지금에 이르렀는지, 시대를 가로지르는 흐름을 한 번에 보여주기 적합하다고 생각해 수학을 활용한 작업, 수학적인 나무(Mathematical tree)를 그리고 있어요.”

 ‘수학적 나무’라고 소개한 그의 말처럼 이주민 간 관계는 수학적인 가계도로 표현할 수 있다. 그는 다양한 이유로 미국에 오게 된 사람들의 사연을 모으고 분류해 도표를 작성한 후 이 수치에 ‘작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챙 교수는 현재 미국 SAIC(School Institute of Chicago)에서 4년째 시행중인 거주 과학자 프로그램(Scientist in Residence) 소속 수학자 겸 예술가다. SAIC의 연구 지원을 받아 개인 연구를 진행하며 이공계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수업에서 그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수학공식을 달콤한 디저트에 비유해 설명한다. 이상적인 스콘의 두께와 잼의 비율, 오레오 과자를 먹는 완벽한 방법, 그리고 수학적으로 완전한 도넛의 공식 등 그의 수업은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가볍게 다가간다.

 현재는 수학 작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한때 그는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수학과 음악의 연관성을 묻자, 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수학과 음악에는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 그리고 있는 이 나무 구조물에서도 음악과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어요. 완성된 곡은 여러 종류의 작은 음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각각의 요소들이 다르게 배열되면 또 다른 곡조를 만들어내지요. 저는 그것이 작은 가지가 모여 만들어진 이 수학적 나무 도표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수학자이자 예술가인 그에게 과학과 예술이 융합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사람들은 같은 상황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해합니다. 이는 세상을 여러 방식으로 바라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겠죠. 만약 당신이 한 가지 고정된 방식으로만 생각한다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과 의사소통 하는 것에 제약에 있을 수 있습니다. 과학과 예술이 결합한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유연한 관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마치 위대한 예술가 겸 수학자인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실은 수학과 예술 구분 없이 세상을 바라봤던 것처럼요.”

 예술계열 학생들에게 수학 가르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며 챙 씨는 미소 지었다. 덧붙여, 예술을 배우는 학생들이 독특한 방식으로 생각하는 점이 좋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꼽았다.

 “과학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고, 예술은 세상에 ‘개입’하는 방식입니다. 두 가지 일은 어쩌면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상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우선 세상을 이해해야 하고 또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상에 개입해야 하니 말입니다. 예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수학과 과학도 배워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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