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자전거 도시 네덜란드. 네덜란드 대학 캠퍼스는 'Green'의 표본이다. 이대학보사, 이화보이스(Ewha Voice), EUBS로 구성된 이화미디어센터 해외취재팀은 지난 8월20일~8월28일 그린 캠퍼스 선도 대학이 위치한 네덜란드에서 친환경 캠퍼스의 가치를 취재했다. 본지는 ‘대학, 그린 라이트를 켜다’를 3회 연재해 그린 캠퍼스 조성의 의의를 살펴보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국내 대학가에 부는 그린 캠퍼스 움직임과 그 한계점을 짚는다.


‘내 아버지는 낙타를 탔고, 나는 롤스로이드(자동차)를 타고, 내 아들은 제트기를 타며, 아들의 아들은 다시 낙타를 탈 것이다’
 현대인의 근시안적 환경 의식을 꼬집는 아랍 잠언의 한 구절이다. 지성의 전당이라 일컬어지는 대학 캠퍼스 또한 이러한 지적에서 예외일 수 없다. 과연 우리가 걷는 교정은, 밤을 지새우는 도서관은, 우리의 교실은 얼마나 지속가능할까.

 최근 우리나라 대학은 위와 같은 물음에 다양한 방식으로 응답하기 시작했다. 대학이 지역사회의 일부분이라는 인식과 함께 대학의 녹색 지수가 캠퍼스를 넘어 지역 사회, 나아가 국가 경쟁력에 장기적인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대학과 지자체, 그린 캠퍼스 위한 첫 걸음 떼다
대학과 지자체는 작년부터 그린 캠퍼스 조성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서울시는 작년 6월 대학의 사회적 책임, 캠퍼스의 녹지화, 지역사회와의 연계 등을 실천 가치로 내건 ‘서울 그린 캠퍼스 협의회’를 창설했다. 본교를 포함한 서울 시내 34개 대학이 서울 그린캠퍼스 협의회에 회원 자격으로 가입돼 있다. 대학은 자체적으로 캠퍼스 내 에너지 효율을 높이거나 교직원·학생의 그린 캠퍼스 활동을 지원하고, 서울시는 대학 내 그린 캠퍼스 사업을 공동으로 기획해 예산을 지원한다. 서울 그린 캠퍼스 협의회 홍보대사 김해동 대표는 “학교 본부와 대학생이 그린 캠퍼스 관련 사업을 직접 구상하고 실행하는 것 자체가 매우 뜻 깊은 일”이라며 “환경에 관한 대학생들의 인식을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대학생도 발 벗고 나섰다. 지난 2010년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의 멤버로 공식 승인된 국내 환경 NGO(비정부기구) 단체 ‘대자연’은 대학생 약 2100명을 중심으로 그린 캠퍼스 만들기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대자연은 친환경 대학 캠퍼스 조성 활동과 함께 청소년에게 그린 캠퍼스의 필요성을 교육하거나 해외 각국 지자체에 녹색 도시 경영을 촉구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본교생들도 동아리를 통해 그린 캠퍼스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본교 경력개발센터 산하 환경 동아리 ‘생생수다’는 지난 학기 캠퍼스 내 환경 인식 개선을 위해 교내 정수기 지도를 만들어 배포하고, 무료로 콜드컵(휴대용 물병)을 배부하는 등 활발한 활동으로 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생생수다 부원 최현빈(환경공학·12)씨는 “보통 환경이라고 하면 고리타분하게 생각하거나 우선순위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며 “그린 캠퍼스에 관해 학생들이 인식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동아리 활동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이 이룬 첫걸음, 체계적 지원과 정기적 동력으로 지원사격해야
자체적인 노력으로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보인 대학도 있다. 서울대는 교내 에너지 관련 설비 성능 개선 사업과 노후 건물의 리모델링을 진행해 국내 대학 최초로 교내 에너지 사용 및 온실가스 배출 실적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서울대학교 그린리포트 2014’를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대는 재작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0톤 감소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고려대 또한 에너지 수요 감축을 위해 그린캠퍼스 활동 전담 부서인 에너지·안전팀을 신설해 6억9천 만 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시켰다고 밝혔다. 고려대 에너지·안전팀 백원종 과장은 “전문 인력이 그린 캠퍼스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효율성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본교 재무처와 총무처는 매년 건물별 에너지 사용량을 분석하거나 음식물 쓰레기 제로화 사업으로 2010년 교내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약 10.5% 감소시키는 등의 성과를 보였다. 또한 학생처 학생지원팀 또한 매 학기 이화캠퍼스 지킴이 약 40명을 선발해 강의실 점등 운동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학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학의 그린 지수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본교를 포함해 그린 캠퍼스 프로젝트를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기획·실행 할 수 있는 전담부서를 마련한 대학은 소수에 불과하고, 학생 중심의 상향식 그린 캠퍼스 운동이 아닌 대학 본부 위주의 하향식 운동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학생 참여 또한 캠페인성 단기 활동에 집중된 경우가 많아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 작년 5월 서울시 기후환경본부가 공식 발표한 서울 시내 대형 건물 에너지 사용량 분석 자료에 따르면 서울 소재 대학 54곳 중 21개(약39%) 대학이 에너지다소비 건물에 포함될 정도로 대학의 에너지 및 전력 소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교 또한 1년 기준 전력 4만4588MWh를 소비해 조사 대상 대학 54개 중 5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는 대학 본부와 대학생 사이의 협력, 인식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그린 캠퍼스 프로젝트의 동력은 커지지 못할 것이라 우려했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에너지시민협력반 연흥모 주무관은 “한국 대학의 그린 캠퍼스 운동은 인식과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필요성엔 공감하나, 실행 주체와 동력이 부족한 편”이라며 “장기적으로 그린 캠퍼스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선 전담 부서를 설치하거나 지자체 차원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등의 유인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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