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전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는 홍세연씨가 대강당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trong>이승현 사진기자
졸업 전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는 홍세연씨가 대강당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승현 사진기자

대학교는 자신이 꿈꾸는 분야를 깊이 배울 수 있는 ‘학문의 전당’임과 동시에 ‘만남의 장’이다. 전 세계 곳곳에 서 온 다양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며 공부 외에도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그를 향해 나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의 끝으로 나아갈수록 학생들은 ‘서둘러 취업해야 한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홍세연(휴기바·19) 씨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는 불안감에 잠식되지 않고, 눈 앞의 일을 해결하며 서서히 나아가고 있다.

 

대학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의미

홍씨에게 대학은 “네트워크의 의미가 더 큰 곳”이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을 만나 서로 영향을 주고 받기도 하고, 아예 새로운 관심사를 가진 사람을 만나 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신박한 것을 기획하기도 해요.” 그에게 대학은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의 장이었다.

흔히 ‘코로나 학번’이라고 불리는 19학번 홍씨는 2020년 코로나 이후, “세계가 쭈그러든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사람들과 교류 없이 온라인 수업만 듣던 그는 한국을 벗어나 새로움을 느끼고 싶었다. 그는 2022년 2학기부터 2023년 1학기까지 홍콩으로 교환학생을 떠났다. ‘빨리 다녀와 정상궤도로 복귀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떠난 길이었지만, 홍씨는 교환학생을 다녀온 이후 “사람을 만날 때 선입견을 갖지 않게 됐고, 내 세계로 받아들이는 범위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졸업 전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는 홍씨는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취업”이라고 말했다. 휴먼기계바이오공학을 전공하는 홍씨는 사람의 DNA 정보를 관리할 때 필요한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을 배우다 보니 컴퓨터공학에 관심이 생겼다. 주전공 분야는 아니기에 스스로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더 중요한 만큼, 홍씨는 개발 관련 공부에 가장 큰 힘을 쏟고 있다. 학업과는 별개로 연합 개발 동아리 UMC에서 활동하며 안드로이드 앱을 만드는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다스리는 법

‘현재 내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라는 모토를 가지고 있는 홍세연씨는 스스로를 ‘현실주의자’라고 표현했다. <strong>이승현 사진기자
‘현재 내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라는 모토를 가지고 있는 홍세연씨는 스스로를 ‘현실주의자’라고 표현했다. 이승현 사진기자

스스로를 ‘현실주의자’로 칭하며 자기만의 길을 개척 해나가는 홍씨도 불안한 미래를 두려워 하고있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홍씨는 이런 막연한 두려움은 “십 대 때부터 늘 마음 한구석에 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감정을 “잘 다듬을 수 없는 감정”이라고 칭하며 감정이 생기는 과정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채용 사이트에 들어가 희망하는 직무의 인재상을 쭉 읽어요. 그리고 인재상에 들어맞지 않으면 자신감이 줄어들어요.” 기업이 찾는 인재가 아닌 자신을 돌아보면서 확신을 잃어가는 것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취업 후기 글을 검색해 읽는다. ‘이미 성공한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부족한 점을 발견할 때마다 불안감만 늘어간다. 홍씨는 “‘채용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으면 어떡하지’, ‘직장 내 성추행을 겪으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홍씨는 불안감을 멀리하고자 미래의 일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두려움과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해 서는 스스로 만족할 만한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데, 불 안감을 가지고서는 그런 결과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일에 실패할 때에도 “정신승리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합격을 바라던 회사에 떨어졌다고 해도 ‘나 같은 인재를 못 알아보다니, 회사 손해’라고 생각하고 돌아서는 식이다. 홍 씨는 좌절에 빠져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눈앞에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홍씨는 불안감을 의식 구 석으로 치워놓는 것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말했지만, 좌절의 시간을 끊어내는 전략이기도 하다.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홍씨는 불안감만 키우는 막연한 상상보단 현실적인 계획을 세운다. 홍씨가 현재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는 ‘내가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 사는 것’이다. 그가 함께하고 싶은 이가 특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 연인일 수도, 연인이 아닐 수도 있다.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사람, 편한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함께 살고 싶은 이와 살기 위해서는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 우선 다른 이와 함께 살아갈 집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하고, 안정적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능력도 필 요하다. 취업에 성공해야 이룰 수 있는 목표다. 그렇기에 그는 작은 실패에 좌절하지 않는다. 작은 과제를 하나하나 해결하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자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제 인생의 화양연화는 가장 다양한 경험을 한 시기에 찾아왔어요. 다양한 경험을 했을 때 기존의 껍질을 깨고 스스로의 세계를 넓히는 기회가 찾아오는 것 같아 요.제가24살인데화양연화가지금대학생일때한번 있었으니까 24년 주기로 한 번 온다고 생각하면 48살쯤 한 번 더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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