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은 한국무용 전공자에게 꿈같은 곳이다. 국립극장의 전속단체로 한국 춤 유산을 계승하고 개발하기 위해 1962년 창단돼 한국 최고 기량을 자랑하는 소속 무용수들이 활발히 예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7년 만에 진행된 채용에서 국립무용단 최연소 정단원이 된 이승연(무용·24년졸)씨를 2월24일 만났다. 차분하고 밝은 미소를 짓던 이씨는 그동안의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출발선에 선 기대감을 내비쳤다.

 

국립무용단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는 이승연씨.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 무용을 즐길 수 있도록 무대를 빛내는 무용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연정 기자<strong>
국립무용단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는 이승연씨.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 무용을 즐길 수 있도록 무대를 빛내는 무용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연정 기자

 

무대에 서는 것이 행복했던 유년시절, 한국무용수의 꿈을 키우다 

이씨는 무용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운명”이라고 표현했다. 이씨의 어머니가 발레를 하셨기 때문이다. 그의 어머니는 자신의 딸도 무용수로 키우고자 하셨다. 어머니의 권유로 유치원 때 자연스럽게 발레를 접한 이씨는 무용수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무대에 서는 게 좋았고, 사람들에게 춤추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음에 행복했다. 발레로 무용을 시작했던 그의 종착지는 한국무용이었다. 개인 사정으로 무용을 잠시 그만뒀던 그는 일반 중학교에 진학했다. 그러나 다시 무용을 하고자 예술 중학교(예중) 편입 시험을 준비했고, 한국 무용 전공으로 예중에 합격하게 된 것이다. 이씨는 한국무용에 담긴 한국인의 정체성에 매력을 느꼈다. 한국 고유의 춤 양식을 표현하는 것은 한국 사람이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정서적으로도 더 잘 와닿고 ‘나’라는 사람을 더 잘 담아낼 수 있는 무용”이라며 한국무용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국립무용단 채용은 2016년 이후 7년 만에 진행됐다. 당시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이씨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언제 열릴지 알 수 없던 채용이 시기적절하게 열린 것에 대해 이씨는 “어쩌면 천운이 따라준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무용수로서 무대에 서고,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간직해 왔기 때문이다. 

 

한국무용단에 당당히 합격한 이승연씨. 제공=이승연씨
한국무용단에 당당히 합격한 이승연씨. 제공=이승연씨

 

‘몰입’을 통해 학업과 시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다

국립무용단 채용은 ▲서류 전형 ▲실기 시험 ▲면접 3단계로 한 달간 이뤄진다. 이씨는 “1학년 때부터 대회에 나가 공연한 경험들이 서류 전형에 붙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이씨는 대학교 2학년 때, 한국과 러시아의 수교 30주년을 맞이해 진행된 청년들의 문화 교류 ‘시베리아 예술원정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러시아 팀이 음악을 보내면, 이씨가 속한 한국무용팀이 음악에 맞는 작품을 만드는 활동이었다. 이씨의 작품은 우수 작품으로 선정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코로나19로 학교 수업의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전환돼 실기 수업도 격주로만 진행되던 상황임에도 외국의 예술팀과 교류한 경험에서 그의 적극적인 면모가 드러났다.

서류 전형에 합격한 이씨는 본격적으로 실기 시험을 준비했다. 4학년 2학기에 재학 중이던 이씨는 학업과 국립무용단 실기시험을 병행했다. 학교에서는 졸업 작품 준비와 교직 이수를 함께 했고, 수업을 마치면 곧장 연습실로 향했다. 2단계 실기 시험은 ▲전통무용 ▲타악 ▲창작 3개의 영역으로 구성된다. 이씨는 각기 다른 세 가지 시험을 모두 준비하는 바쁜 일정에 “새벽 3~4시가 돼서야 집에 돌아가는 생활을 반복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이때 그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바쁜 일정이 아니었다. 춤을 통해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감이었다. 이씨는 “무용은 결국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며 “과거의 나보다 더 나은 내가 돼야 하는 순간이 매일 반복돼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단련하기 위한 ‘몰입’을 중시했다. 그에게 몰입이 필요한 두 가지 상황이 있었다. 첫째로, 작품을 빛내기 위해서 작품 속 캐릭터에 몰입해야 했다. 무용수는 신체를 매개로 해 자신을 표현해내는 직업이다. 그렇기에 단지 춤 동작을 수행하는 것이 아닌, 춤에 무용수의 주체성을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연습 과정에도 몰입해야 했다. 체력이 다하더라도 작품을 끝까지 소화하기 위해서는 지속하는 힘이 필요하다. 이씨는 “몰입한 채 연습을 거듭해 체력적 한계치를 높여가야 한다”며 의지력을 잃어갈 때쯤 다시 한번 집중하고 몰입했다.

 

이승연씨의 작품에 대한 몰입이 손끝까지 전해진다. 제공=이승연씨
이승연씨의 작품에 대한 몰입이 손끝까지 전해진다. 제공=이승연씨

 

무대를 꽃피울 한국무용수로서 새로운 출발선에 서다

이씨는 후배들에게 “결국에는 도전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며 격려의 말을 건넸다. 무용을 전공해도 무용수라는 직업을 갖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채용이 비정기적이고, 채용이 열려도 모집 인원이 적기 때문이다. 그는 “그럼에도 진심으로 무용을 사랑하고, 무용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뚜렷하다면 노력을 멈추지 말라”는 응원을 전했다.

1월9일부터 출근을 시작한 이씨는 국립무용단 무용수로서 새로운 시작에 적응해 가고 있다. 이씨는 한국 무용을 “다른 나라에는 없는 우리나라의 고유한 정체성과 미를 담고 있는 무용”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바람은 한국 무용을 지금보다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기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꿈꾸던 국립무용단에서 활동하게 된 이씨는 “더 많은 사람이 한국 무용을 즐길 수 있도록 무대를 빛내는 무용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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