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동해상으로 미사일 발사…또 무력도발” 인터넷 포털에 ‘북한’을 검색하면 이런 제목의 기사들이 쏟아진다. 13일부터 진행된 한미 연합연습을 겨냥해 북한의 무력 도발이 계속되고 있다. 매일 같이 보도되는 북한의 도발 소식에 사람들은 무감각해졌다. 박원곤 교수(북한학과)는 “북한의 도발은 안보 측면에서 이미 심각하다”며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이에 익숙해져 ‘도발의 일상화’가 돼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본교 통일학연구원장을 맡고 있으며 동아시아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 통일부 북한 인권 조사자문위원, 한반도 평화연구원 부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북한 외교 전문가인 그에게 가깝고도 멀게 느껴지는 북한에 관해 물어봤다.

 

북한 외교 전문가 박원곤 교수는 최근 한미 연합연습을 겨냥한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trong>이자빈 사진기자
북한 외교 전문가 박원곤 교수는 최근 한미 연합연습을 겨냥한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자빈 사진기자

 

끊임없는 북한의 도발, 이유는

북한이 무력 도발을 하는 근본적인 의도는 무엇일까. 박 교수는 “(북한의) 분명한 목표는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독자적으로 핵을 개발한 지 30년이 지났다. 탈퇴 당시 유엔(UN·United Nations)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위원회는 결의안을 통해 북한의 핵 보유를 불법으로 정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북한은 핵 도발을 지속하고 있다.

2019년 12월 북한은 ‘정면 돌파전’이라는 일종의 노선을 발표했다. ▲자력갱생을 통한 미국의 제재 돌파 ▲핵 능력 고도화 ▲대미 및 대남 전략은 장기전 ▲사상투쟁 강화가 그 내용이다. 박 교수는 북한의 무차별적인 미사일 도발엔 “자신들의 핵 능력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논의가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다는 담론을 형성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국제사회가 북한을 공식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는 없다”고 말했다. 1969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체결하면서 5개 국가(러시아, 미국, 영국, 중국, 프랑스)만이 핵을 보유할 수 있도록 인정했기 때문이다. 북한까지 인정하게 되면 이 체제가 깨지고 북한의 독재정권을 유지하는 수단이 된다.

 

북한은 변하고 있다

그는 “최근 시작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2022년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2022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발사가 “다른 국가들의 국방력 발전을 위한 노력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자국 방어를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북한 내부에서도 무력 도발 사실을 일부에게만 알렸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박 교수는 “김 부부장은 무력 도발이 한미 연합연습 등의 위협에 대한 압도적 대응임을 공식적으로 밝혔다”며 “매 도발마다 실시간으로 북한 내부에 알리고 있는 것도 다르다”고 말했다.

이런 북한의 변화에 박 교수는 “북한의 내부 상황이 좋지 않다”고 파악했다. 외부 위협에 강력하게 대응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적극적으로 내부에 알리는 것은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을 때 흔히 쓰이는 방법이다. ‘한국과 미국, 국제사회가 북한을 포위하고 있다’는 인식인 ‘피포위 의식’을 활용하는 것이다. 북한은 이를 통해 위기감을 조성하고 내부를 단결한다.

박 교수는 북한의 핵 능력도 “한국과 미국이 막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경고 했다. 그는 “‘밀고 당기기’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에는 강력히 대응하되 협상의 장에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외교가 살아나야 하는데 비핵화 협상의 당사자는 한국을 제외한 미국과 북한인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현재와 한반도의 미래

2022년 11월18일 처음 등장해 높은 관심을 받은 김정은의 딸 ‘김주애’에 대해서도 물었다. 박 교수는 “김주애가 후계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월8일 진행된 열병식에서 북한의 모든 부대는 1시간30분 동안 ‘◆백두혈통 결사옹위’를 외쳤다.

“만약 김주애를 후계자로 생각했다면 ‘김정은 동지 결사 옹위’처럼 ‘김주애 동지 결사옹위’라고 말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김주애를 등장시킨 것은 북한의 미래 세대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활용하기 위함입니다.”

무기 개발이 “인민의 안녕과 후대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한 선전의 목적으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김주애가 김정은의 얼굴을 친근하게 만지는 모습 또한 인민을 중요시하고 사랑한다는 의미의 ‘인민대중제일주의’ 이미지를 연출한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인권 침해 문제도 심각하다. 북한은 사실상 2020년부터 국경을 봉쇄했다. 박 교수는 “북한 경제의 50% 이상은 대외무역에 의존하고 있다”며 “국경 봉쇄는 주민들의 경제 활동 통로를 차단한 인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것 또한 주민들이 지원받을 기회를 박탈한 인권 침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세대 간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통일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규모의 경제를 위해서라도 통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경제 구조에서 수출이 80%이고 내수 시장이 20%예요. 우리는 내수 시장을 아무리 키워도 경제 규모가 커질 수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도 남북이 통일돼야 합니다.” 그는 “통일이 되면 중국, 일본과 함께 ‘동북삼성’의 거대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통일의 가능성은 아무도 모른다. 그는 “독일의 통일 과정에서 국제 정치의 어느 이론도 평화적으로 일방이 무너지는 형태를 예측하지 못했다”며 “(통일을) 늘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통일이 도래했을 때 혼란이 수습되는 것은 준비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통일이 멀었다고 생각하기보다 언제든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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