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상권이 유행을 선도하던 시절은 지났다. 중국 및 동남아 관광객의 유입은 본교 인근 상권을 급성장시켰으나 이를 기반으로 성장한 상권은 관광객이 감소하자 쉽게 무너졌다. 사드 유치 문제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중국 관광객이 감소한 이후 이대 상권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유동 인구가 적어 상권이 침체한 것은 물론 도로변과 골목길을 가리지 않고 공실이 늘었다. 이에 상인, 부동산, 재학생, 구청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22일 오후6시경 이화52번가 골목 입구에는 오랫동안 공실이었던 건물이 무너지고 새로운 상가가 들어서고 있다. <strong>이자빈 사진기자
22일 오후6시경 이화52번가 골목 입구에는 오랫동안 공실이었던 건물이 무너지고 새로운 상가가 들어서고 있다. 이자빈 사진기자

 

옷 가게 위주의 상권... 다양성 부족해

재학생들은 본교 인근 상가에 다양한 가게들이 입점하길 원한다. 이유진(정외·20)씨는 “이화52번가 골목 자체에는 자주 가지만, 가는 가게는 늘 한정돼 있는 것 같다”며 “다양한 가게들이 입점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본교 인근 상권에는 옷과 액세서리 가게가 다수 입점했다. 이씨는 “학교 인근에 옷 가게가 이미 많기 때문에 음식점과 스터디카페 등 다른 매장들이 입점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서영(기후에너지·18)씨 또한 “학교 인근 상권이 관광객을 표적으로 삼은 옷 가게 위주인 것 같다”며 “학생들에게 더 실용적인 매장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화52번가에서 공인중개소를 운영하는 장근태씨는 “현재의 이화52번가는 백약이 무효할 정도로 상권이 침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화52번가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수요가 적은 옷 가게보다 다양한 음식점이 입점할 수 있도록 해서 특색 있는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보 부족으로 텅 빈 이화52번가 골목

상인들은 골목 상권의 홍보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3주 전 이화52번가에 옷 가게를 개업한 김모(30·여)씨는 “‘이화52번가 상점가’라는 이름도 너무 길다”며 “짧고 재밌는 골목 이름을 공모 받아 경리단길이나 망리단길처럼 홍보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화52번가를 나타내는 간판은 본교 좌측 좁은 골목에 설치돼 있어 대로변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옷 가게 ‘나는 나비’ 사장 ㄴ(50·여)씨는 “얼마 전 가게에 방문한 학생이 ‘이 골목에 옷 가게가 있는 줄 몰랐다’고 말해 놀랐다”며 “옷집이 골목 안쪽에 있다 보니 학생들이 잘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화52번가에서 상인들과 상생하고자 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침체한 골목 상권과 함께 나도 침체하는 느낌”이라며 “유동 인구가 적어 장사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거리에 소비자들이 적을 뿐만 아니라, 상가에 입점한 가게도 적다. 상가에 공실이 많으면 남은 상인들도 장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ㄴ씨는 “개인이 열심히 한다고 해도 전체적으로 공실이 많아 사람들이 자주 찾지 않는 것 같다”며 “공실이 줄고 쇼핑거리가 조성돼야 사람들이 이 골목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6년 본교 산학협력단은 상권 활성화와 청년 창업 지원을 위해 이화52번가에서 “청년몰 조성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현재, 당시 창업한 매장 22개 중 사업에 성공해 남아있는 가게는 위샐러듀가 유일하다. 공인중개사 장씨는 “정부가 사업 초기 인테리어 비용과 임대료를 1년간 지원했는데 지원 기간이 끝나자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청년 창업자들이 골목을 떠난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인구가 줄어든 이화52번가 안쪽 골목 대부분의 상가들은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strong>이자빈 사진기자
유동인구가 줄어든 이화52번가 안쪽 골목 대부분의 상가들은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자빈 사진기자

 

서대문구청의 이대 상권 활성화 사업, 기대효과는?

서대문구청은 1월19일 발표한 신촌 활성화를 위한 6가지 사업을 발표해 본교 앞 일대 권장 업종을 확대하고 이화52번가 골목길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인프라를 구축해 상권 활성화의 기반을 다지고자 함이다. 서대문구청 백문엽 주무관은 “골목 정비를 통해 쾌적한 상권을 조성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정비 후 새로 입점하려는 매장이 늘고 골목 유동 인구도 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화52번가 골목은 바닥의 높이가 균일하지 않다. 상인 김씨는 “보행에 문제가 되진 않지만 다소 노후화됐으며 균일하지 않은 높이의 바닥 탓에 입간판이 자꾸 기울어져 불편하다”고 말했다. 조명 또한 부족해 밤이 되면 유동 인구가 더욱 적어진다. 구청은 골목길 사업을 통해 이화52번가의 낙후된 이미지와 골목 디자인을 변경할 계획이다. 골목 안쪽에 상권이 있음을 홍보하는 안내 게시판을 세워 홍보 효과를 높이고, 깔끔히 정비한 골목 전 구간에 조명 시설도 설치한다. 또한 최근 활용률이 저조한 이화 쉼터를 리모델링해 학생들이 머물며 과제하고 조별 활동도 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다.

권장 업종 확대는 주차 설치 기준 완화를 통해 이뤄진다. 업종에 따라 상가에 입점하기 위해 주차시설 설치가 요구되는데, 이 기준을 완화할 경우 주차시설을 마련하지 못해 입점을 포기하는 업종이 줄어든다. 백 주무관은 “권장 업종 확대로 이화여대 일대에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새로운 아이템을 가진 기업이 유치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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