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이화인의 네트워크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각자의 위치에서 사회의 일원으로 바쁘게 살다가도 이화를 위해서라면 한순간에 모인다. 본지는 코로나19 사태에도 학교 선후배 교류가 지속된 이화인 클럽들을 조명한다. 1637호에서는 여성 경영인의 네트워크와 후배들의 취창업을 지원하는 ‘이화비즈’ 소속 여성 리더 네 명을 만났다.

 

이화비즈 회원 이소연씨, 김해련씨, 이진민씨, 서지희씨와 이화비즈 사무국의 권미경(교공·87년졸)씨.(왼쪽부터) <strong>김나은 사진기자
이화비즈 회원 이소연씨, 김해련씨, 이진민씨, 서지희씨와 이화비즈 사무국의 권미경(교공·87년졸)씨.(왼쪽부터) 김나은 사진기자

“힘 있는 언니들이 후배에게 힘이 돼 주고자 모였습니다. 취직이나 스타트업이 어려울 때 이화비즈의 손을 잡아주세요.” 이화인을 돕기 위해 본교 출신의 전문 경영인들이 이화비즈로 모였다. 이화비즈는 기업 임원 간 교류를 통해 후배들의 성공적인 사회 진출을 지원하는 경영인클럽이다. 본지는 이화비즈 소속 회원이자 태경그룹 회장 김해련(경영·84년졸)씨, 삼정KPMG 부대표 서지희(경영·85년졸)씨, 아이소이 대표 이진민(국문·85년졸)씨, 오브엠 부사장 이소연(성악·87년졸)씨를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화라는 이유만으로 여성 경영인 결집한 이화비즈

이화비즈는 전문직 및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리더나 중간 간부급 이상의 본교 학부 졸업생 모임이다. 여성 경영인 네트워크를 구성해 협력하고 후배들의 취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결성됐다. 2018년 11월에 창립한 이화비즈는 이랜드그룹 부회장 박성경(섬유예술·79졸)씨, 사라 앙스모드 대표 안윤정(독문·69졸)씨를 비롯해 사회 각 분야의 여성 경영인 131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화비즈는 후배들의 취창업 지원을 위해 2019년 인재개발원과 MOU를 체결해 오피스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투어에서는 학생들이 기업 문화와 직무를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이화비즈 내 소모임 ‘이화벤처모임’은 ‘캠퍼스 CEO 특강’과 ‘이화스타트업포럼’에서 강의하기도 했다. 서 부대표는 “이화인이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경영인 네트워크가 있지만 막상 학생들은 취업 정보가 부족해 힘들어한다”며 “경험이 많은 선배로서 후배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을 만나기 어려워진 후엔 이화비즈 내부 결속을 단단히 했다. 지역이나 업계, 취미에 따라 강서구 모임, 강남 서초 모임, 법률 모임, 골프 모임 등 다양한 소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만남을 이어갔다. 이진민 대표는 “같은 캠퍼스를 향유했다는 공통점은 금세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경영 전략이나 사업 아이템에 대한 영감도 주고받는다. 이진민 대표는 이화비즈 소속 36세의 소녀방앗간 김가영 이사와 교류하며 청년층을 이해하게 된 경험을 떠올렸다. 이 대표는 소녀방앗간에서 이화비즈 회원들과 식사하며 사업 전략을 살펴봤을 때 “젊은 대표와 소비자를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네트워크를 꾸준히 활용해 세상을 배운다”고 전했다.

 

취업 창업 고민 없는 후배 양성하고 싶어

이화비즈는 2월16일 총회를 열어 취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을 돕기 위한 여러 활동을 구상했다. 이소연 부사장은 “이화비즈 이름으로 장학금을 모금해 일 년에 한 번 학생들에게 지급하려 한다”며 “후배들의 벤처를 육성하고 취업 멘토링과 오피스 투어 프로그램도 이어나갈 것”이라 밝혔다.

이진민 대표는 학생 벤처 육성 사업과 멘토링 프로그램에 대해 “경영인의 노하우로 학생들의 창업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이화비즈가 키우는 스타트업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김해련 회장은 “인사, 재무,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화비즈에 속해 있어 진로 고민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인터뷰이들은 후배들을 돕고 싶은 의욕이 넘친다고 입 모아 말하며 추후 진행될 이화비즈의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할 것을 권유했다. 김 회장은 “정보력 있는 선배에게 간단히 상담만 해도 목표 실현을 앞당길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고 헤매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진민 대표도 “퇴사 후 방황하던 시기에 선배들이 사업을 시작해보라고 이야기해 줬다”며 “그 조언이 없었으면 현재 나는 경영인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선후배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터뷰에 참여 중인 아이소이 이진민 대표(왼쪽), 태경그룹 김해련 회장 <strong>김나은 사진기자
인터뷰에 참여 중인 아이소이 이진민 대표(왼쪽), 태경그룹 김해련 회장 김나은 사진기자

 

아직은 변화가 필요한 여성 경영계, 힘든 때일수록 연대 필요해

지금은 사회적 존경을 받는 이화비즈 구성원들이지만 기업 임원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특히 여성이라는 정체성은 이들이 커리어를 쌓는 데에 장벽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여성 회장으로서 10개의 자회사를 이끄는 김해련 회장은 과거 대형백화점 브랜드를 입점할 때 담당자에게 “남편도 집안도 다 멀쩡한데 왜 여기 나와 고생하느냐”는 말을 들었다. 당시 여성이 집 밖으로 나와 일하는 것 자체가 배우자 또는 가정형편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시선이 팽배했다. 대형 회계법인 첫 여성 임원 타이틀을 가진 서 부대표 역시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가 없는 환경에서 근무해야 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한편 과거와 비교한 최근 여성 경영계 분위기에 대해선 서로 다른 시선이 존재했다. 밖에서 일하는 여성을 이상하게 여기던 시대를 겪은 김 회장은 “예전에 비해 여성이 경영하기 편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여성 임원이 희소한 만큼 대표성을 가지기 때문에 말 한마디를 해도 더 잘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서 부대표는 여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편견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채용과 승진 과정에서 여성에 대한 할당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여성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다양성 제고에 대한 합의가 우선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 부대표는 열악한 상황일수록 잠시 휴직을 해서라도 회사에 끝까지 남을 것을 당부한다. 회계법인 첫 여성 사원으로 포문을 연 그 역시도 조언해줄 여성 선배가 없는 상황에서 퇴사 고민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가는 길이 뒤따르는 후배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해 포기하지 않고 현 직장에서 30년 이상 근무하고 있다. “여자 선배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여성이 조직에 살아남아 서로를 끌어주는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해요.”

 

삼정KPMG 서지희 부대표가 육아휴직 없이 근무했던 일화를 설명하고 있다. <strong>김나은 사진기자
삼정KPMG 서지희 부대표가 육아휴직 없이 근무했던 일화를 설명하고 있다. 김나은 사진기자

이들은 후배들이 여성 경영인으로서 겪는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위해 먼저 이화비즈라는 조직 자체를 알아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진민 대표는 “후배들이 이화비즈에 든든한 선배들이 있다는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선배들에게 도움을 받은 만큼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화비즈는 힘 있는 언니들이 모여있는 집단입니다. 주저하지 말고 문을 두드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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