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이화인 네트워크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각자의 위치에서 사회의 일원으로 바쁘게 살다가도 이화를 위해서라면 한순간에 모인다. 본지는 코로나19 사태에도 학교 선후배 교류가 지속된 이화인 클럽들을 조명한다. 1640호에서는 여성 언론인 네트워크 구축과 후배 양성에 힘쓰는 ‘이화언론인클럽’ 소속 언론인 일곱 명을 만났다.

 

'이화언론인클럽' 소속 언론인들 <strong>김지원 사진기자
'이화언론인클럽' 소속 언론인들 김지원 사진기자

 

“언론인이 되고 싶다면 저희에게 도움을 요청해주세요. 후배들이 언론계에서 다양하게 활약하길 원합니다.”

언론인이 되는 길을 제시하는 ‘이화언론인클럽’(언론클럽)은 이화 출신 현직 언론인 약 500명이 소속된 동창 모임이다. 클럽의 회원들은 언론계 발전을 도모하며 특강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후배 언론인 양성에 힘쓰고 있다. 본지는 이화 출신 언론인의 네트워크를 조명하고자 언론클럽에 소속된 일곱 명의 이화인을 본교 앞 한 라운지에서 만났다.

 

후배 양성 위해 도움 자처하는 이화언론인클럽

언론클럽은 방송국, 신문사, 잡지사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한 언론계 현직자들로 구성됐다. 진출 범위가 넓은 만큼 ‘언론’이라는 매개만 있다면 가입 가능한 것이 언론클럽의 특징이다. PD, 기자, 아나운서부터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언론중재위원회 등 언론 공기업 종사자, 그리고 언론사 경영 실무자까지 모두 본 클럽의 일원이다.

언론클럽에서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는 활동은 ‘이화언론인상’ 수상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면 활동에 제약이 걸렸지만 이화 언론인상 수상은 매년 한 번씩 꾸준히 진행해왔다. 언론클럽 회장인 서울신문 문소영(신방·90년졸) 논설위원은 “언론인으로서 큰 반향을 일으키거나 주목할 만한 활동을 한 이화인에게 본 상을 수여한다”며 “CBS 김현정(불문·00년졸) PD가 앵커를 역임해 ‘김현정의 뉴스쇼’를 진행한 공로로 수상한 것이 그 예시”라고 설명했다. “이화언론인상 시상으로 언론계에 활동하는 동문이 승진하거나 성과를 낼 때 다 같이 모여 진심으로 축하하고 박수 쳐 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후배 언론인 양성을 위해 1995년부터 취업 특강도 진행하고 있다. ‘언론인이 되는 길’ 특강은 본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언론계 취업 경험과 언론고시 준비 가이드라인, 언론사 인재상 등에 대한 조언을 아낌없이 공유한다. 설명회가 끝나면 멘토링을 진행해 후속적인 소통의 경로를 마련하기도 한다.

실제로 해당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은 KBS 이선영(정외·04년졸) 아나운서는 “재학생 때 전 SBS 아나운서 정지영(정외·98년졸) 선배님의 특강을 듣고 아나운서가 되기로 결심했다”며 본인을 “‘언론인이 되는 길’의 결과물 그 자체”로 표현했다.

코로나19로 이화언론인상 시상을 제외한 모든 활동을 잠정 중단했던 언론클럽은 25일 총회를 기점으로 다시 네트워킹 활성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본교 언론고시반 ‘미디어커리어센터’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논술 특강을 진행해온 문 회장은 “클럽의 회비 일부를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환원할 예정”이라며 후배를 위한 재정적 지원 역시 아끼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언론인 희망한다면 점수보다 식견 높이길

MBC 성지영(사학·99년졸) 기자는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스펙에 매몰되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어 “각 언론사가 원하는 인재가 다르고 인재상에도 트렌드가 있다”며 “도전하고 부딪쳐보는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길 바란다”고 전했다. 언론클럽 부회장으로 재임 중인 YTN 김선희(영교·93년졸) 기자도 “인사 관리자 입장에서는 스펙 많은 따분한 사람보다 넓은 견문으로 기발한 상상을 하는 사람을 뽑고 싶은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스펙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의 개성을 위해 관심사 하나에 깊게 빠져보길 바랍니다. 학창 시절에만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즐겨도 괜찮습니다.”

성 기자는 입사를 준비하는 시기에 “회사가 나를 평가하듯 나도 회사가 삶의 일부분을 바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인지 테스트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내가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어필하면서도 입사 시험에서 면접관의 의도대로 끌려가지 말고 질문에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례로 그는 “입사 시험 때 면접관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소서에 한 달간 홀로 떠난 배낭여행에 관해 썼다”며 “면접 때 나의 의도대로 면접관이 관련 질문을 연달아 세 개나 물어봐 짜릿했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최현미(신방·89년졸) 기자는 예비 언론인 후배들에게 “급변하는 시대 속에 언론과 뉴미디어의 결합으로 새로운 직군이 생겨나고 있으니 후배들이 적극적으로 변화를 선도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문 회장도 “언론사는 사라져도 기자는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직군이기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화의 후배들과 함께 현장에서 활동할 날을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느슨한 연대로 후배 언론인의 버팀목 되다

언론클럽 회원들은 선후배 간 ‘느슨한 연대’가 이뤄지고 있다며 입을 모았다. SBS 은지향(정외·96년졸) PD는 “이화인들은 사회생활을 할 때 본교 출신임을 잘 밝히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 기자는 “다른 대학에 비해 우리 학교는 사회에서 잘 모이지 않아 안타깝기도 했으나 학연에 상관없이 개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느슨한 연대도 좋았다”고 전했다.

본교 출신 언론인에게서 찾을 수 있는 특유의 리더십은 선배 이화인의 개척정신에 뿌리를 둔다. 언론클럽의 회원들은 “이화인은 사회생활에서 주체적인 성격과 냉철한 일 처리 방식이 두드러진다”며 이를 설명했다. 문 회장은 “우리는 대학 시절 문제 상황에 쉽게 타협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음을 배웠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유리천장을 깨는 실질적인 모델이 눈앞에 있어 후배들은 버틸 힘을 얻습니다.” 

성 기자는 “예전보다 여성이 언론계로 많이 진출하고 있긴 하지만 경력 단절의 위기가 찾아오곤 한다”며 “일과 가정의 양립이 힘든 순간에 선배들이 앞서 개척한 길을 보며 다음 길이 열릴 것이라 생각하면서 버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은 PD는 “언론사, 방송사에서 일하려면 개인 생활을 많이 버려야 하기에 쉽지 않다”며 옆에서 함께 고민해 줄 선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기자는 이화의 예비 언론인에게 전한다. “후배들이 언론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위해 선배의 도움이 필요할 때 우리 모두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언론계에 많은 후배가 진출해서 이화인으로서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나가기를 바랍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