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이화인의 네트워크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각자의 위치에서 사회의 일원으로 바쁘게 살다가도 이화를 위해서라면 한순간에 모인다. 본지는 코로나19 사태에도 학교 선후배 교류가 지속된 이화인 클럽들을 조명한다. 1647호에서는 여성 사서 네트워크와 후배 사서 양성을 지원하는 ‘이화사서포럼’에 소속된 사서 세 명을 만났다.

 

전혜영 회장, 최유진 국장, 장지은 과장(왼쪽부터). <strong>제공=전혜영씨
전혜영 회장, 최유진 국장, 장지은 과장(왼쪽부터). 제공=전혜영씨

 “도서관은 단순히 이용자가 책을 보고 지식을 얻어가는 공간이 아닙니다. 어려움이 있을 때 도서관에서 지역 주민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기관이 될 수 있도록 봉사하는 역할이 바로 사서죠.”

이화사서포럼(사서포럼)은 본교 출신 사서들로 구성된 동문 모임으로, 사서 간 유대감 및 협력을 강화하고 사서로서의 전문성 증진에 노력하고 있다. 본지는 사서포럼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회장인 전 동아대 도서관 과장 전혜영(도서관학·88년졸)씨와 부회장인 대통령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국장 최유진(도서관학·89년졸)씨, 차기 회장인 국회도서관 열람봉사과장 장지은(도서관학·90년졸)씨를 만나봤다.

 

사서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담론의 장

사서포럼은 현직 사서 간의 네트워킹 활성화를 위해 2012년에 결성돼 현재는 약 250명이 활동하고 있다. 본교 학부나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직 사서나 대통령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한국도서관협회 등 정부나 지자체에서 도서관 운영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종사자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퇴직 사서 역시 활동 의사가 있으면 회원으로 유지될 수 있다.

사서포럼에는 부원 간 유대감 강화를 위해 관종별 분과 모임이 형성돼 있다. 분과는 크게 국가도서관, 공공도서관, 학교 도서관, 전문도서관으로 나눠진다. 분과 모임 내에서 정보 공유가 이루어지고 도움이 필요할 때는 타 기관 모임에 조언을 요청하기도 한다. 장 과장은 “사서포럼의 명단을 보면 항상 도움을 요청할 만한 회원들이 포진돼 있을 정도”라며 많은 회원이 사서로 활약하고 있음을 전했다.

사서포럼은 후배 사서 양성에도 힘쓴다. 사서를 꿈꾸는 이화인을 위해 총동창회와 함께 마련한 기금으로 장학금을 지원한다. 선후배가 한자리에 모일 수 있도록 1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총회도 진행하고 있다. 총회를 통해 사서포럼 구성원들은 사서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실질적인 멘토링을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로 2년간 멈춰 있었던 총회는 오는 11월 다시 열려 네트워킹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2019년에 개최된 이화사서포럼 정기총회 <strong>제공=전혜영씨
2019년에 개최된 이화사서포럼 정기총회 제공=전혜영씨

 

사서 앞에 놓인 편견을 잠재우기 위해

사서포럼은 사서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한 고민도 하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 사서의 이미지로 ‘도서관 대출대에 앉아 있는 모습’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전 회장은 “여전히 사서의 정체성이 모호하게 받아들여지는 현실”이라며 “사서직 인식 증진에 사서포럼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 과장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사서가 되려면 사서 자격증을 보유해야 하고 공채가 아니면 사서로 입사하기 어렵다”며 “사서직이 전문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서포럼 구성원이 함께 강조하는 사서의 역할은 ‘평생 학습자’다. 전 회장은 “도서관에서 원활하게 자료를 찾고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사서들이 밑 작업을 통해 기반을 닦아놓았기 때문”이라며 사서의 모든 업무에는 전문적 지식이 수반됨을 설명했다. 장 과장은 “정보 기술 트렌드 변화에 가장 빨리 대처해야 하는 곳이 도서관”이라며 사서가 새로운 기술에 대해 계속 공부하는 학습자가 돼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사서는 단순히 책만 잘 읽는 직업이 아닌 정보 전문가입니다.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선별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맞게끔 제공해야 하는 소명을 가진 직업이죠.”

또 다른 편견 중 하나는 ‘AI가 대체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인식이다. AI 사서가 등장하며 사서직은 미래에 사라질 직종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사서포럼 구성원들은 AI 사서의 등장으로 인간 사서의 역할이 오히려 중요해진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AI 사서가 가질 수 없는 인간 사서만의 자질로 ‘창의적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꼽았다. 전 회장은 “AI 사서는 이용자가 느끼는 미묘한 감정을 다 잡아낼 수 없다”며 “수준 높은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는 인간 사서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AI 등장으로 ◆디지털 리터러시 측면에서 사서의 할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사서는 AI를 학습시키는 역할인 반면 AI는 사서의 업무에 있어서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에 불과하죠.”

사서 앞에 놓인 편견을 지우기 위해 활동하는 사서포럼 구성원들은 ‘단체가 가지는 힘’을 믿는다. 사서포럼은 새로운 도서 환경 트렌드에 맞게 신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사서포럼 소속 전문가가 연사로 참여하는 특강을 개최하고 있다. 최 국장은 “현장에서 동문이 서로 협업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단체가 생기기 이전에는 서로가 동문인지도 모르고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구성원이 한데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저희만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전문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협력의 장이 이화사서포럼입니다. 같은 직업군에서 종사하는 사람끼리 네트워크를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사서가 전문직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시작이죠.”

 

사서를 꿈꾸는 이화인들에게

사서포럼 구성원들은 사서는 여성이 근무하기 좋은 직업이라고 입 모아 말한다. 전 회장은 “여성 사서의 비율이 남성 사서보다 월등히 높아 의도적으로 남성을 선발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그래도 최근 공채에서는 남성과 여성을 동등하게 뽑는 추세”라고 말했다. “유리천장이 아예 없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사서직은 압도적으로 여성 비율이 높아 여성이 진출하기 좋은 환경 중 하나입니다.”

이들은 사서를 꿈꾸는 후배 이화인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사서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사서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끊임없이 체험하고 공부하라”는 공통적인 조언이 뒤따랐다. 최 국장은 “사서는 백조라고 생각한다. 수면 위에서는 고고하게 책을 보며 있는 것 같지만 발밑에서는 바쁘게 책을 위해 움직인다”며 “사서 자격증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노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디지털 리터러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여 원하는 작업을 실행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지식과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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