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길어진 방학, 본교 앞 상권 휘청
코로나19로 길어진 방학, 본교 앞 상권 휘청
  • 김해인 기자, 윤희원 기자
  • 승인 2020.03.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동네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개강을 기다리면서 장사하잖아요. 그렇게 겨울을 버텼는데, 방학이 한 달 늘어나니까 어떻게 버텨야 하나 싶죠.”

정문 앞 일식당 ‘낭만식탁’을 운영하는 강승용씨는 막막한 심정을 토로했다. 코로나19로 침체된 상권 분위기에 개강까지 미뤄지며 상인들의 걱정이 커졌기 때문이다. 길어진 방학은 본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가게들에게 직격타다.

 

△반토막 난 매출, 임대료는 그대로

학교 앞 상점을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민경민 기자 minquaintmin@ewhain.net
학교 앞 상점을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
민경민 기자 minquaintmin@ewhain.net

강씨는 ‘낭만식탁’의 매출이 “전년대비 7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장사하는 20년 동안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절망하지 말고 힘내자고는 하지만 매출이 줄면 가게 유지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다른 가게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정문 앞 카페 ‘팔공티’와 ‘라이프커피컴퍼니‘는 “매출이 50% 이상 줄었다”고 했고 정문 앞 분식집 ‘빵 사이에 낀 과일’은 “매출이 기존의 10분의 1”이라고 답했다.

‘빵 사이에 낀 과일’ 사장 박춘희(69·여·서울 영등포구)씨는 현 상황에 대해 “거의 전쟁 수준”이라고 말했다.

“가게 문을 닫고 싶은 심정이에요. 방학은 원래 손님이 없어서 그러려니 했지만 지금 방학도 길어졌고 그나마 나오던 학생조차 안 나오니 아예 손님이 없다고 봐야죠.“

본교 앞 상인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되는 지출은 임대료다. ‘팔공티’ 매니저 박은하(23·여·서울 용산구)씨는 “학교 앞이라 월세가 너무 비싸다”며 “정부가 월세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착한 건물주’의 사례가 눈에 띄게 등장하고 있지만 인터뷰를 진행한 가게 중 혜택을 받은 가게는 없었다. 임대료가 잠깐이나마 인하됐냐는 질문에 ‘낭만식탁’, ‘빵 사이에 낀 과일’, ‘라이프커피컴퍼니’, ‘팔공티’의 사장과 점원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임대료뿐만 아니라 단순히 가게를 열어둘 때 나오는 가게유지비도 상인들에게 부담이다. ‘빵 사이에 낀 과일’ 사장 박씨는 “임대료도 똑같이 내야하고 가게를 열고 있으면 전기요금, 난방비, 수도세, 인건비는 그대로 나간다”며 “원상태로 상권 경기가 돌아와도 가게들의 후유증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특히 인건비가 가게 사장들에게 큰 부담”이라 말했다. “종업원 많이 둔 사람들이 굉장히 힘들 거예요. 종업원들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나 힘드니 너 나오지마’하며 일방적으로 그만두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혼자 하니까 상황이 좀 낫죠.”

 

△인건비 줄이기 위해 영업시간 단축

12일 낮12시 시민들이 공적 마스크 구매를 위해 ECC 세이지 약국 앞에 줄을 서 있다. 이날은 목요일로, 출생연도 끝자리가 4와 9인 사람들만 마스크 구매가 가능했다. 민경민 기자 minquaintmin@ewhain.net
이화여대2가길에 위치한 카페 라이프커피. 본래 토요일은 오전 10시에 영업을 시작하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토요일 영업 시작 시간이 한시적으로 오후 12시로 변경됐다.
민경민 기자 minquaintmin@ewhain.net

가게를 유지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인들은 영업시간을 단축했다.

2월26일 본교 앞 가게 64곳을 조사한 결과, 21곳이 영업시간을 단축했다. 짧게는 1시간, 길면 2시간을 단축했다. ‘팔공티’ 매니저 박씨는 “가게유지가 힘들 정도”라며 “현재 영업시간을 한 시간 정도 줄였지만, 다음주부터는 더 줄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7곳은 휴무 중이었고, 3곳은 “공식적으로 단축하지는 않았지만 손님이 오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영업시간을 단축한다”고 답했다. 나머지 33개 가게는 기존과 동일하게 운영한다.

‘빵 사이에 낀 과일’ 사장 박씨는 “손님이 없으니 늦게 열고 빨리 닫는 편”이라고 말했다. “8시 넘어도 손님이 오면 여는데, 저녁엔 손님이 거의 없어요. 그냥 하루종일 있어봐야 가게에 멍하니 앉아 있는 거죠.”

본교 앞 위치한 ㄱ카페도 방학 기간의 일정으로 운영 중이다. 방학 기간에는 학기 때보다 30분 늦게 열고 1시간 일찍 닫는다.

영업시간을 단축한 이유는 인건비였다. 카페 매니저 김은비(29·여·서울 은평구)씨는 “운영시간을 한 시간 정도 줄인다고 해서 수도세나 전기세는 크게 줄지 않는다.”며 “줄일 수 있는 지출이 인건비밖에 없다.”고 전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근로자들의 근무시간 역시 줄였다. 김씨는 “학교 개강을 연기하는 동안은 파트타이머가 격일로 출근한다”며 “원래 오전 시간에는 세 명 근무했는데 현재 두 명으로 감축했다”고 전했다. 근무시간 감축은 근로자들과의 회의를 통해 결정했다. “상황이 코로나 전과 심각하게 차이 나니까 파트타이머분들도 납득하시더라고요.”

많은 상인들이 지출을 줄이기 위해 영업시간을 단축했지만 그렇다고 쉽게 가게를 닫을 순 없었다. 김씨는 “단골 손님”이 있어 휴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옷가게나 악세서리 가게는 손님들이 매일 가지는 않잖아요. 저희는 카페니까 매일 오시는 분들이 계세요. 닫아 버리면 가게 이미지에 타격이 올 수 있죠.”

‘빵 사이에 낀 과일’의 박씨도 가게 이미지 때문에 꾸준히 영업한다고 전했다. “이 동네 가게들은 자주 없어지기 때문에 문을 한동안 닫으면 가게가 없어지는 줄 알아요. 그러니까 매일 출근하는 거죠.”

 

△정부 대책으로 혜택 받기 어려운 본교 앞 상인

서울 서대문구청은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1.5%의 저금리 대출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대책은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 듯 보였다.

정문 근처 카페 ‘라이프커피컴퍼니’ 사장 김지환(36·남·서울 서대문구)씨는 “이자가 2%대긴 하지만, 결국은 갚아야 하는 돈”이라며 부담을 전했다. 대출 대상이 되지 않아 아예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낭만식탁’ 사장 강씨는 “기존에 대출 이력이 있던 사람이 추가로 지원을 받기는 힘들다”는 어려움을 고백했다.

2월28일 정부는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통해 저금리 대출을 비롯한 다양한 대응책을 발표했다. 대출 서비스 외에 눈여겨볼 만한 대책으로는 ‘착한 임대인’을 위한 세액공제 정책이 있다. ‘착한 임대인’이란 매출이 줄어든 소상공인의 입장을 고려해, 임대료를 자발적으로 인하하는 임대인을 일컫는 용어다. 정부는 ‘착한 임대인’의 상반기 인하액의 50%를 임대인 소득·법인세에서 세액공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국 임대인의 자발성에 맡겨야 한다는 점에서 ‘감성적인 대책’만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다분했다. 강씨는 “혜택받는 소상공인이 몇 프로가 되겠느냐”며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임대료를 깎아주는 사람이 몇 안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비현실적인 정책”이라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김씨 역시 “임대인에게 문의했었는데, 딱히 그렇게 해 줄 것 같지는 않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지난 10일 소상공인연합회가 발표한 「’코로나 19’사태에 따른 소상공인 지원정책 관련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착한 임대인 운동’으로 인한 실질적인 효과가 있었는지 묻는 물음에 90.3%(966명)가 ‘아니다’고 답했다. 개선점으로는 ‘임대인이 아닌 임차 소상공인 직접 임대료 지원’에 60.6%(646명)가 응답한 바 있다.

정부는 연 매출액 6천만원 이하의 개인사업자에게 부가가치세 납부세액을 경감한다는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경제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한 실정이다. 본교 앞 상권의 임대료가 고가임을 고려했을 때, 연 매출액이 6천만원이라면 사업 자체를 이어 나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강씨는 “이 동네는 거의 임대료도 600만원씩 하는데, (월) 매출이 500만원인 것은 말이 안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씨 역시 “(연매출 6천은) 원래 장사가 안돼야 하는 기준이어서, 현실성이 조금 떨어진다”고 했다. 실제 26일, ‘코로나로 인한 소상공인 부가세 일시적 면제’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