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가 코 앞인데… 이대 앞 노점상 이전 둘러싼 갈등 여전
입주가 코 앞인데… 이대 앞 노점상 이전 둘러싼 갈등 여전
  • 한채영 기자, 김혜진 기자
  • 승인 20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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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 측 “박스퀘어로 이전해야”
노점상 측 “유동인구 적어… 생존 보장”

  7월 개장을 앞둔 서울 서대문구 ‘신촌 박스퀘어’(박스퀘어) 조성사업을 두고 일부 노점상과 서대문구 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서대문구청은 6월 말 준공될 예정인 박스퀘어가 7월 중으로 개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촌기차역 앞 쉼터에 들어설 박스퀘어는 컨테이너 상자를 조합해 만든 3층 건물로, 노점상과 청년 점포가 입주해 운영되는 먹거리 중심 상가다. 박스퀘어 건립의 주 목적은 노점 정비 및 노점상을 자영업자로 자립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에 구는 이대 앞 거리(이대거리)에 위치한 노점상들에게 박스퀘어로 이동할 것을 요구했지만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노점 40곳 중 19곳이 생존권을 주장하며 입점을 거부하고 있다. 

그래픽=강영현 그래픽 조교
그래픽=강영현 그래픽 조교

 

△적은 유동인구에 수입성 미지수

  박스퀘어의 가장 큰 문제로 손꼽히는 것은 접근성이 낮은 곳에 위치해있다는 점이다. 서부지역노점상인연합회(서노연), 배꽃지부노점, 이대특화노점 등에 속한 이대거리 40개 노점상들은 옮겨 갈 곳이 현재 이대 앞보다 유동인구가 적다고 입을 모았다.

  이대거리 노점상인 ㄱ씨는 “박스퀘어 부지는 지하철 역과 멀고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아 장사가 어려울 게 분명하다”며 “이전을 하느니 차라리 노점을 접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5년 서울 유동인구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노점 대다수가 위치한 이화여대길 18 부근이 서대문구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조사됐다. 신촌기차역 부근에 비해 정문 앞에서 2호선 이대 지하철역까지의 이화여대길 약 220m 구간의 유동인구가 확연히 많다는 것이다. 같은 지역 내에서도 유동인구에 따라 수입이 달라진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노점 이전 시 수입률이 낮아질 수 있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 구는 신촌기차역 앞이 지금은 유동인구가 이대 앞보다 적을지 몰라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한다. 서대문구청 건설관리과 관계자는 “매월 이화여대길 스탬프 투어, 신촌기차역 야외 영화관 운영 등 박스퀘어 주변의 유동인구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계획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6월 문을 여는 신촌역사 내 탑시티 면세점 또한 신촌역 상권 활성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면세점 개장과 사드 갈등 봉합 뒤 재개된 중국인 관광객 유입이 겹치면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구는 박스퀘어에 입점하는 노점이 운영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현재 대다수의 노점상은 25만원의 마차 보관료, 30만원의 마차 상하차비 등을 주기적으로 지불하고 있다. 박스퀘어에 입점한다면 이러한 부수 비용 부담이 덜어지고, 최대 15만원의 임대료만으로 운영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또한 박스퀘어 입점 동의서를 제출한 노점상에 한해 운영 허가를 내 불법 노점상이 아닌 자영업자로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구의 계획에 대해서도 노점상측은 여전히 회의적인 입장이다. 구청에서 제안하는 행사의 대부분은 일회성이라 큰 효용이 없으며, 주로 관광버스를 통해 방문하는 면세점 특성상 주변 건물로 발걸음이 이어지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서노연에 소속된 노점 17곳은 박스퀘어 입점 거부 입장을 끝까지 고수할 계획임을 밝혔다. 서노연 관계자 ㄴ씨는 “활성화되지도 않은 박스퀘어에 총알받이처럼 노점상을 입점시키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입점이 강제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의견 표출 수단인 집회를 통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당장 입주는 하지만..여전히 갈등은 현재진행형

  전체 노점 약 40곳 중 20곳도 입점동의서를 제출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설명이다. 이대특화노점 지부장 ㄷ씨는 “입점하지 않는다면 구에서 분명히 과태료를 받을텐데,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노점상으로서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어 들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 측은 노점 정비 및 박스퀘어로의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학교 및 지역주민 측의 민원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노점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근 시민의 민원을 박스퀘어로의 이전을 통해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점 상인이 입점에 동의했을지라도 그 이후의 입점 절차에 대해 구청과의 뚜렷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 또한 지적됐다. ㄷ씨는 “입주한 후 자리를 잡기까지 많은 비용이 요구될텐데 이에 대해 구청은 예산이 없다고만 답했다”며 “박스퀘어에 입점했음에도 구청이 장담한 것처럼 수입이 나지 않을 때, 어떻게 생계를 보장해줄 것인지에 대한 대안부터 세워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 측은 “박스퀘어 자체만으로도 26억원 가량의 상당한 예산이 지원되는 것”이라며 “노점상 개개인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차등적인 보장정책을 수립할 의향이 충분히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박스퀘어 건립 예산 외에도 박스퀘어 활성화를 위해 앞으로 홍보 및 운영을 위한 추가 예산이 지원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박스퀘어를 두고 양측 간의 입장이 분분한 가운데, 구는 2차 입점동의서 제출기간 이후 이대거리 부근을 노점 절대금지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