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국내 대학언론의 방향을 찾다-콜럼비아 미주리안(Columbia Missourian)

▲ 미주리대 저널리즘스쿨 편집교수와 학생들이 전날 보도된 기사를 평가하고 있다.

 

  대학언론의 침체는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고질적인 인력난이 전문성 약화, 구독률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기성언론의 대안매체로서 기능했던 과거와는 상황도 달라졌다.

 

  이에 대한 실마리를 얻기 위해 미국 미주리대(University of Missouri) 언론사 ‘콜럼비아 미주리안(Columbia Missourian)’을 8월 중 방문했다. 저널리즘스쿨(언론대학) 학생과 교수가 함께 발행하는 콜럼비아 미주리안은 단순히 학교 신문이 아닌, 미주리주를 대표하는 상업 일간지로 운영된다.

  대학언론의 새로운 향방을 상상하며 참고가 될 수 있는 콜럼비아 미주리안의 운영 시스템과 특징을 소개한다.

 

  8월16일 오전9시30분. 학생 9명과 편집교수 2명이 8월15일자 신문을 모니터에 띄워놓고 취재 아이템, 취재 과정, 기사 등에 대해 자유롭게 생각을 나누고 있다. 편집교수와 학생들이 회의를 통해 취재 아이디어를 나누고, 취재할 대상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이곳은 콜럼비아 미주리안의 뉴스룸이다.

▲ 콜럼비아 미주리안이 수상한 상패와 관련 기사 스크랩

저널리즘 수업의 연장선에 있는 신문제작

  콜럼비아 미주리안이 국내 대학언론과 구분되는 큰 특징 중 하나는 기자 활동이 저널리즘스쿨 수업과 연계돼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한국 대학은 신문방송 관련 학과에서 이론 수업과 실습이 나눠져있고, 학내 언론과 직결돼있지 않다.

  올해 여름 이곳으로 유학 온 한국인 김예현씨는 “신문방송 전공으로 유학을 고민할 때 미주리대 저널리즘스쿨의 수업-신문제작 연계 프로그램이 가장 눈에 띄어 지원하게 됐다”며 “한국과 달리 이곳은 수업의 일부로 신문제작이 들어가 기자로서 실전감각을 키우기 좋다”고 말했다.

  저널리즘스쿨에서 배우는 과목은 곧 뉴스룸에서의 실습으로 이어진다. 학생들은 취재와 글쓰기 기반을 다지는 과목 ‘News’와 ‘News Reporting’을 수강하며 콜럼비아 미주리안 기자로 활동한다.

  ‘News’에서 학생들은 기사에 필요한 요소, 가장 효과적인 취재방식 등을 익힌다. 또한, 멀티미디어 보도 수업을 통해 비디오, 오디오, 사진을 이용한 보도를 배운다.

  이어 ‘News Reporting’에서는 다양한 교수 및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인터뷰 방법, 문서 수집 방법, 데이터 사용 방법 등을 배움과 동시에 뉴스룸에서 실제 기자로 활동하게 된다.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1년 6개월~2년을 기자로 활동하게 된다.

  콜럼비아 미주리안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수업기간 기자로 활동하고, 수업을 담당하는 교수가 기사 취재와 편집을 총괄한다. 학생이 취재 아이템을 발굴하면 교수와 함께 취재계획을 세우고 취재 후 학생이 써온 기사를 교수가 피드백 및 편집하는 작업(데스킹)이 이뤄진다. 이런 조직 구성은 데스크가 학생으로만 구성돼있는 한국의 학보사와 다르다.

  학생들에게 저널리즘을 수업하며 콜럼비아 미주리안의 편집을 맡고 있는 스콧 스와포드(Scott Swafford) 편집교수는 “학생들은 독자에게 사건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체득하며 더 똑똑한 저널리스트로 성장한다”고 말했다.

  전문적인 교수들의 편집 하에 제작되는 콜럼비아 미주리안은 실제로 지역 내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콜럼비아 미주리안은 미주리 언론 협회에서 미주리주의 모든 신문사를 대상으로 개최하는 ‘Better Newspaper Contest’에서 매년 수십 개의 상을 받고 있다. 올해에도 최고의 온라인 뉴스상, 최고의 기획기사상 등 57개의 상을 받았다.

  학생기자로 활동 중인 그리고르 아타네시안(Grigor Atanesian)씨는 “실습 동안 단순한 사건을 보도하는 기사에서 장기간 취재하는 기획기사까지 써볼 수 있어 좋다”며 “교수가 직접 피드백을 주기 때문에 취재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교과과정과 연계된 실전경험을 통해 전문성을 쌓아 현직기자로 진출하는 학생들도 많다. 특히 기자로 활동하는 학부생들을 기성 신문사 인턴십과 연결시키는 체계는 이런 성과를 극대화한다. 콜럼비아 미주리안은 여러 신문사에서 인턴십을 요청해오면 그에 맞는 학생들을 배치한다. 세계 다양한 도시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더 넓은 곳에서 기자로 활동할 수 있다.

 

▲ 미주리주의 한 호텔 로비에서 지역독자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학신문을 넘어 지역신문까지, 지역의 다양한 이슈까지 담아내

  미주리대 주변의 호텔 로비, 음식점 등에는 콜럼비아 미주리안이 비치돼 있고 지역주민들은 자연스럽게 신문을 집어든다. 이는 콜럼비아 미주리안이 캠퍼스 내 이슈뿐 아니라 지역 이슈도 다룬다는 뜻이다.

  본지가 방문한 8월 셋째 주에는 ‘개기일식’ 이슈가 주를 이뤘다. 콜럼비아 미주리안은 개기일식 시기에 맞춰 다양한 주제의 기사를 냈다. 기상정보에 따른 개기일식 관찰 가능성, 지역 내 천체 물리학자와의 인터뷰, 관찰 시 유의점, 미주리대에서 주최하는 기념식 등 지역부터 캠퍼스 내 이슈까지 다양하게 취재했다. 

  지역주민 린 리더(Lynne Reeder)씨는 “미주리주에 산 지 10년이 넘었는데 최소 일주일에 이틀은 콜럼비아 미주리안을 읽는다”며 “학생들이 쓰는 기사는 기성 신문사에 비해 다양하고 참신한 소재가 많아 찾게 된다”고 말했다.

  뉴스룸의 한쪽 벽면에는 독자가 제안한 다양한 의견이 빼곡히 붙어 있다. 지역신문으로서 기능하는 콜럼비아 미주리안은 지역 독자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콜럼비아 미주리안에서 스포츠부 기자로 활동한 마이클 멘델(Michael Mandell)씨는 “학교에서 공부를 하며 지역기자로 활동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내 기사에 의견을 준 독자들 덕분에 저널리스트로서 훨씬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대에 발맞춰 간다, 온라인 퍼스트 전략

  전 세계 사람들은 갈수록 미디어 플랫폼을 통한 뉴스 소비에 익숙해져 간다. 이런 경향에 발맞추기 위해 국내 일부 대학에서는 뉴미디어와 신문의 연계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은 기성언론사의 플랫폼을 따라가는 수준에 머무른다.

  “If it doesn’t work on mobile, it doesn’t work”(만약 그것이 모바일에서 기능하지 못하면, 그것은 기능하지 못한다.)

  뉴스룸 회의 모니터 바로 옆에 붙여진 이 문구를 통해 콜럼비아 미주리안이 온라인 뉴스 발행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

  그들은 콜럼비아 미주리안 홈페이지(columbiamissourian.com)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실제로 독자의 대다수가 온라인으로 접근한다. 기사가 완성되면 웹페이지에 우선적으로 업데이트되며, 평균 2시간에 기사 하나가 올라온다. 또한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여러 SNS를 통해 기술과 신문 산업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많은 일간지는 종이 신문을 폐쇄하거나 디지털 신문만을 발행한다. 그러나 콜럼비아 미주리안은 아직까지 매일 6000부를 인쇄하고 있다. 일부 독자들은 여전히 종이 신문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콜럼비아 미주리안 역시 온라인 위주의 뉴스 발행을 계획 중이다. 마이크 제너(Mike Jenner) 편집교수는 “인쇄비용 문제로 지금처럼 매일 종이신문을 발행하기는 어렵겠지만 종이 신문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출판물을 발행할 예정”이라며 “혁신을 위해 계속해서 더 빨리, 더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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